다음은 올해(07년) 7월 5일 공군회관에서 개최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 ‘미래전 대비 공군력 건설방향과 과제’란 세미나에서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 이동규 박사(중령)가
2020년 공군력 핵심무기체제및 기술개발 소요란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 중 한 장이다.
그림에서 잘 설명하고 있듯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KF-16, F-4, F-5같은 전투기들은 약 400km정도의 작전행동반경을 갖는데 비해, 더 대형의 새 전투기인 F-15K를 새로 도입하면서 그 행동반경이 1,000km 정도로까지 확대된다는 설명이 그 골자다.
값비싼 새 무기를 도입한 만큼 뭔가 좋아지는 게 있어야지라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엔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다음은 공군본부가 간행한 『공군사』에서 60년대 전반에 이루어진 F-5A 전투기 도입과정을 묘사한 내용 중 일부이다.
전투행동반경이 짧은 F-86F전폭기로서는 북한전역에 대한 작전이 불가능하였으나 F-5A 전폭기를 보유함으로써 전투행동반경이 신장되어 동은 소련 「블라디보스톡」, 북은 만주 「할빈」과 중국본토의 북경지구, 산동반도 등을 포함하는 광범한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공군사: 제4집(1963-1967)』, 공군본부, 1977년, pp.49-51
그리고 이러한 설명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무시무시한 그림이 붙어 있다.
이러한 식의 묘사는 F-5에 이은 F-4 전투기 도입시에도 이어진다. 다음은 9대 공군참모총장 장지량 장군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F-4 도입경위이다.
1967년 초의 일이다. 공군력 증강책의 일환으로 전투기 도입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사실은 내가 공군 참모차장 때부터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군원 문제 등 어려움에 봉착해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참모총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를 가시화했다.
나는 최신예기인 팬텀기(F-4)를 꼭 도입할 생각이었다. 미 공군의 주력기인 팬텀은 말 그대로 공중의 천하무적이었다. 속도·항속거리·무기탑재량 등에서 타 기종의 추종을 불허했다. 팬텀기는 2인승으로서 음속의 2.4배이며, 항속거리는 만주-몽골, 일본의 규슈 남쪽, 중국의 베이징까지 커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 탑재력이 2차 세계대전 때의 B-17 폭격기와 비견될 정도였다.
장지량 구술, 이계홍 정리, 『빨간 마후라: 하늘에 등불을 켜고』, 서울:이미지북, 2006 p.298
여기서는 전투행동반경이 아니라 항속거리(즉 편도)이므로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사실 만주, 몽골, 베이징을 커버한다는 표현은 일반인들에게 그곳까지 가서 정상적으로 전투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하게 전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인터뷰어 이계홍은 공군 장비에 대해 결코 잘 아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 책에서 세부적인 사실이나 용어는 수없이 틀린다)
즉 언제나 최신의 전투기가 들어올 때는 중국,일본,소련(러시아)까지도 가서 싸울 수 있는 비행기라는 식으로 소개되지만 그 다음 번에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때는 그 이야기가 쑥 들어가고, 실제로는 북한의 일부지역 정도를 커버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신장비도입을 위한 엄살/자랑으로 치부하고 말 수도 있다. 사실 전투기의 실제작전반경이란 어떤 무장을 얼마나 달고 어떤 속도, 어떤 고도로 날아가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그림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게다가 남한의 어느 지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느냐만 갖고도 동서남북으로 수백 km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경이 몇십 년 동안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지도 위에 블라디보스톡, 만주, 하얼삔, 베이징, 산동반도, 규슈, 몽골 등이 들어가는 원을 그린다는 행위는 전투기의 실제 능력을 표현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공군이 언제나 놀아보고 싶어하는
놀이터의 심리적 넓이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