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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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certain 서평을 읽고
당분간 비보도를 전제로 현직 미국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후 1-2년 있다가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것은 워터게이트의 스타 밥 우드워드의 장기이고 또 현 부시 행정부 들어서도 계속 진행된 일이지만, 우드워드의 부시 3부작(Bush at War , Plan of Attack, State of Denial)은 그 논조가 동일하지 않다.

우선 우드워드 자신이 이라크 전쟁이 수렁에 빠짐에 따라 자신이 부시의 새 인터뷰를 딸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확신한 후 3부 State of Denial을 썼다고 밝히고 있고, 세 권을 모두 읽어본 내가 보기에도 우드워드 자신의 시각이 점차 부시에게 비판적으로 변해간 것은 분명한 듯 싶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우드워드 같은 언론인과 장시간 심층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예를 들어 많은 고뇌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단을 내려 전쟁이 뛰어들어 승리했다 같은)도 강하기 때문에, 부시는 우드워드와 틀어진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다뤄줄 언론인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는 책이 Robert Draper의 DEAD CERTAIN: The Presidency of George W. Bush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이 책의 서평이 실렸는데 매우 재미있다.

이 책은 부시에 관한 일화는 풍부하지만, 분석이나 구도는 독자에게 뛰어난 통찰력을 줄 수 있게 잘 짜여져 있지는 않다는게 서평자의 의견인데, 여기서 부시가 자기 자신에 대해 했다는 두 가지 말이 뒤통수를 강타한다.


(뭔가를) "읽는다고 해서 배울 수는 없는 법이오. 아니 최소한 나는 그래. 나는 일을 해보면서 배우는 사람이라오."
"You can't learn lessons by reading. Or at least I couldn't. I learned by doing."

부시는 임기 초부터 책을 안읽는 대통령이라는 소문이 자자했고, 이에 맞서 백악관 참모들은 실은 부시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열심히 역선전을 감행해 왔다. 그러나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깝든지 간에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뭔가를 읽고 거기서 뭔가를 배울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면 책을 읽은 들 안 읽은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게 단순히 책을 가리키는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읽어서 배울 수 없다면 책 뿐만 아니라, 부하들이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보고서를 써서 갖다바쳐도 배우는 게 없을 것 아닌가? 일을 해보면서만 배울 수 있다면, 부하들이 아무리 열심히 이야길 해 줘도 배울 수 없지 않겠는가? 전쟁도 해 보면서 배우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어느 부하가 "말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관찰자지만, 나는 아니라오. 나는 나 자신을 분석하는 역할을 정말 불편하게 느낀다오."
"You're the observer," he said, "I'm not. I really do not feel comfortable in the role of analyzing myself."

그리고 이렇게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즉 싫어하는) 사람일 경우,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에 대해 되돌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저런 성격일 경우 내가 그때 왜 그런 결정을 했지? 내가 놓친 게 있을까? 지금도 그대와 상황이 똑같아서 결정이 뒤집힐 수는 없는 걸까? 나랑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근거는 뭐지? 라는 데 시간을 들일 거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다고 보면 마키아벨리의 교훈이 동작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사실 보통 사람도 때때로 교만하거나 실수할 수 있지만 심각한 곤경에 처하면 자신의 판단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적어도 2007년 전반까지 부시는 그러지 않았다. 초당적으로 지명된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이 이라크에서 병력을 감축하고 주변국과의 폭넓은 협상에 돌입하라고 권하자, 부시는 거꾸로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반발했다. 그 대안은 자신이 걸어온 길(legacy)을 가장 폭넓게 보호하려는 선택이었다.

나는 2007,8년의 부시는 2001년의 부시와 본질적으로 같은 사람이고 정책기조도 바뀐 것이 없다는 입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뉴 부시 같은 건 없다.
by sonnet | 2007/09/10 19:27 | 정치 | 트랙백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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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7/09/10 19:42
그냥 무서운데요
Commented by 玄武 at 2007/09/10 19:44
텍사스 주지사를 하던시절, 50장짜리 보고서를 못읽게다고 반송해서 부하직원들이 A4반장으로 요약한 얘기가 기억납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9/10 20:00
딱히 미국이 아니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이 저렇다는 건 정말 ㅎㄷㄷ이라고밖에는...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외쳤던 03이 생각나는군요. ㅜㅜ
Commented by shaind at 2007/09/10 20:02
[적절한 번역]

"읽는다고 해서 배울 수는 없는 법이오. 아니 최소한 나는 그래. 나는 일을 해보면서 배우는 사람이라오."

=> "책읽기 귀찮아 ㅇㅅㅇ"


"나는 나 자신을 분석하는 역할을 정말 불편하게 느낀다오."

=> "내가 뭘 잘못했는데?"
Commented by 윤민혁 at 2007/09/10 20:22
정말 훌륭한 대통령입니다. -_-;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9/10 20:28
그러고 보니, 힛땅(히틀러)도 독서를 무지하게 싫어했다지요. (먼산)
...차라리, 레이건이 고르비한테 시전한 시베리안 개그가 훨씬 품격있군요. (;;;)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9/10 20:42
뒤돌아 보지마~ 패배가 있을뿐~ 반짝이는 눈동자로~ 승.리.를. 향해 가자~~[퍽]

어쨋든 웬지모르게 열혈물이나 스포츠물에 참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7/09/10 20:49
paro1923//그래도 레이건의 시베리안개그는....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9/10 21:12
영삼향이 풀풀 나는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9/10 21:36
확실히 뒤돌아보는건 아무 도움도 안되는 패배주의라고 믿는 사람이 있지요.
Commented by porco at 2007/09/10 22:28
확인사살!!! 백기 펄럭펄럭~
Commented by 게드 at 2007/09/10 22:57
읽어서도 못배우고, 해서도 복습 안해 모르면 도대체 .. 뭘 어떻게 배우는겁니까 부시는 ㄷㄷㄷ
Commented by 사처포 at 2007/09/10 23:08
못 본지 오래됐군요......부시(아들) 초기, 정치인이면서, 종교적인 신념(복음주의 ?)을 들고 나올 때 ...요 주의 인물로 찍었었는데...=,.= // 어떤 나라의 어떤 대통령후보가 ...시장시절, 자기가 시장인 도시를 하느님께 헌정했다는 말을 듣고....."이건 어떤 종류의 정치인인가 ?" 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죠...이런 행동은 부시 스타일은 아닌듯 ㅎㅎㅎ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9/10 23:58
미국과 이라크 국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애도를....;;;

저분에게는 그 많은 보고서며 브리핑이며 조언이며 연구자료가 다 무용지물이겠군요.
Commented by umberto at 2007/09/11 02:49
핫 핫.. 저도 본문을 읽으면서 영삼옹을 생각했습니닷.

다만 부시의 두번째 이야기는 청기와집의 노모씨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어부 at 2007/09/11 08:24
머리는 빌리면 되지만, 선례에서 안 배운다면 해결책이 없군요.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7/09/11 10:53
나는 역사를 읽지않는다! 다만 만들 뿐이다!!!!!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7/09/11 10:56
그래도 책한권만 읽은 대통령보다는 아에 안읽은 대통령이 조금 덜 위험한.....
Commented by shaind at 2007/09/11 13:36
바보이반 // 아예 안 읽은 대통령이 조금 덜 위험한 이유는 그에게 뭐든지 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 위의 언명에서 나타나는 부시는......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9/11 13:54
과도한 독서는 두뇌를 어리석게 만든다고 질타하신 마오 주석의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군요.

아아. 역시 작금의 황상은 아무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대인배 중의 대인배이십니다.
Commented by at 2007/09/11 15:25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다 온 선배의 말씀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부시가 별 생각 없이 솔직해서 좋아한다고 하네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솔직한 게 부시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지..
Commented by 번동아제 at 2007/09/11 16:37
思而不學則殆라고 했는데 배우지 않을 뿐더러 생각도 안하는 것 같으니...
Commented by Eraser at 2007/09/11 17:16
력사학자들이 보면 뒤집어 지겠군요 -_-; 남의말 듣기 싫어하고 그렇다고 책을 잘 읽는것도 아니야 거기에 잘못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흐으으으음좀무 (...)
Commented by 屍君 at 2007/09/11 18:36
이거 정말 shock and awe급인데요;;;
Commented by 아이군 at 2007/09/11 20:33
... 진짜 이건 흠좀무라고 해야 될지-_-;;
Commented by F.E.M.C at 2007/09/11 22:28
일단 움직이면 패배가 자명해질 때까지 멈출 방법이 없는 게로군요 ㄱ-;
아버지 부시께서 황태자 교육을 잘못 시키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치가 아니라 스포츠 쪽으로 보냈어야..
Commented by F.E.M.C at 2007/09/11 22:33
....그치만 저같은 경우는 저런 태도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문제가 생기면 이리저리 골머리만 썩다가 자폭하는 스타일이라..;;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7/09/12 01:08
해보면서도 안 느는 거 같으니 문제...;;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7/09/12 13:46
자포드 브릴브락스도 이 정도는 아닐터. 은하제국 대통령에 출마해도 되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9/12 19:20
됴취네뷔/ 저도 2차대전 이후에 부시처럼 이상한 미국 대통령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玄武/ 충분히 그럴만 하네요.

BigTrain/ 머리도 아무나 빌리는 게 아니죠.
사실 부시는 "그 일을 어떻게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을 듣고 또 반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부시의 경우 "그 일을 할지 말지, 내지는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토론하려 하지 않았단 것이지요.

shaind/ 웨스트윙에서 일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윤민혁/ 쵝오.

paro1923/ 사실 금상과 제일 유사한 분이 레이건 황제가 아닐까 합니다.

하얀까마귀/ 그건 머스크 게열인가요?!

지나가던이/ "그 일을 할지 말지, 내지는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멤버를 '충성심의 부족'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porco/ ....

게드/ 못 배우는 것 같습니다.

사처포/ 예,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MB는 일을 결심했을 때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성사시키는 점에서는 유능한 것 같은데, 옳은 일을 잘 고를 안목이 있는 정치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것을 골라서 저돌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딱 부시처럼 될 지도요.

행인1/ 사실 미국 국민은 자기 손으로 부시를 두 번이나 뽑았지만, 이라크 국민은 그것도 아니니.

umberto, 바보이반/ 노대통령은 사실 책을 읽고 배우는 데는 능통한 것 같습니다. 다만 독학형 아웃사이더 체질이라서 나 혼자 어떤 책을 보고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결심하면 주위에서 다른 조언이 거의 먹히지 않는 그런 게 아닐까요?

어부/ 3선이 안되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길 잃은 어린양/ 그렇습니다요.

펄/ 솔직해 "보여서" 좋아하는 거지 실제로 솔직한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 국민이 정치인의 이미지에 많이 휘둘리는 것은 민주정의 고질적인 약점인데, 요즘 세상에는 도편도 없으니 더 난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번동아제/ 이미 좀 소라껍데기에 들어가 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raser/ 사실 지나가다 한 말인데, 저런 게 오히려 그의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屍君/ 이젠 너무 많이 봐서 좀 둔감해 지는 듯도.... 흑

아이군/ 흠좀무 흠좀무.. 좀?

F.E.M.C/ 저렇게까지 높은 자리에 가지 않았으면 저 성격도 잘 맞는 그런 직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쟁중인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로는...

스카이호크/ 일단 수렁에 빠지면 허우적거릴수록 더 꼬이지 않습니까.

하이버니안/ ....
Commented by 사처포 at 2007/09/12 23:59
어떤 후보에 대한 평가가 ...ㅋㅋㅋ //저두 건교부 장관하면 제대로 해낼것이라고 상상합니다.....서울 대중교통망 정리, 청계전 복원 ...// 그런데 대운하라는 <SOC> 들고 나오는걸 보면 60~7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21C를 살려고 하지않나 하는 의심이....Soft Power에 대한 개념이 결여된건지...==,.==
Commented by sonnet at 2007/09/14 15:22
사처포/ 이명박의 대운하는 적어도 선거에 관해서는 "핑크색 코끼리를 절대 상상하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식의 전술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람이란 것이 하지 말라고 자꾸 반복하면 상상 안 할 수 없어지게 되지요.
누구나 이명박에 대해 말할 때는 황당한 대운하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이에 견디지 못한 상대 후보들도 대규모 토목 관련 공약을 내놓아 맞섬으로서 이슈가 누가누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잘 해낼 것인가를 비교하는 것이 되면 국민의 눈에 그나마 전직 토건업자가 가장 유력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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