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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권총분실사건(2001년 11월 중순)
다음은 탈리반을 몰아낸 북부동맹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입성한 지 닷새도 지나지 않았을 때, CIA현지파견대 JAWBREAKER팀이 카불에서 겪은 이야기다.

아프간인들과 미국인들은 그 곳을 정리하기 위해 함께 일했다. 2층의 잡동사니들을 옮기는 동안, 어제 밤 나를 따라 카불로 내려온 특수부대 중사 앤디는 9mm 베레타 권총과 멜빵을 풀어서 상자에 넣어 두었다. 그가 몇 분 후에 돌아왔을 때 베레타는 사라졌다.
우리는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 하스 중령이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가서 말하길 앤디는 자기 장비를 꼼꼼히 챙기는 성격이어서 그가 권총을 잘못 뒀을 리가 없다고 했다.
크리스는 말했다. “게리. 할 수만 있으면, 난 꼭 그 무기를 되찾아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해 보겠소.”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외쳤다.
“누가 (아프간 계 미국인 통역요원) 하미드를 본 사람 없나?”
곧 내 부하들이 외치고 다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어이, ■■■■의 아들, 자네의 도움을 찾고 있어!”
하미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그를 하스 중령 옆에 앉히고 우리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우리는 우리 아프간 경비병들 중 누군가가 앤디의 베레타를 훔쳐갔을 거라고 믿고 있네.”
하미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난 열흘 간 그는 경비병들을 잘 알게 되면서, 그들이 자기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해온 힘든 일들을 인식하게 되었다.
침중한 어조로 하미드가 말을 꺼냈다. “그 베레타는 이 사람들의 반년치 연봉에 해당합니다. 그들이 우리 모두를, 그리고 우리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우리가 백만장자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이런 식의 유혹을 주어서는 안됐던 겁니다.”
하스 중령이 더 어두운 말투로 답했다.
“하미드. 멀홀랜드 대령님이 내일 오후에 이곳에 오시고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보고할 수밖에 없네. 멀홀랜드 대령은 이 친구를 해임하고 그를 본국으로 송환시켜 버릴 거야. 어떤 아프간인이 그의 주머니를 털어서 이렇게 됐다고 보고해야 하는 것은 최악이란 말일세.”
“제게 그들과 좀 이야기할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그들과 단체 면담을 해 보지요.” 하미드가 말했다.
“필요하다면 총을 가져간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동시에 5백 달러의 현상금을 걸도록 하게.” 내가 덧붙였다.
“고맙습니다. 대장님. 도움이 될 겁니다.”
하미드는 스무 명의 아프간 경비병을 모두 불러 모아 모임을 갖고는 아주 외교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가 그렇게 하는 동안 (북부동맹 정보부 차장) 마지드(假)는 잘랄라바드, 즉 우리 동쪽에 있는 난가하르 주 최대의 도시이자 알 카이다의 근거지는 대혼란에 빠져 있으며 중대급 알 카이다 부대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날 오후 동안 ■■■■■■■■■이 취사병과 참모들을 데리고 도착했고, 하미드는 경비병들과 다시 면담을 했다. 이번에 그는 그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그 후 여러 아프간측 간부들이 신뢰의 중요성과 이것이 어째서 명예의 문제인가 하는 점을 역설했다. 의혹은 가장 최근에 입대한 두 명의 스무 살짜리 젊은이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은 혐의를 단호히 부인했다.
면담 후 하미드는 두 젊은이를 내게 데려왔다. 판결처럼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면 내가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겠으며, 나는 단지 그들과 함께 싸워 온 한 병사의 경력을 지켜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
다음날 아침, 앤디의 베레타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특수부대 제5단 지휘관 멀홀랜드 대령은 정오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미드는 내 지시에 따라 상금을 1천 달러로 올리고 누가 무기를 찾아오든 간에 대장인 「아그하 게리」가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는 동안 그의 개인 운전수 겸 경호원으로 고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전 11:30, 나는 정보보고서를 검토하다가 아래층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창 밖을 내려다보니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자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지드가 자기 부하 중 하나를 구타하고 있었다.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가면서 나는 내 부하들을 시켜 아프간 사람들을 뜯어말리게 시켰다. 그 중 하나가 베레타를 하늘 높이 쳐들고 다리 어로 소리쳤다. “내가 찾았다! 내가 찾았어!” 완전무장 상태에서 흠씬 두들겨 맞은 자는 20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면서 마지드가 설명했다.
“나는 내 부하 두 명을 이 지프에 태우고 회합에 가려던 참이었소. 부하들 중 하나가 허리를 굽히고 들어오는데 다른 병사가 첫 번째 병사의 벨트에서 뭔가 번쩍이는 걸 본 게 아니겠소? 두 번째 병사는 그 자의 셔츠를 끌어올리고는 무기를 찾아냈소. 그리고 우리는 이 도둑놈을 두들겨 패기 시작한 거요.”
절도용의자는 특수부대 병사인 데이비스와 하미드에 의해 벽에 붙들려 있었다. 권총을 찾아낸 병사는 자랑스럽게 그 총을 하스 중령에게 바쳤다.
마지드는 내게 다가와서 절도용의자를 가리키며 거칠게 말했다.
“저 자를 내놔. 난 당장 저 자를 데려가야겠어!”
내가 답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일단 무기를 찾아낸 사내와 누명을 썼던 두 친구를 불러서 이야길 좀 해야겠소.”
마지드가 한번 고함을 치자, 30초도 안 되어 그들이 내 앞에 모였다. 범인은 여전히 벽에 못 박혀 있는 상태였다. 나는 무기를 찾아낸 자에게 5백 달러를, 누명을 썼던 두 사람에게 250달러씩을 나눠 주었다.
“공정한가?” 내가 파르시 어로 물었다.
“Baleh,”라고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란 뜻이었다.
그러자 얻어맞고 땀범벅이 되어 있던 도둑이 말했다. “당신은 저를 운전사로 써 주시겠다고 하셨지 말입니다.” 그는 다리 어로 애원했다.
“나는 무기를 돌려준 자를 운전사로 쓸 수 있겠다고 했지. 넌 그걸 돌려줄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어.” 내가 파르시 어로 대꾸했다.
“저자는 감옥에 가야 해!” 마지드가 험악하게 말했다.
나는 열을 좀 식히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했다. 하지만 마지드는 한시라도 빨리 벌을 주려고 안달이었다.
“저 자는 우리 사람이오. 게리.” 그는 말을 이었다.
“그는 당신 앞에서 우릴 망신 줬단 말이오. 우린 돈도 가진 것도 없는 자들로, 전사로서의 명예밖에 가진 게 없소. 저놈은 그것조차 없지만.”
“데려가시오.” 내가 대답했다.
하미드는 풀이 죽어 보였다. 그는 아프간 인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젊은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들은 그 자를 죽여 버릴 겁니다.”라고 그가 경고했다.
“우린 적십자가 아니야.” 하미드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를 나도 잘 알았지만, 우리에겐 다른 할 일이 있었다. “우린 접수해야 할 도시가 있고, 알 카이다 안가들을 뒤져 빈 라덴을 찾아야만 해!”

Berntsen, Gary, Jawbreaker: The Attack on Bin Laden and al-Qaeda. A Personal Account by The CIA's Key Field Commander, Crown, 2005, pp.185-186,187-189)

이 글과 다음 글에서 아프간의 정치-군사 판에서의 돈과 협상 감각에 대한 이야길 좀 묘사해 볼 생각이다. 아프간 정치판에 개입한 적이 있는 전직 요원들의 글에서는 공통적으로 양탄자 장사꾼 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 글의 범인의 말(푸른 색)이 그런 것 중 하나다.
by sonnet | 2007/09/04 16:32 | 정치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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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녁 at 2007/09/04 16:43
이걸 연극으로 극화하면 꽤나 재미있겠습니다
Commented by 아텐보로 at 2007/09/04 17:59
저런곳에서 디카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고 냉방이 되는 고속버스를 타고다니다니......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9/04 20:32
'양탄자 장사꾼 근성'이라...
처음엔 갸웃~거려지다가, 조금 지나니까 전율스럽군요...;;;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9/04 21:22
아프가니스탄도 인도 못지 않은 신비의 땅이로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9/04 23:57
과연, 세력자가 바뀌면 털어먹을 대상도 바뀌는군요[엥?]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7/09/05 16:15
번역을 잘하셔서 상황이 더 실감이 나는 듯 합니다.
특히 범인의 "하셨지 말입니다." 부분이 정말 실감나네요.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7/09/05 22:21
베레타를 훔치면 잡혀죽지만 사람을 훔치면... 대박?
(아니, 뉴스에서 납치범들이 공격받아 죽었다고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9/05 23:10
이녁/ 하하. 그런 역전의 발상을!

아텐보로/ 저것만 갖고는 직접 연관짓긴 힘들겠지만, 안전문제에 대한 기본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paro1923/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길 ^^

길 잃은 어린양/ 사실 인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은 역사적으로 한 지역이기도 하니까요. 탈리반을 대거 배출하고 있는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의 마드라사를 운영하는 데오반드 학파는 원래 인도의 델리 인근지역이 근거지입니다.

라피에사쥬/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네비아찌/ 말씀 감사합니다. 뺀질거리는 것으로는 한국군 사병도 상당한 내공이...

하이버니안/ 워낙 전투가 빈발하는 곳이라 그 사람들이 다른 전투에서 전사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풀어주기 전에 동료들이 몇 죽었으면 보복살해 가능성이 매우 컸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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