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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으로 읽는 아프가니스탄 정치
아프가니스탄 지도자들은 이름부터 생소한 데다가, 엄청나게 복잡한 부족이나 지방 관계, 서방권으로 번역된 자료부족 등으로 인해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기 힘들다.

나도 2005년의 아프간 총선에 당선된 249 명의 신임 국회의원 명단을 뽑아들고 당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름과 손톱만한 사진 한 장을 빼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사람이 200명 가까웠던 것이다. 게다가 절대 다수의 당선자가 무소속이었기 때문에 소속 정당을 보고 성향을 예측한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지난 10여년 간 관찰하기로는 잘 모르는 아프간 정치인의 성향을 가늠할 때 가장 유력한 지표는 역시 수염인 것 같다.

내가 가진 대략적인 공식은 이렇다.

콧수염 = 공산주의자
텁석부리 = 이슬람주의자거나 전통주의자(무자헤딘, 탈레반)
면도 내지는 짧게 다듬은 턱수염 = 세속근대화론자 혹은 서방(소련 포함) 세력과 협력중인 인사

살펴보기


공화국 시절

모하마드 다우드, 70년대 쿠데타로 집권해 근대화 개혁을 밀어붙였던 대통령, 공산혁명으로 살해됨


공산정권

누르 모하마드 타라키, 4월 공산혁명 지도자, 혁명 후 권력투쟁에 패해 살해됨



하피줄라 아민, 혁명 후 치열한 권력투쟁의 승리자로 떠오르나 브레주네프의 역린을 건드려 척살당함



바브락 카르말, 소련군의 침공 후 옹립된 공산정권 지도자


모하마드 나지불라, 공산정권 비밀경찰 총수로 있다가 고르바초프의 발탁으로 대통령에 오름



전형적 변신사례

압둘 라시드 도스툼, 80년대 공산정부 산하의 잘 나가던 민병대장


도스툼, 공산정권을 무자헤딘에게 팔아넘기고 우즈베크 족 제일의 군벌로 떠오름



무자헤딘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무자헤딘 지도자 이슬람 당(Hezb-e-Islami) 당수, 전 국무총리


압둘 라술 사야프, 사우디아라비아의 극렬 와하비 파의 비호를 받았던 무자헤딘 지도자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 70년대 카불 대학의 이슬람학 교수였다가 무자헤딘 지도자로 변신함



시브가툴라 모자데디, 파슈툰 부족 전통주의 계열 무자헤딘 지도자



탈리반

물라 랍바니, 탈리반


물라 오마르, 탈리반 총수



북부동맹

모하마드 파힘, 타지크족으로 마수드 사후 북부동맹 총수


압둘라 압둘라, 타지크족으로 북부동맹 외무장관



(탈리반 몰락 후 빈자리를 메꾼) 토호열신

바차 칸 자드란, 팍티아 주지사를 지낸 파슈툰 족 토호


굴 아그하 시르자이, 칸다하르 주지사를 지낸 파슈툰 족 토호



현 아프간 정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


이런 경향이 생기는 이유는 나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국왕이 상투를 자르는 것처럼, 전통적인 텁석부리 턱수염을 기르느냐 면도를 하느냐가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전통을 존중하는지 개혁을 지향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가 아닐까 한다.
by sonnet | 2007/08/20 16:49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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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玄武 서식지 2호 : 제주교대 at 2007/12/04 18:26

... 학생 ″사과하라″ 촉구 [기자수첩]리더의 언어 대학총장, 학생 폭행 ‘파문’ 흠좀무스런 기사가 많이 나와서 경력을 보았다. 아프간에 수염이 있다면, 한국엔 한복이 있고 극단적이거나 무능한 경우가 많다는 편견이 좀 늘었다. ... more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8/20 16:58
역시 애꾸눈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의 사진이 가장 포스가 넘칩니다.

운동장에서 불도저로 포로들을 밀어버렸다는 라시드 도스툼은 어째 흔한 B급영화 악역삘이 나는군요 ㅡ.ㅜ
Commented by 이녁 at 2007/08/20 17:06
하하하, 이것 참 묘하면서도 그럴듯합니다. 혹시 모종의 약속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김미상 at 2007/08/20 17:14
콧수염은 혹시 스탈린의 영향이 아닐지..... (압둘 라시드 도스툼의 초창기 모습에서 스탈린이 떠올랐습니다. -_-)
Commented by Cato at 2007/08/20 17:24
하하...원래 콧수염이나 말끔한 얼굴은 히틀러의 사례를 생각해 우익, 털보스타일은 마르크스나 카스트로를 생각해서 좌익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하긴 김미상님 말씀대로 스탈린이 콧수염인 걸 보면 이것도 꼭 맞는 것은 아니군요-_-;;) 아프간은 또 다른 기준이 있는 모양이군요^^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7/08/20 17:48
만화 멋지다 마사루의 수염 마니아 매니저 누님이 보시면 좋아할... 아니 마사루 횽아 본인이 "앗, 너희들도 수염 마니아냐? 원츄! 원츄!" 하시겠군요.
Commented by NOCTUM at 2007/08/20 18:13
의외로 이런 분류법에 진실이 숨겨진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해 두어야 겠습니다 ^^;
Commented by 屍君 at 2007/08/20 19:05
수염으로도 그 사람 정치 성향을 읽을 수 있군요.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8/20 19:22
종합해보면 서구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은 그리 많지 않군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8/20 19:48
헉! 저 설에 의하면... 전 <세속 근대화론자> 이군요~ 니히~~ ^^
Commented by didofido at 2007/08/20 19:48
'텁석부리' 항목은 탈레반이 서방과 그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오해와는 상반되게 시아파가 아니라 수니파라는 좋은 증거가 되는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8/20 20:26
아, 그러고 보니 우리 택사마 모택동은 수염 無... 어라...
(핑퐁 외교를 하긴 했지만, 그게 언제적 가서야 이뤄진 일인데...)

어쨌거나 이것 참... 아프간 뿐만 아니라 아랍권 전체에 놓고 봐도
의외로 먹힐 듯한 법칙입니다요...
Commented by ssn688 at 2007/08/20 21:16
(코와 턱에 걸쳐)수염을 기르는 것은 아랍권에서는 현재도 보편적인 관습이더군요. 적어도 전통을 '지양'하는 서구화(좌파든 우파든)된 부류가 아니면 말입니다. 최소한 이슬람에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같은 '이념적' 근거는 없을 듯 한데... 그냥 오랜 관습이 존속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어느 문명권이든 그랬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자이툰 부대원들도 파병 확정되면서부터 수염 기르는 게 권장되지 않았습니까. 한편으로 알카에다의 행동대원들은 "아랍인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깔끔하게 면도하고 다니기도 했다는 말도 있죠. (먼 산)
Commented by shaind at 2007/08/20 21:20
아, 다른 건 몰라도 "변신 사례" 에서 우리는 이 이론의 정합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lol
Commented by Eraser at 2007/08/20 21:26
의외의 구별법이군요 (...) 수염으로만 성향을 파악한다..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8/20 23:06
요즘은 턱수염이 많이 없겠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8/20 23:40
저도 중동쪽 수염이나 옷차림(전통복장이냐 노타이 양복이냐 아님 서구식 정장이냐)을 두고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류라면 이라크의 말라키도 어느 순간엔가 정장을 벗고 수염을 기를 날이 오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at 2007/08/21 21:15
ㅎㅎ 재미있네요.

이번에 본 '제국의 최전선'이란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수염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그말을 듣자 홀리데이 소령이 일부러 자기 턱을 쓰다듬으며 빙그레 웃어보였다. "요전날 주지사 사무실에서 회의가 있었어요. 지방 유지들도 참석하는 회의였죠. 그들이 회의장에 들어서며 나를 보고 수염ㅇ르 쓰다듬었어요. 호의와 존경의 표시였죠. 아프간 현지 문화의 어떤 부분과 가치에 순응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들을 결코 설복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다른 나라와 다릅니다. 낙후되었다는 거죠. 이 때문에 타협을 해 현지화되는 것이 좀 필요해요. 또 하나 2001년 제5특전단이 이곳에 온 이후 아프간인들은 수염 기른 미국인들과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되었어요."

이 책 관점은 별로지만 꽤 재미있는 내용이 많네요. :)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7/08/21 23:34
생각보다 뭔가 정확-exactly-한 구별법이군요
Commented by didofido at 2007/08/22 21:32
그러고보니 이런 기사도 있었네요.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그의 아들 우다이는 대표팀이 경기에 지면 선수들의 머리털과 수염을 깎고 구타를 가했다."(<한국일보> 7월 30일)
Commented by 들러갑니다 at 2007/08/22 22:40
턱수염이 남자의 상징이라고 보는 문화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24 17:46
BigTrain/ 오마르는 외부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극히 꺼려서 그의 사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녁/ 사실 20세기 전반의 아프간 왕족들 사진을 보면 콧수염 내지는 면도한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프간 왕족들은 계몽군주를 해보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김미상/ 설마요.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꼭 지도자가 아니라 하급 간부들도 콧수염을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했다는 증언을 본 기억이 납니다.

Cato/ 이슬람권은 역시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바보이반/ 하하하!

NOCTUM/ 주먹구구의 힘이죠. 혈액형보단 훨씬 잘 맞는다는데 50원 걸겠습니다.

屍君/ 사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사이에도 구식 교육을 받은 노장파와 신식 교육을 받는 소장파 간의 갈등이 상당히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도 외모에서 좀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요?

라피에사쥬/ 어쨌든 미국과 치열하게 싸우는 그룹은 거의 확실하게 텁석부리 그룹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사진 나온 탈리반 관련 인물 중에 수염 밀고 나온 사람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으니까요.

파파울프/ 앗, 그러십니까.

didofido/ 예, 사실 아프간에는 하자라족을 제외하면 쉬아파가 거의 없고, 탈리반과 하자라는 내전기에 복잡한 원한 관계까지 있어서 둘이 섞일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paro1923/ 그럴지도요.

ssn688/ 탈리반은 자기 세력권 밖인 헤라트와 카불을 점령하고, 여자들에게 부르카를 쓰게 강요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남자는 수염을 기를 한 달의 시간을 주고 수염을 길렀는지를 단속했었습니다. 원래 면도하고 다녔으면 한 달 안에 수염이 충분히 자라긴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shaind/ 도스툼 장군은 역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시지요.

Eraser/ 뭐 그냥 별다른 근거가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한번 찍어 보는 것.

미친고양이/ 설마요.

행인1/ 말리키는 언제까지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펄/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됴취네뷔/ 하하

didofido/ 한국도 가끔 운동선수들이 삭발식을 하는 적이 있지 않나요? 뭔가 좀 일본적인데 기원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들러갑니다/ 사실 대부분의 전통문화권에 그런 문화가 있으니만치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didofido at 2007/08/24 19:11
sonnet/ 일본에서 온 풍습이라는 건 거의 확실한데, 일본도 에도 시대까지는 승려나 죄수들을 제외하고는 까까머리 풍습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항 이후 문화같은데 그에 관해선 전문가 분께 문의를 드렸습니다. 다만, 야구의 경우에는 미국에서는 '놀이'의 개념이 강했던 데 비해 일본에서는 도입 초기부터 '교육(좋게 말해)의 수단'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19세기말 대학 야구팀에서는 팔이 아픈 투수를 나무에 묶어 놓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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