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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외교정책론(장병옥)


서평이랄 수는 없지만 최근에 본 책이라 간단히 감상을 적어둡니다.

전반적으로 특징 없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소재를 골고루 다뤄주고 있어서 이 주제에 입문하고 싶은, 저 같은 사람은 한 권 갖고 있으면 아깝지는 않은 그런 책입니다.

단행본으로서 내용의 응집력이 약하고 각 장마다 앞 장에서 설명한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이 간간히 보이는 것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딱히 없어도 원래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들을 한 데 모아 약간 가필한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별 세 개 정도.


그런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이란 외교정책이란 이렇게 요약할 수가 있겠더군요.

그러나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 정복당한 이후 페르시아는 계속해서 아랍·셀죽 터키·몽골·아프가니스탄 등 외세의 지배를 받는 치욕을 겪었고 19세기부터는 영국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이란의 부흥은 통치자와 대다수 국민의 마음 속에 잃어버린 페르시아 제국의 옛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란인들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민족의 유산으로 잘 보존하였으며, 이러한 유산은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인류문명에 커다란 공헌을 했던 것이다. (p.30-31)

마지막으로 이란 외교정책의 이러한 목표, 수단 그리고 행동노선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누가 나라를 다스리건 어떤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건, 변함없이 이란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쳐온 정치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예측해볼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탈피하지 못한 정치문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대부터 이루기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국내 정책이든 외교정책이든 부적절한 수단을 사용해온 이란 지도자들의 정치문화이다. (p.281)

뭔가 환빠들이 집권하고 외교정책을 세우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지 않습니까? 하긴 환국과는 달리, 페르시아 제국은 실체가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란 정도의 역사, 인구, 영토를 가졌다면 이란이 중동에서 옛 아케메네아 페르시아 제국 같은 지위를 되찾는 것은 Manifest Destiny다, 위대한 민족에게 굴욕을 가져다 준 외세를 밀어내고 다시 한번 우리나라를 영광스러운 지역 패자의 자리로 되돌리자!라는 주장이 국내적으로 상당히 먹혀든다고 해서 이상하진 않아 보입니다.

그게 실제로 성취가능한 목표인지, 혹은 괜히 그런 목표를 추구하다가 실제로 국익만 손상시키지 않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요.


한편 늘 하는 인용구 정리를 해본 결과 제가 괜찮다고 생각한 내용들은 주로 다음 두 책에서 갖고 온 내용이 많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사야겠군요. 이거...

* Hunter, Shrieen T., 1990, "Iran and the World", Bloomington and Indianapolis: Indiana University Press
* Hunter, Shrieen T., 1998, "The Future of Islam and the West: Clash of Civilizations or Peaceful Coexistence?", Westport: Praeger.
by sonnet | 2007/08/16 17:29 |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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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기린아 at 2007/08/16 17:36
대략 지금의 이란도 설명이 가능하군요. 이 이야기는 이란의 정치가들은 모두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이야기가 되는건데, 좀 ㄷㄷㄷ 하군요;;;
Commented by 汗柱 at 2007/08/16 17:50
끙... 갑자기 창밖에 들리는 비행기 소리가 겁나네요...
Commented by Eraser at 2007/08/16 17:55
중동패권을 이란이 낼름 (...)
Commented by Ha-1 at 2007/08/16 17:58
어째 프랑스의 향기가.. (응?)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8/16 18:17
중국에서도 국내용으로 먹힐만한 이야기지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8/16 19:19
국내용은 아무래도 꽤 보편화가 진행된것 같은데 대외용은 어떨런지[..]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8/16 19:48
동아시아 일대에서도 내심 반길 사람이 적지 않은 관념이군요. 에구...;;;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7/08/16 20:02
팔레비 왕의 고가 미제무기 사재기나 수염 대통령의 원자탄 하악하악은 겉모습은 달라보여도 뿌리는 같군요.
Commented by Luthien at 2007/08/16 21:58
어디서 구입하셨나요? 사가지고 들어가야겠다 싶은데. (...)
Commented by 어부 at 2007/08/16 23:06
옛날은 파르티아를 로마가 막았는데 지금은 누구.... ^^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7/08/17 00:21
저런 생각이 동아시아에 들어오면 곤란하지 말이죠.
중국은 서역을 먹으려고 할테고 요동네는 만주정벌, 물건너는 종합셋트... ㄷㄷ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7/08/17 00:31
저번에 써주셨던 글 - 전 중국 외교부장 첸지천의 "나는 먼저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자신이 스스로 혼란에 빠지지 않고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여 국제적으로 친구를 많이 사귀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면 여타 국가는 감히 중국에 맞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 중국에 비하면...
이란은 경제발전이나 하시죠 뿌우'ㅅ'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8/17 03:57
뭐, 설마 소아시아를 다 지배했던 아케메니드조를 재현할 생각은 없겠지요. 강대국이 되겠다는 꿈은 있겠지만.. 중국은 19C에 자존심은 확 꺽였지만 영토등은 그래도 거의 보존했는데 얘네들은 그렇지도 못했고 열강에 기를 못펴고 산 기간도 훨씬 기니까 저런게 잘 먹힐겁니다. 웬만하면 영토를 가지고 쌈박질 않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지금 영토도 그리 작지 않고 옛 페르시아의 중심부도 그대로 남아있는걸로 아는데..

H-1// 저도 동감입니다. 프랑스하고 비슷하네요.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7/08/17 10:55
흐음, 불가침이라고 생각했던 종교조차 그많은 도구들중 하나뿐이였군요 이잌..

왠지 저렇게가다가 팍스아메리카나(이미 팍스는 아닌건가)와 함께 끔찍한 참극으로 결말을 맺게될지도,(과거의 전례를 따라서)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8/17 13:07
ohnemich // 단균 보균자라. 그들에 대한 정확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혹시 블로그 사용하시나요?
Commented by ohnemich at 2007/08/17 14:48
미친고양이님, 저같은 소인은 비행기 태우면 안되요^^, 떨어지면 무지 아프거든요^^

桓菌보균자라... 솔직히 말하면 '완전한 창작'은 아닙니다^^, 예전에 환빠들을 벌레나, 박테리아에 빗댄걸 보고 떠오른 착상이니까요.

여기를 알고 나서 가입은 했긴 했는데, 지금 보고 있는 대붕께서 쓰신 글을 보고 있자니 저의 너무나 부족한 필력과 대비되어서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비록 많이 부족하더라도 한번 글을 써보기 시작할까요?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07/08/18 02:32
장병옥 교수라면 현대 중앙 아시아 정치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각 중앙 아시아 공화국들의 내정이나 외교 등을 설명할 때 대 이란 관계 및 이란의 입장 등을 설명하면서 역내 이란 역할을 부각시켰던 걸 꽤 잼있게 읽은 기억이 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18 12:35
기린아/ 과대망상증 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질병이 있다.. 정도라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汗柱/ 설마 우리까지 차례가 오진 않을 듯.

Eraser/ ... 하기엔 좀 실력이 후달리죠. 이란이 큰 것은 사실 미국의 실수로 이란의 적들이 몰락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지 이란이 잘나가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Ha-1/ 좋은 착상이신 것 같습니다.

길 잃은 어린양/ 예, 충분히요. 중국은 사실 지역강대국 이상을 노려볼 만한 저력이 있으니까 한 스케일 더 크게 나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라피에사쥬/ 그건 시장 상황에 맞추어 낱개 포장으로.

paro1923/ 예. 사실 남 이야기가 아니죠. 전설의, 아니 환빠의 고향 아닙니까.

바보이반/ 저도 같은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샤 시절에도 자기 나라 하나 지키기에는 비정상적인 무기 쇼핑을 했었죠. F-14와 15를 모두 사겠다고 해서, 미국 사절단이 가서 하나만 사셔도 된다고 설득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Luthien/ 작년에 나온 책이라 왠만한 데는 다 있을 것 같은데. 교보에서 샀음

어부/ 역시 미국 밖에 없죠. 전 사실 아무리 무기를 팔아도 사우디아라비아가 팔 걷어붙이고 이란과 일전불사할 용기는 없다고 봅니다. 사우디는 그렇게 무기를 샀어도 언제 한번 전쟁 해본 적이 없고, 심지어는 이스라엘과도 싸운 적이 없습니다. 돈질 위주의 공작 같은 건 꽤 하지만요.

あさぎり/ 들어오면이 아니고 동아시아엔 진작에 뿌리박고 이미 유충단계입니다. 이제 남은건 완전변태냐 불완전변태냐, 살충제 투입이냐 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요.

하이버니안/ 이란은 사실 현 지도부가 위기 자체를 정권유지에 이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자 중국관련 기사를 하나 번역해 봤는데 재미있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지나가던이/ 저도 영토 확장을 위한 정복전쟁 같은 건 걱정하지 않습니다. 사실 걸프전 때도 드러났지만, 거기 그런 대제국이 나올 것을 방치할 강대국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란이 저런 식의 렌즈를 갖고 자신과 세계를 보는데 다른 외국들은 그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교적 타협의 도출은 매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됴취네뷔/ 아니 물론 종교는 중요한, 아마도 민족주의와 쌍벽을 이룰 만한 동기이긴 하지요.
부시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곤경을 겪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대결은 아마 부시 행정부 이후로도 상당 기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ohnemich/ 이슬람 혁명이 껍데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것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근간이자 많은 정책의 출발점이지요. 다만 이슬람 혁명의 수출 같은 꿈은 이란-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상당히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라크의 시아파 조차도 변절시키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이란이 중동의 미래를 놓고 담판을 벌일 때, 미국이 설령 현실적 수준의 양보를 할 생각이 있더라도 이란의 웅대한 망상이 이를 결렬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이를 설득해 볼 수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집을 위한 트집 정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겠지요.

腦香怪年/ 그 책은 못봤습니다. 쿠르드 족에 대한 책이 하나 있는데, 워낙 자료가 없는 쿠르드 관련이라 재미있게 읽은 기억입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7/08/20 22:15
왕년의 두우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21 18:54
rumic71/ 동의합니다. 너무 잘나갔던 조상을 가졌다는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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