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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테러
독립운동가 = 테러리스트. 과연 존재할 수 없는 등식인가? (Ladenijoa)에서 트랙백

나도 지난 몇 년간 이 비슷한 논쟁에 여러 차례 참여해서 김구=테러리스트 설을 지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내 입장을 밝혀 두고자 한다.


내가 던지는 기본적인 의문은 이렇다.

우리가 다시 한번 독립운동에 나서야 할 만한 궁지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테러리즘을 우리의 수단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나는 이 질문이 단지 한번 생각해보기 위한 가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멀지 않은 미래에 직면할 가능성이 꽤 있는 실제적인 질문이다. 유사시의 빠른 결단을 위해 우리가 지금부터 입장을 정리해 둬야 할 바로 그런 종류의 질문이란 말이다.
반면 김구≠테러리스트 설의 지지자들은 이 점에서 나와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독립운동은 과거의 일일 뿐이며 우리가 미래에 다시 만나게 될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명확한 입장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란 평소에는 말이 통하고 거래도 가능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영토에 대한 외국의 점령이 발생할 경우 꼭지가 돌아버려서 그 어떠한 설득이나 회유도 통하지 않으며, 아무리 큰 피해가 나더라도 끊임없이 광신적으로 점령세력에 대해 공격을 계속하는 유별난 종족"이란 관념을 인접국과 주요 강대국 정치지도자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심을 수 있다면 더 강한 이웃들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힘이 바로 억지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은 우리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지 범 세계적으로 일관성있게 적용되는 원칙이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원칙을 범세계적으로 일관성있게 지지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의 테러리스트들과 입장을 같이한다는 논리적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즉 공산혁명의 수출을 지지한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이나 외국의 민족해방전쟁을 폭넓게 후원했던 마오쩌둥의 제3세계론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모든 국가가 우리를 적으로 돌릴 것이며, 우리가 우리의 방어적 테러리즘을 고수함으로서 얻게 될 잠재적 이익을 월등히 초과하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논리는 반드시 이기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최후의 수단으로 남에게 가하는 테러만 옳고, 남이 우리에게 혹은 남이 다른 남에게 가하는 테러는 무조건 잘못이란 입장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


이를 핵무기 보유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보통 국제적으로 책임감있는 핵무기보유국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

1. 최후의 수단
핵무기는 국가의 생존 같은 아주 좁게 정의된 최고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됨
2. 엄격한 통제
핵무기는 도둑맞거나 우발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됨
3. 비확산
핵무장 능력을 다른 비핵보유국에게 전하지 않음

이러한 기준은 핵무기란 단어를 테러로만 치환하면 그대로 책임감있는 테러능력보유국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1. 최후의 수단
테러는 정상적인 군사, 외교, 경제력으로 국가의 생존, 영토 보존, 주권 수호 같은 최고의 국가이익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을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사소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면 안됨
2. 엄격한 통제
테러는 최후의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 함부로 또는 우발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됨
3. 비확산
우리 자신이 테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빠지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나 정치조직의 테러를 지원하지 않음

전쟁은 도덕적으로 좋지 못한 것이지만 피치 못하게 전쟁에 뛰어들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테러도 도덕적으로 좋지 못하다. 아마 비교하자면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이 테러일지도 모른다.
나도 기본적으로 테러는 아주 나쁘다고 본다. 전쟁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전쟁, 즉 핵전쟁만큼이나 나쁜 것이 테러가 아닐까?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전쟁이 연구되고 준비되듯이, 테러도 가용한 최후의 정책수단으로서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대국들은 강대국이기 때문에 굳이 테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자국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약소국은 그 정의상 강대국처럼 테러 없이도 자국을 지킬 수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아마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약소국은 함부로 민족주의나 테러리즘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테러리즘에 의존한다고 공식적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것은 물론 미친 짓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민족국가로서의 생존과 영토적 일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last resort)로서 테러리즘이 유의미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는 것이 전혀 그를 욕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표적을 직접적인 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김구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고,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는 테러라는 식의 논리는 반드시 배격해야 한다. 그런 주장은 패배만 불러오는 해로운 주장이다.

우리가 어쩔 수 없어 테러를 하기로 한다면, 강하고 치열한 테러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자국 영토 밖으로 몰아낸 히즈불라 같은 성공 사례를 모방해야지 김구와 같이 결국 승리하지 못한 약하고 간헐적인 테러를 모방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테러를 해야 한다. 못이길 줄 알면서도 테러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김구가 처했던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그의 전례를 이어받아 다시 한번 테러로 투쟁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최후의 사태를 피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럴 각오가 단단히 서 있는 독종이라는 것을 미리 사방에 알려두어야 한다.
by sonnet | 2007/08/11 00:54 | flame! | 트랙백(1) | 핑백(4) | 덧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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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eutsch`s We.. at 2008/08/08 06:01

제목 : ■ 김구 선생은 테러리스트가 맞다.
김구 선생은 뉴라이트가 얘기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정의한 것 자체에 분기탱천하고 있다. 어떻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냐고 하면서 말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테러리스트 = 범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뉴라이트 역시 테러리스트 = 범죄자로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반미를 외치던 자들도, 뉴라이트를 비판하......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7/08/12 00:35

... 앞선 글에서 백의사(白衣社)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어서 부연. 3. 우익의 북한 타격정책 1946년 모스크바삼상회담의 소식과 국가수립 문제의 부각은 정권적 차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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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capcold님의 블로그님 .. at 2008/12/18 13:37

... 등으로 역사떡밥도 넘실넘실하니, 몇가지 생각의 토막들을 토해내게 된다. !@#… 토막 하나. 김구 테러리스트 vs 독립운동가 떡밥. 테러에 대한 입장은 sonnet님의 꽤 이전 포스팅, 그 이분법의 멍청함은 kirinha님의 최근 포스팅을 읽으면 충분. 하지만 역시 재미있는 것은 그 뉴라이트 (무려 ‘교과서’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 more

Linked at 포도주 : 테러는 당연히 비판.. at 2014/12/11 13:44

...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테러 Sonnet님의 포스팅은 언제나 이런 저런 일이 있을때마다 침착하게 생각하게 해준다.저 포스팅을 굳이 읽고 오기 귀찮은 사람을 위해 문장을 그대로 퍼오 ... more

Commented by Ha-1 at 2007/08/11 01:06
보편적인 인간의 입장에서 반대를 (과연 외국의 영토점령이 나라는 개인에 있어 장단기적으로 득실인가 이에 대해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검토하여)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써 공감을 (결국 나 또한 민족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짐'으로 인한 행동양식을 규정'받게 됨'으로, 한민족의 생존이라는 궁극적인 수단 앞에 가치의 일관성이나 보편적 도덕은 하위의 가치에 머무름을 고려하여) 표합니다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7/08/11 01:10
하려면 확실하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8/11 01:18
지당하신 말슴입니다. 김구 주석은 테러리스트 두목이었던 게 맞고, 이봉창이나 윤봉길 의사도 테러리스트 행동대원이었던 게 맞죠. 사실은 분명한 사실.

덧 : 오늘 포털 뉴스에 뜬 "값싸고 쉽게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테러하는 법"이라는 기사 보셨습니까? 미국 모 대학 교수가 제안했다는, 밴 20대랑 저격수 준비해서 미국 각지에서 "워싱턴 저격사건 흉내내어 쏘고 튀기질"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는 이야기.
Commented by 지롤 at 2008/08/08 16:00
슈타인호프 이자식이 이게 맛이 갔구나 니놈도 쪽발이냐? 이 땅에서 쪽발이들이 말살되는 그날까지 청소를 해야겠구나..
Commented by 지롤 같은 at 2008/08/10 15:28
사람부터 일본 추방하면 국민 민도 대폭 상승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7/08/11 01:46
독종의 각오를 미리 보여주려면 역시 대인배의 한마디일까요?!
Commented by at 2007/08/11 01:52
"한국인들이란 평소에는 말이 통하고 거래도 가능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영토에 대한 외국의 점령이 발생할 경우 꼭지가 돌아버려서 그 어떠한 설득이나 회유도 통하지 않으며, 아무리 큰 피해가 나더라도 끊임없이 광신적으로 점령세력에 대해 공격을 계속하는 유별난 종족" => 어째 '탈레반' 내지 '파슈툰족'을 정의하신 것 같아요.. ^^;;
Commented by 특이성 at 2011/05/22 10:00
저는 체첸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7/08/11 02:57
핵병기와의 비교를 보니 잠이 확 깨는군요...-_-;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7/08/11 03:42
지금까진 나름대로 김구도 테러 성공사례라 생각했는데;;;
헤즈볼라급 성공사례가 필요한 거군요-ㅅ-
Commented by joyce at 2007/08/11 05:30
잘 읽고 갑니다.
'나는 사용하지만 보편적 원칙으로는 승인하지 않는다' - 이렇게 돌파하는 것이군요.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08/11 08:11
바로 그렇기 때문에 테러와 자유의 투사를 구별해야합니다. 미래에 우리가 행할 테러는 현재는 실체가 아직 없고, 현실세계에서는 테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테러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기 위해서 테러는 목적과 수단이 정당해야 한다고 주장해야할 필요가 있읍니다.
Commented by Madian at 2007/08/11 08:57
지난번에 남겨주신 리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현재 처지-국록 수령 생활자-라서 No Comment 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군요 으음.

하지만 김구도 우리가 던진 많은 돌멩이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8/11 11:21
약소국 최대의 결전병기는 결국 '테러'인 것이군요... ㅡㅜ
Commented by Luthien at 2007/08/11 12:32
아, 딴소리 겸 질문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누가 핵배낭 테러보다 불특정 다수 저격이 훨씬 유용한 테러방법이라고 주장했던데, 혹시 그 전모를 아십니까?
Commented by 로리 at 2007/08/11 15:07
예전에 전 테러를 지지한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솔직한 생각으로 정당한 전쟁이라는 말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만약 인접국과 전쟁이 날 때 우리나라 이지스함 1척 있다고 걔들도 한척으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테러리즘 그 자체는 수단으로써 존재하고 최후에 사용할 수 있다고만 보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봅니다.

그 곳에 괜히 정당성이니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 어 코메디라고 봅니다. 보통의 방법이 없으니깐 결국 사용하는 방법이니까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8/11 15:24
테러의 효율성은 테러대상의 인내력과 끈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것 같습니다. 요즘 강경 러시아 언론들은 체첸이 00년대 초 수준으로 테러공격을 증가시켜도 이를 감내하고 코카서스를 박살을 내주겠다고 공언하더군요. 물론 그런 일이 가까운 시일내에 오지 않기때문에 가능한 발언인것도 같지만 러시아나 중국처럼 인명피해에 대한 인내력이 대단한 나라의 전쟁의지를 꺾는것은 무척 힘든 일인 듯.
Commented by 로리 at 2007/08/11 15:27
그 부분은 테러 대상의 전략의 실패가 아닐까요. 인명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나라에서 인명을 공격해봤자 큰 전략목표가 되지 않으니까요. 만약 해외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 상하이의 공단 같은 곳에 맨날 타격을 주거나 외국인 자본자에 대한 공격을 하면 어떨까요?

테러 역시나 타격목표나 전략을 잘 짜야지 성공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8/11 15:49
이번 김구=테러리스트 뉴스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반쯤 장난삼아서 어떤 포털의 게시판에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쓴 미국 서적을 비난하는 농담글을 하나 썼는데 예기치 못하게 무식한 미국인들을 성토하는 분들이 제 글에 호응을 보이더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8/11 16:28
러시아가 인명이 중요하지 않은 곳은 아닙니다[..] 병력자원이 모자라서 골치를 썩는 걸요.

1차전 직후 러시아내 전쟁지지여론이 크게 약화되는데에 있어서 지독한 저항이 효과를 본 셈이지만 그 사례만 가지고 인명 상대로 테러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군이 노릴 수 있는 공격대상 자체가 너무 한정적이죠.. -_-;;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11 16:29
Ha-1/ 개인적인 이익을 따진다면 사실 독립운동은 안하는게 합리적이겠죠. 그것이 독립운동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었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기불이/ 한다면 그래야겠지요.

슈타인호프/ 김구를 놓고 말하자면, 해방 이후에도 백의사 같은 형태로 국내정치테러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은지? 임정 후원 하에 자객이 가서 수류탄 투척으로 북한지도부 암살을 노린 것이니까.
사실 193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통합독립운동단체인 민족혁명당을 만들 때도 김구는 한인애국단 명의로 이를 비난하면서 "혁명운동은 역량 집중이 아니라 투쟁에 달렸다"라는 이유를 들어 동참을 거부했었는데, (물론 조직의 주도권 문제가 핵심이지만) 여기서 김구가 선호하는 투쟁은 '다수를 결집할 필요가 없는' 유형의 투쟁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이버니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건 때 중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일 시위는 분명한 과시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정치적 시위가 금기인 중국에서, 공안이 사실상 방관하는 시위가 열린 것이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금모으기 운동이니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엄청난 숫자의 월드컵 응원자들 같은 것도 우리 민족주의의 잠재적 동원능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펄/ 아하하,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사실 저도 그 문장을 꾸밀 때 파슈툰 족을 떠올렸습니다.

스카이호크/ 이란 같은 나라는 군사 퍼레이드를 할 때 자폭자원병을 보여주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순교자원자 모집행사 같은 것을 열고 외신기자들을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그들이 자국의 공식적인 억지력의 일부로 테러 능력을 포함시켰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실 핵무기와 대비할 때 테러위협의 약점은 위협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핵무기는 정기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조합해서 신뢰성있는 탄두와 투발수단을 가졌음을 주위에 과시하는 게 정례화되어 있는데, 평시에 테러국가로 낙인찍히지 않으면서 신뢰성있는 테러역량을 가졌음을 과시할 방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Ladenijoa/ 시대가 바뀌면서 테러의 실무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는데, 단순히 임정이 구사했던 정도로만 우리의 활동을 한정짓는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궁지에 몰려서 테러에까지 의존해야 할 정도라면 최신 테러 기술과 전략을 무제한 도입 활용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

joyce/ 사실 '나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게 본심이지요.

서산돼지/ 제가 잘 몰라서 여쭙습니다만 '부당하다'고 지적해야 하는 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그게 일종의 국제적인 반테러 regime을 거부하는 입장으로 비치게 되기 때문인가요?
사실 제가 퍼트리고자 하는 바가 바로 대중들의 사고방식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테러가 "부당하다"는 가치판단적 입장을 몰아내고, 그 대신 정당하든 부당하든 그거야 우리가 알 바 아니지만 대개는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거부한다는 이해득실판단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Madian/ 예. 이해합니다. 머 나중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기회도 오겠지요.

BigTrain/ 사실 테러든 게릴라전이든 누가 좋아서 그런 걸 하겠습니까?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렇지.

Luthien/ 다음 글에 포스팅했으니 직접 보시압.

로리/ 제가 테러리즘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게 호리병 속의 악마를 꺼내는 것과 같아서 일단 풀어놓으면 나중에 풀어놓은 당사자도 도로 집어넣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라피에사쥬/ 결국 누가누가 더 독종이고 지구력이 있나 하는 게임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미국 발 '테러와의 전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많은 반사이익을 봤다고 봅니다. 그것만 없었으면 아랍권에서 상당한 지원이 더 갔을 터인데...

길 잃은 어린양/ 낚으셨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11 16:38
로리, 라피에사쥬/ 테러조직의 형편상 대부분의 공격은 자기 근거지 근처에서 일어납니다. 자기 지역구를 넘어선 원거리 타격력을 가진 글로벌 테러조직은 거의 없지요.
그런 점에서 9/11 테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같이 멀리 떨어져 있고, 아랍-무슬림 기반이 취약한 나라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는 점입니다.(이들도 아직 두 번은 못했지만)
한반도 내가 아니라 상하이 같은 곳의 산업시설을 두들길 수 있으려면, 그 조직도 상당한 운영 노우하우를 완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7/08/11 19:19
저도 sonnet님과 생각이 비슷합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테러가 우리 입장에서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수단과 목적이 정당한 경우는 거의 없읍니다. 아니 수단과 목적이 정당한 경우는 우리나라의 이익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상관이 없겠군요. 따라서 테레에 반대한다 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 수 있읍니다. sonnet님의 바람과는달리 우리나라 사람처럼 국제관계를 정서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과연 이해득실을 따져서 국제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의심스럽습니다. 저로서는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만,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도 그렇지 못한 것이 작금 현실인지라 안타깝기만 합니다.
Commented by shaind at 2007/08/11 19:27
음, 라틴아메리카의 돈키호테(...)도 "테러리즘을 전쟁억제력의 일환으로 채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Commented by 아텐보로 at 2007/08/12 00:29
혹시 김구선생이 민간인도 사망케하는 테러사건을 일으킨적이 있나요?
Commented by 김미상 at 2007/08/12 10:21
아텐보로/오발이 나는 바람에 미국 여성이 죽은 적은 있습니다. ([백범일지]에 나옵니다.) 그 외에는 잘.....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12 14:10
서산돼지/ 제가 생각하기에도 한국 사람들은 국제관계를 정서적으로, 즉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가 있는 동네처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테러가 가치판단에서 출발한다면 권선징악이란 차원에서 우리가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반테러 활동에 동참해야 할 것이고, 이해득실에서 출발한다면 누군가 정면으로 우리를 겨냥해 공격하지 않는 한 대충 누군가 남이 알아서 하게 미루든가 남의 뒤에 숨는 무임승차가 소국으로서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볼 때 한국인의 전형적인 입장이란 이 무임승차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걱정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별 이익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인 반테러 활동에 동참해 여기저기 불려다니다가 강대한 테러조직이 본때를 보이기 위해 선정한 '손봐줄 목록'에 올라 신나게 얻어터지고 간단히 굴복해 동맹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레바논 폭탄 테러 후 철군한 미국과 프랑스, 소말리아의 블랙호크다운, 스레브니차의 인간방패 네덜란드군, 마드리드 지하철 테러 후 정권이 교체된 스페인 등 이런 식의 비극은 끝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한국의 해외파병에도 일종의 파월독트린 같은 것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은 요즘입니다.


shaind/ 민병대를 잔뜩 만드는게 영 수상쩍지요.

아텐보로/ 테러는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말려들어 죽는(collateral damage) 사람이 흔하게 나옵니다. 전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Commented by 建武 at 2007/08/12 21:40
저는 김구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지만,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현재 테러리스트들을 크게 다르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하는 것은 역시 제가 이기적이기 때문이겠지요. ^^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ssn688 at 2007/08/13 11:28
어쩌면, 테러(라는 딱지가 붙는 것)는 무조건 나쁜 것이며 의열단이나 한인애국단의 투쟁은 테러가 아니다...라는 통념은 의외로 최근에야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햏 중딩 때 TV에서 한 백범 일대기 같은 데서는, 백범이 스스로 말하는 모양새로 "그래 난 테러리스트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같은 대사가 공공연하게 나왔거든요.
"(독립운동가들은)불특정 다수를 노리지 않았으니 테러가 아니다"라는 논리는 한홍구씨의 칼럼(9.11 직후)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워낙 과문한 본햏인지라 그 이전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요.
Commented by porco at 2007/08/13 11:32
'손봐줄 목록'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반테러 연합에 발담그면서 양쪽 눈치 보는 것이 현정부의 대처 방식이고 그리 틀린 것 같진 않습니다. 근데 '손봐줄 목록'에 올라서 아프게 두들겨 맞았다면 일단 발빼고 '무기한 병가'를 내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아닐까 합니다만...
몇대 맞았다고 "응징" 하겠다는 나서는 것이 분수도 모르는 최악의 선택지 중 하나겠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7/08/14 12:30
建武/ 제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sn688/ 9.11 이후에 테러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역사는 오늘부터 시작된다. 우리 편이냐 적이냐 결정해라!'는 시대다 보니까요.

porco/ 그건 소위 한번 사고가 날 때까지는 무단횡단을 방치하겠다는 식의 논의인 것 같습니다.
반테러 연합의 문제는 상대편, 즉 테러조직들은 모두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데 반테러 연합은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 모든 테러조직을 동시에 적으로 돌린다는 점입니다.
LTTE나 히즈불라는 알-카이다를 적으로 삼는 나라라고 해서 그들의 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을 건드리는 상대만 적이지요. 이 말은 우리가 어떤 테러조직을 적으로 돌리고, 어떤 조직은 방치할지를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야 하며 함부로 범세계적 반테러 구호에 동참한다는 것은 불필요하게 적을 만드는 꼴 밖에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Commented by 희안한세상 at 2008/08/08 19:50
김구는 테러리스트 맞다. 절대적인 도덕 기준으로 보면 맞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도덕 기준으로 보면 테러리스트 이전에 우리나라 최고의 애국자이자 최고의 독립투사이다.
김구의 직접 테러 대상인 일본인들의 눈으로 보면, 희대의 테러리스트로 마땅히 없어져야될 인물이지만 우리의 눈으로 보면 그는 최고로 복제하고 싶은 인물이다.
그럼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자연히 절대적인 도덕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 (가슴 아프기 한량없지만) 이 것이 현실이다.
테러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 것이 절대적으로 나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주장을 폭력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인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은 5000명 정도의 선량한 사람들의 희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전쟁은 그 목적이 정의롭던 정의롭지 않던 무조건 나쁜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러는 그 목적이 정의롭던 정의롭지 않던 무조건 나쁜 것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대한민국인으로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
Commented by 백범 at 2008/12/27 16:13
희안한세상/

글쎄요. 문제는 해방뒤에도 테러의심을 샀다는 거죠. 지금 열심히 찾고 있지만 중앙도서관 가셔서 아! 비운의 역사현장 경교장, 최근에 나온 도진순씨의 백범어록, 저자는 까먹은 한국정당정치사 이책들 찾아보십시오.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때문에 백범은 골치꽤나 아팠을 겁니다. ^^

저도 이책들 수년전에 중앙도서관에서 본적있어서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데 도통 나오질 않으니...
Commented at 2010/08/07 21: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05/17 07:41
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 결과 "정말로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알리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빚지 않으며 조용히 알리느냐가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특이성 at 2011/05/22 09:59
꽤 인기 있던 미드 배틀스타 갈락티카 시즌3에서 주인공(우리 편) 들은 열심히 테러를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말은 제가 아직 못 봤습니다. 미국 시청자들도, 이런 상황이 되면 테러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걸까요.
Commented by vsfv at 2011/08/20 17:12
우와 이거 무서운 놈이네 전라도인이나 제주도인이 독립투쟁하면서 서울에서 테러해도 이 글을 이글루스에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아니면 조선족이 조선족 자치구 만들어 달라고 테러한다면?
Commented by sonnet at 2011/08/21 14:15
있을법 하지 않은 가정이지만, 설령 그런 일이 있어도 이 글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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