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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i adhaero prae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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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주변의 태클에도 굴하지 않고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라는 최고의 권위로 자기 취미생활을 정리한 어느 덕후의 이야기다. 3월 24일 이른 아침에 열린 회의에서 스튜어트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난생 처음으로 다수진영의 최선임 판사가 된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되기를 거부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의 외야수 커트 플러드(Kurt Flood)가 프로야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다(Flood v. Kuhn). 플러드는 선수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트레이드 할 수 있는 구단의 권리를 보장한 계약조항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 스튜어트는 이 사건의 쟁점을 아주 간단한 것으로 보았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은 프로 야구는 반독점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사건을 일러 “선판례구속 원칙의 이중적인 적용대상 사건”이라고 촌평했다. 선판례를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다수의 연합이 흐트러질 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블랙먼을 집필자로 선정했다.
블랙먼은 신이 났다. 낙태사건을 제외하면 원장이 자신에게 맡긴 사건은 세법이나 인디언 문제 등 우수마발사건이 대종이었다. 반독점법 이론을 프로야구에 적용하게 되면 전국민이 즐기는 대중오락에 중대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블랙먼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시카고 컵스, 이제는 미네소타 트윈즈의 열성팬인 블랙먼은 야구사건의 집필을 담당하는 것이 몹시도 즐거운 일이다.
미세한 사항을 챙기는 습관대로 블랙먼은 <야구백과사전>을 구해다 책상머리에 앉혔다. 선수들의 일생 기록을 점검하여 나름대로 스타의 최저요건을 정립했다. 연대와 각 팀의 포지션 별로 대표적인 후보들을 골라 출장 게임 수, 타율, 방어율 등을 점검해 나갔다. 기록점검을 마친 블랙먼은 판사용 도서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판결문의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판결문의 도입부를 야구 송가(頌歌)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길다란 세 문단으로 야구의 역사를 회고했다. 그리고는 “다이아몬드와 잔디밭을 주름잡았던 무수한 스타들, 시즌을 불문하고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미국민의 일상에 활력소가 된 전설과도 같은 화제를 제공했던 영웅들: 타이 캅, 베이브 루스, ……” 이렇게 써내려간 명단이 이미 70명도 넘었다. 마침내 블랙먼은 “명단은 끝없이 계속될 수 있다.”라면서 마감을 했다. 마지막으로 “타격의 케이시”(Casey at the Bat)라는 시를 위시한 많은 야구문학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초안을 마친 후 각 판사실에 회람시켰다.
브레넌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블랙먼이 도서관에 쳐박혀 있기에 낙태판결문으로 고심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본즉 야구카드 놀음으로 소일한 것이 아닌가?
랜퀴스트의 연구원 하나가 블랙먼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워싱턴 세니터즈의 투수였던 카밀로 파스쿠알도 위대한 선수의 명단에 들어가야 한다고 농담어린 충고를 던졌다. 전화를 받은 연구원은 다음날 답신을 보냈다. “대법관께서는 파스쿠알이 기묘한 커브 볼을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신 적이 있대. 그러나 야구백과사전에서 기록을 점검해 보니 통산 174승에 불과하다더군. 373승을 기록한 크리스티 매튜슨과 같은 반열에 둘 수는 없다는 판단이시네. 그러니 자네가 이해해 주게나.”
블랙먼의 방에 전화를 걸어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포함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연구원들의 새로운 게임이 되었다. 스튜어트는 블랙먼에게 집필을 의뢰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도입부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를 농담 겸해서 전했다. 스튜어트의 고향 팀인 신시네티 레즈 선수도 한 사람 끼워주면 블랙먼의 의견에 찬동하겠노라고. 곧이곧대로 알아들은 블랙먼이 레즈 선수 하나를 추가했다.
마샬도 항의의 표시를 했다. 흑인 선수는 한 사람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블랙먼은 자기가 작성한 명단은 대부분이 2차대전 이전의 선수들이라고 해명했다. 흑인이 메이저 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1947년에 와서야 비롯된 일이다. 바로 그 사실이 자신의 논점이라고 마샬이 말했다. 흑인 선수 세 명이 추가되었다. 재키 로빈슨, 로이 캄파넬라 그리고 새첼 페이지.
어쨌든 마샬은 입장을 바꾸어 플러드의 편을 들기로 했고 게다가 독자적인 의견을 집필할 생각이었다. 이제 4 대 4로 양상이 바뀌었다. 이어서 화이트가 마샬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다면 마샬의 의견이 곧바로 다수의견이 되는 것이다. 화이트는 프로 스포츠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풋볼 선수로 얻은 수입 덕분에 일류 법과대학의 학비를 댈 수가 있었다. 풋볼 선수로 전국을 여행하던 시절이 새삼 되살아난다. 그때의 팀이야말로 동료애로 똘똘 뭉친 젊은이들의 집단인 진짜 팀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자신의 개인 성적에만 연연하는 독불장군이 너무 많다. 연봉 10만 달러의 고액에도 승복하지 않는 커트 플러드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낼 건덕지가 없었다. …… 마침내 화이트는 플러드를 패소시키는 블랙먼의 의견에 동조할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위대한 선수’ 리스트 부분에는 동참을 유보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블랙먼은 이러한 모욕에도 태연했다. 아직 4표 뿐이다. 이대로 가부동수이면 의견서가 공표되지 않는다. …… 법원은 교착상태인 채로 5월의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블랙먼이 초안을 쓰느라고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의 다수의견은 수포에 그칠 것처럼 보였다.
토요일에 있은 원장의 블랙먼 방문과 연이은 블랙먼의 낙태판결 집필연기 발표로 연구원들 사이에는 두 사람이 모종의 표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난무했다. 마치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이나 하듯이 휴정일이 임박하여 버거는 플러드 사건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블랙먼에게 찬성한다는 발표를 했다. 비로소 블랙먼은 제5의 표를 얻었다. 버거 또한 애초에는 블랙먼의 의견서 중 도입부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종 의견서가 발표된 후에 연구원 한 사람이 질문했다. “왜 위대한 선수 명단에 뉴욕 자이언츠에서 날리던 외야수 멜 오트가 빠졌습니까?” 블랙먼은 “무슨 소리야, 분명이 오트를 넣었어.”라고 말했다. “인쇄된 판결문에는 오트의 이름이 없던데요?”하고 연구원이 갸우뚱거렸다. “크으, 그렇다면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범한 게로군.” 블랙먼은 혀를 차며 애석해 했다.
Woodward, Bob., Armstrong, Scott., The Brethren: Inside the Supreme Court, New York:Simon & Schuster, 1979 (안경환 역, 『판사가 나라를 잡는다』, 철학과현실사, 1995, pp.303-307) 이 길지 않은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당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판결문에 이런 장황한 명단이 있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긴 취미인데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이중 누가 덕후의 오리지널 살생부에 속하고, 누가 다른 대법관 캠프의 로비로 구제되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Then there are the many names, celebrated for one reason or another, that have sparked the diamond and its environs and that have provided tinder for recaptured thrills, for reminiscence and comparisons, and for conversation and anticipation in-season and off-season: Ty Cobb, Babe Ruth, Tris Speaker, Walter Johnson, Henry Chadwick, Eddie Collins, Lou Gehrig, Grover Cleveland Alexander, Rogers Hornsby, Harry Hooper, Goose Goslin, Jackie Robinson, Honus Wagner, Joe McCarthy, John McGraw, Deacon Phillippe, Rube Marquard, Christy Mathewson, Tommy Leach, Big Ed Delahanty, Davy Jones, Germany Schaefer, King Kelly, Big Dan Brouthers, Wahoo Sam Crawford, Wee Willie Keeler, Big Ed Walsh, Jimmy Austin, Fred Snodgrass, Satchel Paige, Hugh Jennings, Fred Merkle, Iron Man McGinnity, Three-Finger Brown, Harry and Stan Coveleski, Connie Mack, Al Bridwell, Red Ruffing, Amos Rusie, Cy Young, Smokey Joe Wood, Chief Meyers, Chief Bender, Bill Klem, Hans Lobert, Johnny Evers, Joe Tinker, Roy Campanella, Miller Huggins, Rube Bressler, Dazzy Vance, Edd Roush, Bill Wambsganss, Clark Griffith, Branch Rickey, Frank Chance, Cap Anson, Nap Lajoie, Sad Sam Jones, Bob O'Farrell, Lefty O'Doul, Bobby Veach, Willie Kamm, Heinie Groh, Lloyd and Paul Waner, Stuffy McInnis, Charles Comiskey, Roger Bresnahan, Bill Dickey, Zack Wheat, George Sisler, Charlie Gehringer, Eppa Rixey, Harry Heilmann, Fred Clarke, Dizzy Dean, Hank Greenberg, Pie Traynor, Rube Waddell, Bill Terry, Carl Hubbell, Old Hoss Radbourne, Moe Berg, Rabbit Maranville, Jimmie Foxx, Lefty Grove. The list seems endless. And one recalls the appropriate reference to the 'World Serious,' attributed to Ring Lardner, Sr.; Ernest L. Thayer's 'Casey at the Bat'; the ring of 'Tinker to Evers to Chance'; and all the other happenings, habits, and superstitions about and around baseball that made it the 'national pastime' or, depending upon the point of view, 'the great American tragedy.' Curtis C. FLOOD v. Bowie K. KUHN,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407 U.S. 258, 92 S.Ct. 2099 (1972)
# by sonnet | 2007/07/15 20:09 | 문화 | 트랙백(2) | 핑백(1)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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