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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점을 찍던 1962년 10월 27일 밤,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는 미국 주재 소련대사 아나톨리 도브리닌을 만나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나는 그에게 이 사태(U-2기의 격추)가 극도로 심각한 사태의 반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 앞으로 12시간, 기껏해야 24시간 이내에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 나는 미사일 기지가 사라져야 하며 지금 즉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늦어도 내일까지 기지가 해체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최후통첩이 아니라 단지 사실의 기술일 뿐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들이 그 기지들을 해체하지 않으면 우리가 나서서 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나라도 보복할 수 있겠지만, 그도 알아야 할 것은 이 일이 끝나기 전에 죽는 사람들에는 미국 사람들 뿐 아니라 소련 사람들도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Robert Kennedy to Rusk, 30 October 1962, President's Office Files, JFKL

도브리닌은 상황의 심각성을 정확히 이해했지만 전화를 사용하는 대신 8시간이 걸리는 정규 전문으로 이용해 이 최후통첩을 크레믈린에 보고했다. 흐루시초프가 한 발 물러서기로 결심한 그 순간까지도 이 전문은 도착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36년 후 한 미국 연구자가 도브리닌을 만나 왜 그랬냐고 물어보았다. 도브리닌은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에겐 전화로 보고하는 관례나 전례가 없었다"

양국 정상은 결국 사태 막판에 서로 일반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사태 종결 후 양국정상간 직통전화인 핫라인을 가설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태 이전에 베를린 위기 등에서 양국 정상은 편지를 주고받았었다)
by sonnet | 2007/06/08 01:01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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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7/06/08 01:06
관료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례인 것이군요...[털썩]
Commented by IEATTA at 2007/06/08 01:11
.............. 역시 관료제의 저 규칙성이란....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6/08 01:15
관례... 저것 때문에 서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배 튕겼다면,
어쩌면 지금의 세상은 '북두신권'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

관료제가 노화하고 경직될 경우에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위기 사례군요.
Commented by 이름없는괴물 at 2007/06/08 01:16
관료제야말로 인류문명사멸의 첫번째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덜덜덜덜....)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6/08 01:46
전례! 전례! 전례! 그것은 성서!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7/06/08 01:47
그러니까 한국전쟁 당일날 탄약불출하라고 난리치니까 정확하게 낸다고 한알 한알 세고 있던 하사관은 정상이었다 거군요.
Commented by Ya펭귄 at 2007/06/08 02:40
핵전쟁도 전례가 없다고 안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gforce at 2007/06/08 03:03
...브라보!

개인적으로, Dilbert의 정부기관 버전이 나왔으면 하는데 말이죠(먼산)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6/08 06:03
그런데 사람은 생각보다 실수가 많아서 그런지 '전례를 따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례가 없는 일'을 하는 경우도 좀 있는듯합니다.
Commented by band at 2007/06/08 06:41
원래 두령이 직접 깽판을 쳐야 졸개들이 활개를 치는 법이니......월급에 가족의 목숨걸어야만 하고 배가 산으로 가던 땅굴을 파던 가야만 하는 조직에서는 전례는 미덕이자 정의일 뿐!

복지부동이야 삽질도 제대로 못하는 부서에서의 정의!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6/08 07:11
1962년부터 저렇게 체제가 경화돼 버렸다니... orz...

그래도 30년 가까이를 더 버틴 걸 보면 역시 핵무기의 힘은 위대하다고 해야 할 지...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7/06/08 07:36
BigTrain//원래 관료제가 버티기에는 좋잖습니까. 시름시름 시들어가서 그렇지.
Commented by F.E.M.C at 2007/06/08 07:48
'196X년 지구는 핵의 불길에 휩싸였다'.. 쿠바위기가 정말 3차대전 직전이었다고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군요(ㄷㄷㄷ;;)
Commented by 어부 at 2007/06/08 09:03
저런 .... 진짜 저게 제가 리플 단 문제의 해답이란 말입니까... (털썩 OzTL)
결국 만병 통치의 해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6/08 12:21
정말 세계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불바다가 될뻔 했군요.... 덜덜덜....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06/08 12:39
만일 정규전문 보내는데에 12시간, 혹은 24시간이 소요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Orz...
Commented by poppy at 2007/06/08 12:58
답답해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군요. ㅉㅉ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6/08 15:10
저 얘기는 꽤 유명한 얘기였죠. 전화를 깔아놀 생각을 그 전에는 누구도 못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 때만 해도 외교결정을 전화로 하기엔 좀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요. 물론 세상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를 상황에 저러고 있었다는건 답답하기 이를데 없지만요.
Commented by 아이스맨 at 2007/06/08 17:57
대인배들의 머릿속을 범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6/10 21:46
あさぎり/ 빨간불도 다같이 건너면 무섭지 않다고나 할까요.

IEATTA/ 평시에는 저런 규칙성이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가져다 주는 좋은 측면으로도 작용하는데...

paro1923/ 저 보고가 오기 전에 흐루쇼프가 이미 양보를 결심했기 때문에 치명적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 같은 거대한 관료기구를 가진 두 나라가 맞붙을 때, 그 중 어느 톱니바퀴가 고장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겠죠.

이름없는괴물/ 음, 관료제와 상비군은 근대국가의 토대라고들 하는데 꼭 나쁜 점만 있기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양쪽 모두에 주의하면서 써야 하는 도구인 것 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슈타인호프/ 규정집!

功名誰復論/ 정상이라곤 할 수 없어도 있음직하다고 정도는 말해 줘야겠지요...

Ya펭귄/ 핵전쟁은 작계에 쓰여 있으니까 전례는 아니라도 규정은 있는거죠.

gforce/ 이야기는 비슷하면서 딜버트 특유의 공감도만 떨어질 듯.

라피에사쥬/ 넵.

band/ 흐흐, 역시 직장생활로 단련된 지혜.

BigTrain/ 스탈린 비판도 그렇고 1960년대 초가 30년대나 40년대 말 보다 나빴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페리스트로이카 세대가 이때 청소년층이였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스카이호크/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F.E.M.C/ 그 확률에 대해선 참 많은 이야기가 있죠. 1/3에서 1% 미만까지... 언제 기회 되면 그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어부/ 예. 부작용이 있는 약들을 조심스럽게 섞어 쓰는 것 이외에 다른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행인1/ 수정구 효과라구 해서, 1차대전 때 제국을 말아먹은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세 황제가 미래를 볼 수 있는 수정구가 있었으면 과연 전쟁을 했겠느냐란 비유를 많이 씁니다. 미소 두 나라가 브레이크를 밟은 데는 핵무기가 그 자체로 수정구 역할을 해 주었다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그래도 그냥 전문으로 보낸다에 한표.

poppy/ 저도 저 이야기를 처음 듣고 속이 상당히 더부룩했더랬습니다.

지나가던이/ 저때 전화는 도청을 막을 수가 없는지라 평소에 철저히 통제를 했지요.

아이스맨/ 그런 것을 시도하는 게 역사의 묘미
Commented by sonnet at 2007/06/10 21:50
all/ 저 때의 전화는 암호전문과는 달리 효과적으로 도청을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주미대사 도브리닌은 최후통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나온 앞뒤 정황, 자신이 보비 케네디와 이야기하면서 받은 인상, 자신의 평가와 건의 등을 같이 보내야 하는데, 그걸 전화로 하면 소련측의 카드나 내심이 노출되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어찌 되었건 핵전쟁이 나면 도루묵인데, 융통성 없는 건 알아줘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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