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에너지 정책 혹은 자원 외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늘 소개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수로(aqueduct)
돌로 만들어진 그것은 온 나라 전체를 꿰뚫고 하늘 위로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텅 비어 있다. 수문들 사이로는 을씨년스런 바람만이 휭휭거리며 지나간다. 북쪽 나라에서 그 수로를 끌어와 남쪽 나라까지 연결시키는 공사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얘기하곤 했다.
「이제 곧, 공사가 끝나고 수로가 완성된단다. 그러고 나면 북쪽 나라에서 천 마일을 달려온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우리 농작물을, 우리 꽃들을, 우리 목욕탕을, 그리고 우리 식탁을 즐겁게 해줄 거란다.」
아이들은 단단한 돌덩어리가 차곡차곡 쌓여 수로가 모양을 갖추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늘 위 10 미터에 걸린 채 끝없이 뻗어 있는 수로에는 백 미터마다 괴물 머리가 조각된 홈통 주둥이가 달려 있어 아래쪽 바닥의 저수지로 물줄기가 곧장 떨어지게 되어 있다.
북쪽 나라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 두 나라는 지난 몇 해 동안 서로 칼을 들이대고 방패를 부딪치며 좋지 않은 사이로 지내오고 있었다.
수로 건설 공사가 끝나는 해가 왔다. 그리고 북쪽의 두 나라는 서로 백만 발의 화살을 쏘아 대고, 백만 개의 방패를 쳐들며 싸움을 시작했다. 칼과 방패들이 백만 개의 태양처럼 번쩍거리며 부딪쳤다. 천지를 뒤덮는 듯한 함성과 아우성이 아련히 남쪽 나라까지 들려왔다.
그 해가 거의 저물 무렵, 마침내 수로가 완공되었다.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남쪽 사람들은 기다렸다.
「언제 물이 오지? 북쪽 나라들이 전쟁을 한다는데, 우리 모두 목말라 죽는 거 아냐? 우리 농작물이 다 말라 죽는 거 아냐?」
북쪽 나라에 가 있던 대사가 달려왔다.
「아주 끔찍한 전쟁입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학살이 저질러지고 있어요. 이미 죽은 사람들이 1억 명도 넘습니다.」
「왜들 그렇게 싸우는 거요?」
「그들은 서로 생각이 다릅니다. 북쪽의 두 나라는 서로 의견이 달라요.」
「그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 그들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건.」
남쪽 나라 사람들은 모두 수로 아래로 길고 긴 대열을 이루며 모여들었다. 전령들이 노란 댕기를 휘날리며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그들은 수로에 모인 사람들에게 외쳤다.
「꽃병도 좋고 그릇도 모두 가지고 나와요! 쟁기를 들고 밭으로 나가서 준비해요! 목욕통도 가져다 대어 놓고 물컵도 들고 있어요!」
콸콸거리는 소리가 북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나긴 가뭄에 시달리다 모여든 남쪽 나라 사람들은, 죄다 항아리며 주전자며 사발을 높이 쳐들고 수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홈통에선 아직 스산한 사람만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온다!」
소식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순식간에 수백 마일을 달려갔다.
드디어 엄청난 액체의 흐름이 메마른 돌바닥을 휩쓸고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마침내 거칠 것 없이 격렬하게 수로를 타고 흐르는 소리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남쪽 나라를 가로질렀다.
「들어 봐, 왔다! 준비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들고 온 주전자며 잔들을 높이 치켜들었다.
수문의 홈통을 따라 액체가 아래로 콸콸 쏟아졌다. 괴물 머리 모양의 홈통 주둥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액체가 양동이로, 목욕통으로, 그리고 밭으로 뿌려졌다. 들판의 곡식들도 이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감격에 겨워 목욕을 했다. 들판마다 도시마다 노랫소리가 울려 나왔다.
「근데, 엄마!」
한 아이가 잔을 들어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 안에 담긴 액체가 천천히 요동했다.
「이건 물이 아니잖아요!」
엄마가 말했다.
「조용하거라, 얘야!」
「이건 색깔이 붉어요. 그리고 걸쭉해요.」
「자, 여기 비누가 있다. 그러니까 아무 말 말고 네 몸을 깨끗하게 씻으렴. 입 다물고 조용히.」
사람들이 외쳤다.
「빨리 밭으로 나가서 물고를 트자! 논에 물을 대자!」
밭에선 아버지와 두 아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이대로만 가준다면 앞으로는 사는 데 아무런 걱정이 없겠구나. 창고에 곡식을 가득 채우면서 항상 청결한 몸으로 살 수 있어.」
「걱정 마세요, 아버지. 우리 대통령이 북쪽에 사람을 보냈거든요. 앞으로도 북쪽의 두 나라는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울 거예요.」
「그럼, 누가 알아! 전쟁은 50년도 더 갈걸?」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밤 모두 행복하게 잠자리에 든 남쪽 나라 사람들 귀엔 여전히 수로를 흐르는 풍성하고 기운찬
<물>소리가 들려왔다. 수로는 남쪽 나라의 대지를 아침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길 소개한 다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 외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이란 없고 정치와 외교에는 늘 어두운 뒷면이 있기 마련이지만, 자원외교는 특히 그게 심하다. 요즘 주요 에너지 수출국 치고 정세가 안정된 곳이 어디에 있으며, 손을 더럽히지 않을 곳은 또 어디인가? 만약 그런 곳이 있다 하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기회가 한국같은 후발 국가에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오사마 빈 라덴은 이미 90년대 말에 터무니없는 헐값에 알라가 주신 부가 해외로 도둑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는 적어도
배럴당 144 달러는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한 바 있다.
휘발유가 지금의 2배 이상, 전기, 대중교통, 모든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제픔 등도 그에 준해서 오르는 상황이 닥치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실직자들이 거리를 메우며 대중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정부에게 특단의 대책을 요구할 것이다. 그 때도 우리가 「조용하거라, 얘야!」라고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세계대공황의 충격이 닥치자 사람들이 군소리없이 히틀러의 손을 들어 주었던 것을 잊지 말자.
세상을 살다 보면 피치 못하게 더러운 일을 해야 될 때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럴 때 자신이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자각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그 일을 하는 것과, 발등에 불이 떨어져 고통스러워하며 허우적거리며 손에 잡히는 대로 모든 일을 다 해치우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