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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학무기 이야기


"우리의 화학무기는 확실한 안전의 보장과 더불어 아직도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 화생방군 사령관 S.V. 페트로프 장군, '이즈베스티야', 1990년 8월 6일

"러시아 화학무기의 주요 비축분들은 충분한 안전의 보장과 더불어 50년은 더 보관할 수 있다"

동 부대 부사령관 I.B. 엡스타피에프 장군, '로시스카야 가제타', 1992년 4월 8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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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중 이페리트 공장 노동자의 경험담

나는 이페리트에 대한 명령을 하달받았다. 우리는 방호복과 고무장화, 장갑, 방독면을 착용하고 교대조로 투입되었다. 오염된 공기 속에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한다는 것은 마치 예술이었다. 그렇게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후인 7월에 처음으로 실수를 했다. 그래서 한 달간 병원에 있다가 다시 이페리트 공장으로 돌아왔다.

공장에서는 설비 수리를 하고 있었다. 즈메예빅(나선형 파이프식 온냉방장치)에 로프를 묶고 트랙터로 잡아당겨 뜯어냈다… 그런 장치에서 나오는 잔유물로 인해 공장내 대기가 급속도로 오염이 되고 있었다. 공장 내에 이페리트 증기의 최대 허용 농도가 200, 300, 400배나 넘어섰다… 만약 내 동료가 피해를 당해 당신과 교대를 못한다면 당신은 두 번의 교대시간 동안 버티고 있어야만 한다.(p.34)


노보체복사르스크의 V가스 공장, N83작업소

가장 맹독성 물질인 V가스는 1972년에 특별히 건설된 레닌스키 콤소몰 기념 '힘프롬'에서 생산되었다. 이를 위해 추바쉬공화국의 행정수도 체복사라와 보조를 맞추어 노보로체복사르스크라는 도시가 건설되어졌으며, 이를 위해 동원된 건설 노동자의 대부분은 죄수였다. N83 작업소에서는 1987년까지 화학탄 장전작업을 수행했다. 그리고 폐기물들은 아무런 처리설비도 없는 폐기장으로 옮겨졌으며, 폐수는 찌빌강으로 흘러들어 여기서 다시 볼가강으로 유입되었다.

V가스를 생산하면서 스카판드르(잠수복 일종의 방호복 -저자 주)도 착용하지 않았으며, 인구조 독극물에서 나오는 증기로부터 노출된 피부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는 오파놀복 L·1(무색 고무로 만들어진 복장 -저자 주)만을 착용한 채 작업을 수행했다. 오늘날 이 작업에 동원된 수 천명의 사람들이 장애를 겪고 있다.

N83작업소 직원의 증언
'뇌질 환, 복합신경병, 신부전증, 간염… 나는 더 이상 내가 가진 병명을 다 열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서 이러한 질병 '다발'을 얻었는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이것은 3차 생산이다. 기자들에게 모두 다 보여주고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N83은 직업병 환자들의 정확한 숫자도 숨기고 있다. 나처럼 이렇게 불운한 이들이 많다. 우리들은 가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르바츠키복장(어부들이 조업시에 입는 복장, 역자주)만을 입었으며, 아무도 불구나 장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물질'은 방호복과 호흡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피부를 통해 침투되었다. 작업자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면서 쓰러지면 오파놀복 L·1을 지급해 주었다. 사람 몸과 옷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다. 물질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 몸에 축적되어갔다. 시간은 점차 우리를 져버리고자 시계바늘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서명을 할 수 없다. 박해가 두렵기 때문이다. (p.42-44)


[마라디콥스키 항공] 기지에서는 한때 인구조 독극물이 든 화학탄을 늪지역에 침수시켜 폐기한 적이 있다. 이처럼 침수 방식으로 폐기하기 이전에는 화학탄을 기관총으로 쏘아 폭파시키기도 했다. (p.54)


부실한 수출규제

[1994년을 기준으로] 소비에트 V가스가 아닌, 미국가스 VX의 반제품은 러시아 대통령령에 의해 소비에트연방으로부터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소비에트 V가스의 반제품은 반출 금지대상이 아니므로 러시아의 적법한 서류절차를 통해 언제든지 아무 규제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p.90)


이페리트 폐기 경험담(1946-48년)

탱 크 윗뚜껑을 통해 바닥 50cm까지 특별하게 만들어진 구멍으로 이페리트를 부어 넣었다. 그리고 석회를 뿌리자 마치 횟불처럼 이페리트에 불이 붙었고 아무런 찌꺼기도 없이 완전히 다 탔다. 화학물질이 장전되어 있는 250kg 항공폭탄을 가져와서… 특수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작업했다. 당시 작업을 하던 12명 가운데 현재 6명이 살아있다.(p.115)

이 시기에는 나치독일에서 신경가스를 대량 노획했기 때문에 소련이 갖고 있던 1세대 화학무기를 대량으로 폐기하였음


이페리트 폐기 경험담(1961년)

…철도 지선을 따라… 커다란 갱도를 팠다. 이페리트를… 넓은 장소로 굴려서 옮겼다. 이페리트가 압력을 통해 버너를 거쳐 갱도로 들어가도록 콤프레서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DTS-GK 분말을 뿌렸다. 이페리트가… 활활 타올랐다. 그렇게 폐기를 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방호복을 착용하고 작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1961년에 엄청난 양의 독극물을 폐기했다.(p.116)

이 시기에 다시 10,000 ~ 12,000톤의 화학무기를 폐기함.

화학무기 동해에 투기(1961년)

'1961 년이었다. 나는 극동오스트롭스키 선박국에서 근무했다. 어느날… 선박 한 척이 어딘가에서 항로를 바꾸어 포시에트로 향했다… 모든 승무원에게는 개인 방독면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먼 바다로 나가 일본해의 어느 지점에서 화물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 화물은 일반 폭탄이었으나… 화학물질이 들어 있었다. 지도에는 이 지점이 '폭발성 물질 폐기소'라고 적혀 있었다. 항상 밤에만 폐기를 했다. 우리들은 약 한 달간 작업을 했고 이러한 항해를 모두 세 번이나 했다. 머지않아 일본해에서는 생태적 파괴가 일어날 것이다.' (p.116)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1991년 6월 13, 20일


인용문들은 모두 다음 책에서 가져온 것.
Lev A. Fedorov, Khimicheskoye Oruzhiye V Rossii: Istoriya, Ekologiya, Politika, 1994
(양정성, 이상재 역, 『러시아의 화학무기 정책: 개발사 환경 생태학적 영향과 대책』, 북스힐, 2003)

이 책에는 수많은 화학무기 폐기사례가 나오는데 결국 보면 대략 3가지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1. 대충 태운다.
2. 적당히 묻는다
3. 바다에 버린다.


이 책은 잠수함 출동일지가 발표된 것과 같은 시기에 나왔다. 러시아의 상황으로 추측할 때 지금이라고 해서 이 책이 씌여지던 시기의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by sonnet | 2007/05/14 00:51 | 정치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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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5/14 01:10
핵무기 관리는 저것보다 좀 나았기나 바래야 겠군요.
Commented by 이녁 at 2007/05/14 01:16
진짜 소련이라는 나라도 여지간히 안습이군요.
Commented by 메르키제데크 at 2007/05/14 01:25
화학무기관리참.... 화려하게 하는군요. 이래서야 어느 단체에서 독한 맘 품고 빼돌리려면 빼돌리겠는데요.
Commented by F.E.M.C at 2007/05/14 03:42
북한 화학무기 관리상태는 제발 저것보다는 좀 나았으면 합니다만.. 별로 신뢰가 안가네요..;
Commented by Layla at 2007/05/14 05:53
우와, 정말 '대충', '적당히' '아무렇게나' 인데요?
엄청나군요.

이건 국민학교때 피아노학원에서 읽었던 체르노빌에 관련된 만화 읽었을때 느낀 충격과 동급... 오늘밤에 무서운꿈꿀것같아요.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5/14 07:53
화학무기가 저렇다면 핵무기나 폐원자로 문제는 정말 심각하겠네요. 일본이랑 우리나라가 매년 동해에서 방사능 조사를 한다고 듣긴 들었는데... 남의 일이 아닌지라 정말 걱정되는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5/14 08:31
체르노빌 당시 분진의 간접영향을 받았던 북구유럽에선 나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곤 있는데 상대가 워낙 대인배국가인지라 근본적으로는 '제발 좀 잘 해주세요'로 일관하는게 안습이더군요.
Commented by 단순한생각 at 2007/05/14 09:10
역시 대인배들은 수백명이 죽거나 생태계가 파괴되는건 신경쓰지 않나봅니다. -_-;

정말 보면 참 아름답다 못해 안구에서 습기가 차네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5/14 10:20
대인배 나라는 화학무기도 그저그런 일반 쓰레기로 취급하는군요....
Commented by 玄武 at 2007/05/14 12:36
러시아는 영삼옹 시절에 동해쪽에 방사능 폐기물을 대량투척한 일이 있었죠...그린피스가 몰려가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물대포 몇 번 맞아주고 깃발 흔들다 상황종료.

..가끔씩 맛없는 생선을 먹다보면 그 생각이 나곤 합니다. (...)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5/14 12:46
생선을 먹지 말아야 겠군요.
Commented by 이름없는괴물 at 2007/05/14 17:00
그쪽 동네는 예나 지금이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충격과 공포'의 제국이었군요. ㅡ.ㅡ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5/14 18:16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격언은 그야말로 이상론이군요.
그래도 높은 분들이 최소한 정직하기라도 했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05/14 23:27
커헉...동해산 말린 오징어를 그래도 "국산"이랍시고 즐겨먹는데 혹시...덜덜덜-ㅂ-;;;
Commented by poppy at 2007/05/15 06:35
너무 스케일이 엄청나서 실감은 잘 안나네요.

링크걸고 가겠습니다.
Commented by joyce at 2007/05/15 14:31
순간 러시아에 태어나지 않아서 좋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5/16 19:48
그나마 오징어는 난류성 어류이니 좀 나을 것도 같지만, 명태는... (......)
하아, 정말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입니다...
Commented by 屍君 at 2007/05/16 20:04
정말 땅덩이가 커서 그런가 생각하는 것도 저렇군요.. orz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17 00:45
유감스럽게도(!) 돈이 많은 (그렇게들 싫어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수로 갈수록~ 환경도 깨끗해진다는 경향에서 군대도 예외가 아니군요. 똑같은 대인배 국가라고는 해도 이러한 차이가.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5/17 09:32
너무 심하군요. -_-;;
Commented by oldman at 2007/05/17 13:08
하여튼 노서아 횽아들의 대인배 정신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른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18 13:05
하얀까마귀/ 핵무기는 아무래도 위상이 다르다보니 저것 보다는 좀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녁/ 충격과 공포의 나라지요.

메르키제데크/ 사실 화학무기는 완제품을 빼오는 게 핵이나 생물무기만큼 매력적이진 않은 듯 합니다. 물량도 상당해야 하구요.

F.E.M.C/ 북한도 내부를 볼 수가 없어서 확인만 못하지 저런 문제는 당연히 있을 겁니다.

Layla/ 저런 류의 안전문제에 관한 한 공산권은 아무런 개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음. 답변이 늦었는데 꿈자리를 망치게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

BigTrain/ 일본이 극동의 러시아 해군 폐잠수함 원자로 폐기에 돈을 대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죠.

라피에사쥬/ 러시아는 일단 지금까지의 총 생산량이나 재고에 대한 장부자체가 잘 안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5만톤이랬다가 4만톤이랬다가 말하는 걸 보면...
지금까지 화학무기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구식을 폐기하고 신식으로 채워넣기를 세 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무리 적어도 15만톤 정도는 생산하지 않았을까요. 누구는 40만톤이라고도 하던데.

단순한생각/ 처음부터 소련에게 바라기 힘든 종류의 일입니다. 그래도 넌-루가 법안 하는 걸 보면 러시아는 서방이 돈을 내면 돈 낸 만큼은 뭘 하는 것 같긴 하더군요.

행인1/ 그렇죠. 대충 버린다. 쓱싹.

玄武/ 저도 그 때 보도를 기억합니다. 그런데 버릴 때마다 늘 걸리는 게 아니니까...

길 잃은 어린양/ 비늘 색깔부터 영롱한 형광색이라든가. 밤에 빛난다든가...

이름없는괴물/ 그럼요. 전세계 대인배들의 조국이랄까요.

marlowe/ 일을 잘해 낼 돈도 능력도 없는데 밝히면 욕만 먹으니까 무조건 덮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부가 쓰는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쓸데는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늘이/ 흐흐흐...

poppy/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왠지 기시감이?)

joyce/ 그 나라도 잘 알게 되면 좋은 점이 있겠지만, 사실 역사적으론 겁나는 구석이 많죠.

paro1923/ 앗 그런겁니까? 저도 술안주를 명태포에서 오징어로 바꿔야 하는 겁니까?

屍君/ 사람 안 사는 데가 많으니까 이상한데 버린다는 식의 선택도 많죠. 근데 러시아의 무서운 점은 멀리 싣고가기도 귀찮아서 사람 사는데서 몇 킬로미터 안에도 막 버린다는 겁니다.

어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틀린 데가 없습니다.

지나가던이/ 넵 ( __)

oldman/ 유전자에 박혀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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