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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죽은 아버지 섬기듯 하기
예전에 한번 언급한 적 있는 "죽은 아버지 섬기듯 하기" 이야기가 나오는 김에 한번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35주년 경축식에서의 연설문

중국인민해방군 군관, 전사 여러분!
전국 동포 여러분! 동지와 친구 여러분!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35주년이 되는 이 영광스러운 시점에서 나는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하여, 조국의 통일대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조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분투하고 있는 동지들과 동포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가장 뜨거운 경축일의 축하를 드립니다.

35년 전에 우리나라 각 민족인민의 위대한 수령이신 모택동 주석께서 바로 여기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장엄하게 선포하셨습니다. 우리 중국 사람들은 그때부터 일어섰습니다. 35년간 우리나라는 낡은 시대의 어두운 역사를 완전히 종결시키고 사회주의 사회를 세웠으며 인류역사의 발전과정도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부터는 ‘사인방’이라는 반혁명집단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을 철저하게 시정하고 모택동 동지의 실사구시 사상노선을 회복하고 발전시켰으며,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일련의 중대한 정책을 계속 실시하여 전국의 면모가 더욱 새롭게 변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안정과 단결을 실현하고 민주법제를 실현한 기초 위에서 우리는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모든 사업의 선두에 놓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전에 없이 활기찬 발전을 하고 있고, 기타 다른 사업들도 세상이 인정할 만큼의 성취를 얻어냈습니다. 이제 전국의 인민들은 흥분과 자부심을 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의 제12차 당대표대회에서는 2000년에 우리나라의 농공업 연간 총생산액이 1980년보다 네 배로 늘어날 것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몇 년의 상황은 이 웅대한 목표에 능히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중요한 임무는 우리의 전진을 방해하는 현행경제체제를 체계적으로 개혁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전국의 기업들에게 계획적으로 기술개조를 진행토록 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연구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각급 교육사업을 크게 강화하며, 아울러 전체 노동자와 간부에 대한 교육사업도 크게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전 당과 전 사회는 모두 다 지식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지식인의 역할을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래야만 우리는 점차적으로 현대화를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외정책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바대로이며 그것은 항구적이고 변화가 없습니다. 우리는 세계평화를 지키고 국제적인 긴장 국세를 완화시키고 군비를 축소시키며, 먼저 초강대국들의 핵군비와 기타 군비를 축소시키며, 모든 침략과 패권주의에 반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장기간 대외개방정책을 실시해 나갈 것이고, 또 평화공존 5원칙의 기초 위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 및 경제문화관계를 수립하고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마치 우리가 영국과의 담판을 통해서 홍콩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대화의 방법을 통해서 국제적인 쟁의를 해결할 것을 주장합니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그다지 평화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국방을 공고히 하여야 합니다. 중국인민해방군의 전체 장병들은 반드시 시시각각 경각성을 가지고 군사와 정치적인 소양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현대전쟁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성스러운 영토인 대만을 평화적으로 통일할 것을 주장하며, 이와 관련된 정책도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바대로이며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의지는 이제 전 중화민족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대세의 흐름 그대로 조국은 조만간에 평화적으로 통일될 것으로 믿습니다. 홍콩, 마카오 동포와 대만동포와 해외동포를 포함한 전국의 각 민족동포들은 함께 이날이 빨리 오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위대한 중국공산당 만세!
위대한 중국인민해방군 만세!
전국 각 민족인민 대단결 만세!
(1984년 10월 1일)


김승일 역, 『등소평 문선』, 범우사, pp.105-107



그러나 중국에는 이런 평범한 이야기보다는 훨씬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은 대략 이러하다.

공명이 거느리고 온 군사들을 시켜 주유의 영전에 제물을 차려 놓고, 친히 술잔을 바치며 땅에 꿇어앉아 제문을 읽으니,

오호! 공근이여. 불행히도 일찍 세상을 떠났도다.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그 누가 슬퍼하지 않으리요. 내 마음이 참으로 아파 한잔 술을 따라 바치노니, 그대 영혼이 있다면 이를 받으라. 그대의 어렸을 때를 조상하노니, 일찍부터 백부伯符와 사귀어 오로지 의를 위할 뿐 재물에는 뜻이 없었으니 자기 집을 남에게 내주어 살게 했도다. 그대의 약관 때를 조상하노니, 붕새처럼 만리에 날개를 떨쳐 패업의 기초를 세우고, 강남 땅에 자리를 잡았도다. 그대의 씩씩한 힘을 조상하노니 멀리 파구 땅을 쳤을 때 경승景升은 수심에 잠기고 손견으로 하여금 근심이 없게 했도다. 그대의 높은 풍채를 조상하노니, 아름다운 小喬를 아내로 맞이하여 한나라 신하의 사위로서 조정에 부끄러울 것이 없었도다. 그대의 기상을 조상하노니, 볼모를 보내지 말도록 막고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더니, 마침내 큰 날개를 떨쳤도다. 그대가 파양에 있던 날을 조상하노니, 장간이 와서 설득하는데도 술잔을 들고 유유자적했으니, 우아한 도량과 높은 뜻이었도다. 그대의 큰 능력을 조상하노니, 문무를 겸전한 계략이 있어 불로 공격하여 적군을 격파하고, 강한 자를 약한 자로 만들었도다. 그대의 생전 모습을 생각함에 웅장한 인품이요 영특한 기상이라. 일찍 세상을 떠난 그대를 통곡하노니, 땅에 쓰러져 흘린 그 피는 충의의 마음이요 영령의 기품이라. 목숨은 30여 세에 끝났으나, 그 이름은 백세百世에 남겼도다. 그대를 애통하는 정이 칼에 베인 듯 아프니, 애간장이 자지러지는도다. 다만 나의 가슴은 슬픔으로 찢어지는데 하늘이 어두워서 삼군은 처량하도다. 주인은 그대 때문에 애달피 울고, 친구들은 그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도다. 제갈양은 원래 재주가 없는 몸으로, 그대에게 계책을 빌리고 대책을 청하여 함께 동오를 도와 조조에게 항거하고, 한나라를 부축하고 유씨를 안정시켰도다. 우리가 좌우로 나뉘어 서로 돕고 앞뒤로 나뉘어 서로 짝을 지었다면, 죽고 살고 간에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근심하였으리오. 오호라 공근이여! 이제 생과 사로서 영원히 이별했도다. 충정을 검박하게 지키던 그대는 저승으로 아득히 사라졌도다. 혼령이 있다면 내 마음을 살피라. 이제부터 천하에 다시 나를 알아 줄 사람이 없으니, 아아 슬프고 애달픈지고! 다만 엎드려 바라노니, 이 제사를 받으시라.

공명은 제사를 마치자 땅에 엎드려 방성대곡하니, 눈물이 비 오듯 하며 애통해마지 않는다.
모든 장수들이 서로 말한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공근과 공명이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다더니, 이제 그 제사지내는 정상을 본 즉 사람들의 말이 거짓이었도다.”
노숙도 공명이 그처럼 슬피 우는 것을 보고 또한 감동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공명은 저렇듯 다정한데, 공근이 원래 도량이 좁아서 스스로 죽음에 말려갔도다.’

후세 사람이 탄식한 시가 있다.

와룡 선생이 남양 땅에서 잠을 깨기 전에
서성 땅에도 빛을 다툴 인물이 나왔도다.
하늘은 주유를 세상에 내보내고
어지러운 세상에 무엇 하러 공명을 또 내보냈던가!

노숙은 잔치를 베풀어 공명을 대접했다. 잔치가 끝나자, 공명이 작별하고 나와서 배에 타려던 참이었다. 이때 강변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도포를 입고 죽관을 쓰고 허리에 검은 띠를 두르고 흰 신발을 신었는데, 한 손으로 공명의 소매를 잡으며 껄껄 웃는다.

“주유를 울화통이 터져 죽게 만들고 그러고도 조상하러 왔으니, 공명은 동오에 인물이 전혀 없는 줄 아느냐!”
공명이 급히 돌아보니, 그 사람은 바로 봉추선생 방통이 아닌가.

김구용 역, 『삼국지』 4권 , 솔, pp.159-163


...... 내 생각에 공근은 노숙이 말귀를 못알아들어 홧병으로 죽은게 아닌가 싶다 --;
by sonnet | 2007/05/09 01:19 | 정치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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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eferi at 2007/05/09 08:26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욕망은 어떻게 드러나든지 간에 선악을 따질 수 없고,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선악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서로가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선이고, 서로가 서로의 욕구충족을 방해한다면 악이라는 것입니다.

모택동을 믿는 중국인의 굳센 신앙심도 그 자체로 선악을 따지기 보다 그것이 문혁이라는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겠지요.

등소평의 저와 같은 식의 발언도 상호 호혜의 원리-모택동을 낮추고 싶지 않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등소평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것은, 어쨌든 한번 저렇게 말을 해 놓으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모택동을 까야 할 일이 있을때 등소평 지지자는 절대로 모택동을 까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라면 사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어떤가 합니다.

김대중같은 경우에는 이런 말을 하면 어떨까요. "공적자금의 대출과 환수 과정에서 아무런 부패가 없었다면, 김대중은 IMF에서 한국경제를 살려낸 영웅입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공적자금의 부패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면' 뒤에 있는 주장은 유효하지만, 나중에 까야 할 일이 있을때는 "공적자금에 부패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영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뭐 이렇게 빠져나가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5/09 13:06
인민훼방꾼 형님들을 가장 먼저 부르는 것으로 봐선 등소평 대인께서도 브레즈네프 대인처럼 은근히 '원수'소리를 듣고 싶어했던건 아닐까 추측[..]

공근은 노숙이 공명의 레지던트임을 간파했으나 이를 널리 알리지 못해 억울한 나머지 홧병들어 죽은 것 같습니다. 사라진 유서(?)에는 '내 베리야 동지와 같은 위대한 인물을 곁에 두지 못해 하직하노라'라고 적혔..

(사살)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7/05/09 15:10
모택동 동지의 실사구시 사상... 모택동 동지의 실사구시 사상... 모택동 동지의 실사구시 사상...
정신이 머~엉.
그런데 왜 죽은 아버지가 필요한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5/09 15:36
노숙이 못 알아들어 홧병이 터졌다는데 19850표.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5/09 15:49
아아, 저렇게 쓰기에는 아직 제 성질이 조급한가 봅니다... ㅠ.ㅠ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7/05/09 15:55
방통이라도 있었으면 홧병으로 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죠...
[재수없게 방통이 더 일찍 유비에게 갔더라면 죽는 날이 단축됬다에 한표]
Commented by IWBJ™ at 2007/05/09 16:32
뭐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거지요. 아 좀 용법이 다른가(...)
Commented by joyce at 2007/05/09 16:51
조타수께서 죽기 전에 죽은 아비 취급받은 인용구는 없을까 궁금해집니다. 대약진운동 후 상당 부분 실권을 잃었을 때라든가...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5/09 17:48
[고우영 삼국지]에서 공명이 가장 얄밉게 보이는 장면이 바로 저거죠.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5/09 19:28
공근은 노숙 때문에 속터져 죽었다는 사람 추가 입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5/09 21:15
안 그래도 윗글의 빨간 글 부분이 상당히 신경쓰였는데,
밑의 주유 문상할 때의 에피소드가 맞물리니 절묘 또 절묘하군요.
어르고 달래고, 우는 아이 엿 먹이고... (...)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10 00:06
teferi/ 그러시군요. 저는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되어 저를 불편하게만 만들지 않는다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에 대한 남의 개인적 윤리관에 간섭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을 저렇게 띄워주는 것은 마오는 이미 죽어서 더 반론할 수 없고, 마오의 진의를 해석할 권한을 덩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덩샤오핑이 "위대한 마오주석의 진심은 바로 내가 말하는 이런 것이다. 그러니 넌 이단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을 꽉 틀어쥐고 있는 이상 죽은 마오는 덩의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라피에사쥬/ 덩은 저 시점에서 중앙정계에 남아 있는 인물들 중에 최고의 군사적 명성을 지닌 몇 명중의 하나입니다. 장정에도 동참했고, 제2야전군 정치위원으로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 중 하나입니다. 10원수 중 하나인 린뱌오가 멀쩡하던 시절에도 "네게 요양전투의 전공이 있다면 내게는 회해대첩의 전공이 있다. 그깟 게 어떻단 말인가?"라고 말할 수 있었던게 덩입니다.
그러니 후야오방이 "덩 동지는 군대에 한 마디만 하시면 될 일도, 우리는 다섯 마디를 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괜히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이버니안/ 기존에 있던 걸 많이 뜯어고치지 않아도 되고 편리하잖습니까.

슈타인호프, 행인1/ 하하.

미친고양이/ 하하 인간적인 거죠. 저리 보면 제갈공명도 참 뱃속이 시커먼 인간인 것 같지 않습니까.

あさぎり/ 그랬다간 방통이 예형 꼴이 났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IWBJ™/ 그게 중요한 요점 중 하나죠. 죽은자를 칭찬해 주는 건 아무래도 산 자를 칭찬하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러면서도 덕이 있다는 소리나 들을 수 있고.. 일석이조지요.

joyce/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에게 올렸다는 '회개의 편지'가 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이 있네요.

marlowe/ 사실 공명의 얄미운 짓이야 시도때도 없이 나오지 않습니까.

paro1923/ 중국이야 워낙 사람도 많고 역사가 오랜 나라다보니 권모술수의 폭과 깊이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Cato at 2007/05/10 00:28
제 보잘 것 없는 글에서 sonnet님 말씀을 감히 인용한 것이 혹 포스팅 하신 계기가 되었나 싶어 가슴이 벅차 오르는군요. (틀리면 도주)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10 01:12
Cato/ 하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저로서는 부담스럽습니다.
Commented by Layla at 2007/05/10 12:33
그 미련함이 노숙이 가늘고 길게 살 수 있었던 비결아닐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10 19:34
Layla/ 사실 노숙이 하는 짓을 보면 미련한 것인지, 미련한 척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하여간 비결은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성질이 급한지라 꼭 배워야 할텐데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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