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휴일에 별달리 할 것도 없고 해서 나의 책갖고 놀기 사이클을 간단히 정리해 본 것이다.
1. 살 책을 골라 주문한다책을 고르고 주문하는 과정은
지름도설(志凜圖說) 참조
2. 서지정보를 정리한다대개 주문할 책 목록에 새 책을 추가하고 관리하는 단계에 기초적인 서지정보를 정리해 놓지만, 확인 겸 해서 다시 한번 손보게 된다. 자작 수집품 관리 도구인 PostCollect에 등록한다.(대충 도서관 검색 프로그램과 비디오가게 관리 프로그램을 합쳐놓은 거라고 보면 됨)
사실 나의 책 관리 방법은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잘 통일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아직도 일부 자료는 text 형태로 갖고 있는 것도 있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런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ISBN);제목;(원제);저자;(역자);출판사;(가격);(판형);(페이지);(장정);(출판일)
897096407X;라스키: 현대국가에있어서의 자유;Liberty in the Modern State;Harold Joseph Laski;김학준;서울대학교출판부;KRW5000;A5;248;hardcover;1987-03-30
잡지의 경우엔 어떻게든 목차만큼은 확실히 text화 한다.
단행본은 제목만 보면 왠만한 것을 커버할 수 있지만 잡지는 전혀 다르다. 잡지에는 기고자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난삽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잡지 과월호 어디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찾는 것이 중노동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많은 정부기관이나 씽크탱크에서 자기 조직이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을 pdf 파일 형태로 배포하게 되고 월간지들도 웹에서 거의 볼 수 있게 되면서, 수비해야 할 전선이 크게 넓어져 버렸다. 평소에 정리해놓지 않으면 막상 필요할 때는 대충 알면서도 손이 모자라 놓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림 1. 정리된 서지정보
3. 그냥 책을 읽는다.누구나 하듯이 뒹굴뒹굴...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력.
4. 다시 한번 읽으며 눈에 띄는 부분에 표시를 한다책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인상적이거나, 읽으면서 떠올린 착상를 발전시켜나갈 때 필요한 부분을 인용문으로 따기 위해 표시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쓰다가 지금은 3M Post-It Flag로 정착했는데, 매우 편리하다.
그림 2. 표시만 해놓은 상태의 책
그림 3. 이런 식으로 표시하고 하나씩 정리하며 떼어낸다
5. 인용문을 정리한다읽은 내용을 내 것으로 확보해두기 위한 것이다. 사무실이나 외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바로 그 내용이 필요한 순간에 수중에 없으면 곤란하다. 아이디어는 바로 메모해 놓지 않으면 증발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경험적으로 보면 언제 어디서든지 조자룡 헌 창 쓰듯이 인용문을 휘두를 수 없다면 그 인용문을 따둔 가치는 격감한다. 버스 떠나고 나서 기억해 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재인용에 의한 구절인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원출처를 기록하고 내용이 흥미로와 보일 경우
도서구매 후보목록에도 추가한다. 언제 그 책을 사들여야 할지 모르므로.
대개의 재인용은 단편적인 이야기 정도로는 그대로 쓸 수 있지만, 논지의 핵심으로 쓰기 위해서는 원출처를 반드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출처에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적혀 있다면 아주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하게 될 게 뻔하다)
그림 4. 전형적인 방식으로 따둔 인용문, 재인용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 5. 다른 책에서 따 두었던 인용문. 위 인용문의 보강논지가 될 수 있으므로 상호 링크
6. 인용문에 개인적인 견해들을 적는다우선 인용문 중 강조하고 싶은 내용들을 볼드체나 다른 색 글씨체로 강조한다. 이렇게 해 두면 오래 지난 후에도 예전에 봤을 때의 인상을 되살려 내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떤 방향의 이야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지, 예전에 읽은 다른 책 중 이 내용을 보충-발전시키는데 적절한 내용은 무엇이 있는지, 반박하고 싶은 방향이나 요지 등을 코멘트 형태로 적는다.
그림 6. 향후의 논지전개 방향을 메모한 인용문
7. 관련정보들을 링크한다관련된 글이나, 언론 보도, 쓸만한 정보들이 나오는 웹사이트 들을 주제별이나 시간순으로 정리해 모아 놓고 서로 연결한다.
그림 7. 북한이 이란에 판매한 미사일 관련 기사 링크
8.기타(1): 옮겨적기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 연습장 등에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시 같은 것을 베껴쓰면서 외우는 경우가 있다. 보고, 쓰고, 읽으면서 입체적으로 기억하고 반복학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 세대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옮겨 타이핑하는 것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같다. 타이핑하고, 교정하면서 자꾸 읽고 내용에 대한 이해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 둔 내용을 종이로 갖고 있다면 그건 그냥 쓰레기에 가깝지만, 워드프로세서 파일 같은 것으로 갖고 있으면 위에 말한 인용문을 확장하거나 강화할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9. 기타(2): 마음가짐* 이것 저것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방법을 조금씩 해 본다. 나한테 맞는 방법이면 살아남을 것이고 안 맞으면 자연히 안하게 되기 마련.
* 억지로 데이터 정리방법을 통일하지 않는다. 방법론은 계속 변하거나 발전하는데, 옛날에 정리한 자료들을 새 포맷에 맞추는 노가다를 매번 하고 있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새 방법이 충분히 안정되었을 때 옛날 자료들을 조금씩 옮겨 와도 전혀 늦지 않다.
* 처음 100권 정도가 어렵다. 이 임계량을 넘어가면 새로 등록한 자료가 어떤 것이든 기존에 정리된 자료 어딘가에 맞물려 들어가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뭔가 무의미한 일을 하는 것 같은 난감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