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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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의 동기
민주집중제 소신을 당당히 밝혀 나를 사뭇 놀라게 한 심상정 의원이지만, 사실 나는 지난번 총선때 정당명부제 한 표를 민주노동당에 주어 그의 당선에 일조했기 때문에 그때의 투표 동기를 간단히 밝혀 두고자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전과 똑같이 그러나 형식으로 건배하겠습니다. 잔을 끝까지 채우십시오. 신사 여러분 건배합시다.<매너농장>의 발전을 위해!"

아까와 똑같이 진심어린 박수가 터져 나왔고 술잔은 마지막까지 비워졌다. 그러나 밖에 있는 동물들이 그 장면을 보았을 때 , 그들에게는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돼지들의 얼굴을 변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클로버의 흐릿한 눈동자가 돼지들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어떤 돼지들은 다섯 겹의 턱이 있었고 어떤 건 네 겹, 세 겹의 턱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턱들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릴 것처럼 이상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요란한 박수소리가 끝나자, 그들 모두는 중단했던 카드놀이를 계속했으며, 그때 동물들은 혼란스런 머리와 풀지 못하는 숙제를 안고 슬그머니 빠져 나갔다.

그러나 동물들은 20야드도 채 못 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우성치는 요란한 소리가 농장 집에서 들여왔던 것이다. 그들은 되돌아 뛰어가 다시 창문으로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 지고 있었다.

서로가 악을 바락바락 쓰고 책상을 두드리며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며 제각기 화를 내면서 그렇지 않다고들 떠들어댔다. 싸움의 원인은 나폴레온과 필킹톤 씨가 각각 포카 노름을 하면서 스페이드의 에이스를 동시에 갖고 있는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혀졌다.

열두 개의 성난 목소리가 서로 외쳐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모두 똑같이 들렸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바깥에서 지켜보는 동물들은 돼지부터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시선을 돌리면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미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진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당시의 투표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아랍 속담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란 말이 있다. 저 당을 친구로 생각하건 적으로 생각하건 원내에(혹은 내각에) 자리 몇 개를 만들어 불러들이는 것은 전통적 지혜를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SPD나 Die Grünen이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입각-집권하면서 어떻게 변했나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by sonnet | 2007/04/26 07:46 | flame! | 트랙백 | 핑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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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Holy Land : 조지 오.. at 2007/07/09 20:48

... 격을 받고 풍차도 망가진 다음에 (바르바로사 작전에 의한 소련 서부의 파괴) 겨우 회복하게 되는 걸(獨蘇戰에서의 승리) 그렸는가 하면, 최근 sonnet 대인께서 인용하신바 있던 사람과 돼지들의 화기애매하고 가축적인 분위기는 대인배들의 만남인 테헤란 회담을 풍자한 것이라고 합니다. 위키피디어에 의하면 심지어 말 Boxer는 스따하노프를 풍자한 것이라고 하며 ... more

Commented by 윤민혁 at 2007/04/26 09:21
저도 정당명부제는 비슷한 이유로 민노당에 줬었죠. -ㅅ-; 게다가 저 친구들은 은근히 견제카드로 쓰기도 좋아서요. (먼산)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4/26 11:06
저도 복무중 정당명부제를 저 당에....(다른 표는 여당에, H당이 '국가안보를 위해' 복무기간을 도로 늘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는지라...)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4/26 11:59
원내로 끌어들였기에 그나마 아래의 인터뷰 같은 것을 통해 내면사상(?)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던게 아닐까요. 개인적인 경험탓이 크겠지만 지하조직은 상대하기도 뭔가를 알아내기도 너무 힘듭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4/26 12:51
저도 정당명부제를 저 당에 준 기억이 나는군요. 다른 목소리 낼 사람들 하나 정돈 있어야지 싶었는데...

지금 보니 남로당으로 안 변하게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의원 한두명은 뽑아주긴 해야겠습니다. 기대는 오래 전에 접었지만요.
Commented by 屍君 at 2007/04/26 13:23
과연 그렇군요. 따오신 동물농장 내용을 보고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4/26 13:35
최소한 다음 총선 때 쯤이면 정신을 차렸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4/26 14:05
저는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정당명부제때 민노당에 표를 줬었는데 이렇게 물먹이다니..... 다음 총선 때 쯤에 정신을 차려줬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7/04/26 15:17
'적'이 되어서 국회의원직을 보장받는다면 그쪽에서는 그리 꿀리는 장사는 아니군요.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04/26 17:57
하하. '견제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당은 민노당에 투표했었는데, 지금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니올시다라고... 어린양님 말쌈처럼 다음 때 쯤까지는 정신차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shaind at 2007/04/26 23:32
녹색당.............................녹색당을 떠올린 순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4/27 00:31
예전에는 '견제'를 위해 찍어주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견제'를 위해 뽑아주어야 하게 됐군요. (쓴웃음)
...그래도, 아직은 마음 속으로 제일 지지하는 정당이기에
이제라도 좀 '덜 무식해지고' 바로잡아지길 막연히 기대해봅니다.
Commented by 다이몬 at 2007/04/27 01:53
동물농장인듯.. 심상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국가의 한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진보중 한명이겠죠.
Commented by weed at 2007/04/27 02:06
shaind / 녹색당하니까 생각나는건데 말입니다.. 현재 그린벨트 제도의 기반을 마련한게 바로 독일 국가 사회주의 정당 사람들이었다지요 아마(...) 그 친구들도 환경보호라면 나름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냥 갑자기 이 친구들 이야기가 떠오르는 군요 :)
Commented by joyce at 2007/04/27 09:33
5공 때까지 '사회민주당'의 의석을 배려해 주었던 아름다운 전통이 기억났습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27 20:41
윤민혁/ 지금까지 원내에 없던 좀 이질적인 유형이기도 하죠.

행인1/ 그러셨군요.

라피에사쥬/ 꼭 honeypot을 운영한다는 차원으로만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반정부/반정권 세력이 선거와 의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제도의 정당성의 기반을 넓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BigTrain/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기 나라 정치인에 대한 환멸의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죠. "우리 나라에서 혁명을 한다는 것은 늙고 고집센 황소를 달래어 밭을 갈게 하는 것과 같다!"라고 레닌도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런 정치인들을 갖고 나라를 경영하도록 잘 유도하는 것도 국민의 관리능력과 관심이 아닐까요?

屍君/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살펴보아도 이미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인지,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구퀘도리들의 모습은 장관일 것 같지 않습니까 ^^

길 잃은 어린양/ 함께.... 보시죠!

미친고양이/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 아니겠습니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좀 더 지켜보면서 요구사항을 쎄워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teferi/ 말씀하신 효율적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관찰자의 주관이 많이 작용하는 듯 싶군요.
그러나 하나 알아두셔야 할 것은 민주주의는 원래 효율적이도록 만든 제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점은 미국헌법의 정신을 보여주는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같은 것을 보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그게 별로 값비싼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현행법 상에서 원내교섭단체에 훌쩍 못미치는 정도의 의석은 의원 개인으로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인지 모르지만, 정당으로서는 그다지 큰 영향력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역구 출신이 아닌 이상 의석 자체는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보기 힘들지요.

어부/ 주의깊게 지켜 봐야겠지요. 제가 보기엔 적어도 현 상태로는 원내교섭단체를 시켜주기 이른 것 같습니다.

shaind/ 무엇을 느끼셨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paro1923/ 아무래도 대중정당으로서는 경력이 일천하니까요. 시간을 주면 점점 좋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옛 운동권으로서는 아무래도 위기와 기회를 함께 제공받는 셈이 되겠지요.

다이몬/ 예. 동물농장입니다. 저도 심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국가에 긍정적 기여를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joyce/ 아아. 그게 명인옥중기를 썼던 고정훈 아닌가요?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5/03 22:15
동물농장은 참 재밌는 블랙코미디죠. 민노당이 그냥 그런 블랙코미디로만 끝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데 SPD나 녹색당의 사례는 좀 찾아봐야 겠군요. 어쨌든 덧글들을 보고 공부가 꽤 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04 10:20
지나가던이/ 인간의 모든 활동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지만, 정치는 다른 것들 이상으로 어두운 면이 많이 드러나는 활동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두운 면이 꼭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잘 간질러 주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들을 뽑아내는 것이 정치의 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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