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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총격사건에 대한 기술적 분석
쳇, 한국 언론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하도 내가 알고(알리고) 싶어하는 점을 다뤄주지 않아서 직접 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무부에서 대테러 업무를 담당했던 프레드 버튼의 분석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치밀한 (범행)기획

(범행이 벌어진) 노리스 홀과 버지니아 텍의 보안수준 전반에 대한 비판이 떠오르고 있지만 이런 유형의 공격은 보안장비와 프로그램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교육기관들, 특히 넓은 지역에 산재한 대학은 『연약한 표적』(soft target)으로 사회에서 격리된 연방교도소처럼 잘 방어될 수 없다. 그러한 감옥 스타일의 보안장비는 비실용적일 뿐 아니라.숨막히고 터무니없이 비싼데다가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 왜냐면 그렇게 강화된 보안을 취한다 하더라도 단호한 결의를 한 자살공격자를 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캠퍼스의 경우 최고의 물리적 보안수단 - 폐쇄회로 TV(CCTV) 감시망, 금속탐지기, 신분증 패용, 자물쇠 같은 것들 - 은 제한적인 유용성만을 갖는다. 이러한 수단들은 가치있는 목적에 이용될 수 있지만,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이런 기술들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반응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수단들은 관찰되고 동작원리가 파악되며, 속여넘길 수도 있다. 게다가 일부 시스템들은 자주 오경고를 발생시킬 것이기에 진정한 위협을 깨닫지 못하게 할 것이다. 폭력행위를 결심한 사람이라면, 면밀한 계획을 세워 물리적 보안수단들을 식별해낸 후 이들을 돌파하거나 우회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실 보안장비들은 과도한 의존심을 심어줄 수 있으며, 안전하다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다.

역사는 심지어 여기다가 경비원들을 더해도 공격을 예방하는데 불충분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2005년 5월 미네소타 레드레이크 총격사건은 엄격한 출입통제 수단들 - 신분증, 금속탐지기, 보안경비원 - 조차도 우회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실 레드레이크 사건에서 보안경비원은 제일 먼저 살해당한 사람이었다.


계획수립의 징후들

과거 사례들을 볼 때, 학교총격사건의 주인공들은 종종 그들의 의도에 대한 사전 경고를 주곤 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빡돌아서"(snap) 도살극을 벌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의 계획은 정교하게,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마련된 것이었다. 미네소타 총격사건에서 체포된 10대 범인 제프 와이즈는 공격계획을 세우는 데 1년 이상을 썼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는 범행 코스를 돌아다니면서 예행연습을 하고 감시카메라 위치를 파악했다. 와이즈는 심지어 한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그 친구는 인터넷으로 협박장을 보낸데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직장폭력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총격사건 발생에 대한 가장 큰 기여요소는 경고를 깨닫거나 (불명확한 형태라도)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실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99년 4월의 콜럼바인 총격사건 이후 미 교육부와 대통령경호실(secret service)은 합동으로 철저한 연구를 통해 그러한 경고의 징후를 잘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교육 자료들을 만들었다.

경고 징후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갑자기 바뀐다든가 그의 생산성이 갑자기 하락한다든가 친구들과 멀리한다든가 갑자기 부정적인 행동들 -안절부절함, 나쁜 위생상태, 동료 학생들에게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그들을 괴롭히는- 을 보이기 시작하는 등을 포함한다. 아마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징후는 자살을 언급하거나 실질적인 혹은 간접적인 위협을 표현하는 경우일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사례에서, 특히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경우 범행에 선행한 이런 요소들이 오랜 기간 이루어져왔다. 이들 요소들에는 연애관계 실패, 가족관계의 스트레스, 성적하락, 동료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불의에 대한 호소 등이 포함된다. 콜럼바인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났던 것처럼 총격사건 범인들은 흔히 오랫동안 공격을 저지르는 것을 꿈꾸어 왔고, 심지어는 그런 망상들을 친구들이나 블로그, 웹사이트 같은 온라인에 피력하기도 했다.

정부의 교육노력 덕분에 징후들을 깨닫고 관헌에 경고징후들을 보고한 사람들 덕택에 여러 차례의 공격이 저지될 수 있었다. 물론 몇몇 경우는 친구들에게 공격계획을 미리 말해주거나 특정일에 학교에 오지 말라고 다른 학생들에게 경고하는 식으로 노골적이기도 했다.


경고시스템

버지니아텍 학교 당국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들은 총잡이가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경고가 너무 늦게 나왔고, 그나마 나온 경고도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그 경고 조차도 경고를 받은 사람들을 혼란시켰다는 점이었다.

도서관 같은 몇몇 대학 건물에서 구내방송 시스템은 비상사태에 따른 지시를 내려보내는데 사용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지시 사이에 끼어서 우왕좌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혼란은 경찰이 나타나서 순찰차에 설치된 확성기로 명확한 지시를 학생들에게 내려주고서야 끝이 났다.

그렇기에 아마도 이번 공격의 가장 큰 교훈은 대학과도 같은 큰 기관들은 예비의 그리고 중첩된 통보 시스템을 갖추고, 명백하고 일관성있는 지침을 내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은 e-mail, 문자메시지, 구내방송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시스템들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주기적으로 시험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결론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개방된 환경은 캠퍼스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는 것을 극히 어렵게 만든다. 그렇지만 위험 징후를 포착한 학생이나 교직원들은 방어의 생명선이 될 수 있다.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적절한 통신과 잘 준비된 비상계획이 피해자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Fred Burton, The Virginia Tech Shooting: A Case for Redundant Communications, 2007년 4월 17일


세 줄 요약
1. 물리적 보안수단으로는 학교를 지킬 수 없음
2. 동료들에 의한 상호감시와 밀고체제가 최선의 대안
3. 학교는 비상시를 대비한 민방위 훈련 같은 걸 열심히 해야 함

참고자료: 대통령경호실(Secret Service)와 미 교육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Safe School Initiative 보고서
ssi_final_report.pdf (최종보고서)
ssi_guide.pdf (대응지침)
by sonnet | 2007/04/20 12:25 | 정치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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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愚公移山 at 2007/04/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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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8/03/12 07:27

... 관련해 포스팅했던 다음 글들이 참고가 될 만하다. 사제폭탄 공격에 대해 생각해볼 점 * 오클라호마 대학 자폭사건(2005년) 학교를 폭탄공격으로부터 지키려면 * 학교총격사건에 대한 기술적 분석 * 안전한 학교 구상 요약 자라나는 후배들을 위한 선배들의 한 말씀. (이 책만 있으면) 당신도 집에서 혼자, 또는 형제들과 함께 독자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8/08/03 05:26

... 뿐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죄인을 찾는 것 보다 실제로 이러한 공격에 대한 방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접근을 시도했다. (이러한 접근법도 약점이 있고, 앞선 내 글에서 이미 어느 정도 비판적으로 다룬 바 있다. Safe School Initiative 텍스트는 앞선 글에 첨부해놓았으니 필요하면 그 쪽을 참조) -- 대통령경호에 ... more

Commented by monsa at 2007/04/20 12:46
학교는 총기난사사건의 블루 오션일 겁니다.
그에 필적할 만한 곳으로는 예배당을 들 수 있겠군요. (이쪽은 낯선이를 쉽게 인지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일타삼피가 가능할듯.)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7/04/20 13:45
학교에서도 오가작통..아니 오생작통을 해야겠군요. -_-
언제나 그렇지만, 저런 시스템이라는게 99%가 성공해도 1%가 실패하면 몰매를 맞기에 문제죠. 또 그 1%를 잡기위해 드는 돈도 천문학적이고요. 답이 없죠.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4/20 15:31
이크. 아랫 글에 트랙백을 보낸다는게 이 글에다 달아 버렸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20 15:42
길 잃은 어린양/ 트랙백을 지웠으니 원하시는 글에 새로 보내시면 될 듯 합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4/20 15:46
개인적으로는 '안전하다는 착각'이 무척 마음에 걸립니다.

체첸 대통령궁이 폭파당할때 현지의 보안관계자는 '압도적인 보안병력, 몇중으로 설치된 검문소, 최첨단 장비'등을 자랑하고 다녔다죠 아마[..]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04/20 16:38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입맛이 씁쓸하군요. 학교에 저런 걸 권고한다는 게 참...덜덜덜;;;-ㅅ-
Commented by 屍君 at 2007/04/20 17:13
....정말 답이 없네요.
Commented by gforce at 2007/04/20 18:35
뭐, 간단한 예 한 가지.

저희 학교의 기숙사는 학생 ID카드를 리더에 긁어 거주자만이 들어갈 수 있게 해놓았고, 엘리베이터는 다른 층으로 가기 위해서 카드를 써야 하고, 1층, 지하의 비상계단 입구 역시 마찬가지로 카드를 써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동년배라는 전제 하에, 그리고 사람이 있다는 전제 하에 ID카드 따위 없이 간단하게 All-floor access가 가능합니다.

1. 다른 사람이 출입구를 열 때까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따라들어간다.

2. 엘리베이터나 비상계단도 같은 방법으로 클리어 가능. 기숙사 관리측에서는 제발 다른 사람을 위해 층 눌러주지 말고, 문 잡아주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그렇게 해 주는 게 사회적인 상식인 이 동네에서는 간단히 가능한 문제가 아니죠.

3. 건물 안에 돌입 성공했을 경우, 설사 사람이 없는 시각이라도 그냥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모든 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쓰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층에서 내리면 비상계단으로 자유롭게...

...그런 의미에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 concealed carry warrant를 가진 사람의 총기휴대 허용을 지지하는 바입니다(먼산)
Commented by 온푸님 at 2007/04/20 20:44
번역 감사합니다~ SBS는 뉴스 2번째로 '카스'가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4/20 23:14
안모군 님, 나이스... (오가작통... 저도 그 생각을 했건만...)
역시, 반체제운동 진압하는 데에는 프락치만한 게 없는 걸까요... (후우)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21 14:53
monsa/ 예로부터 예배당은 무장세력이 마을사람들을 모아놓고 불질러 혹은 쏴 죽일 때 많이 사용되곤 했는데, 확실히 대량학살사건의 배경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안모군/ 솔직히 저 보고서를 만든 공무원들도 답이 없다는 걸 뻔히 알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답없는데요"라고 했다간 떡실신나는 사태가... 사실 밀고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면 얼마나 많은 무고나 "늑대가 와요우~" 신고가 빈발할지 안봐도 눈에 선하다는.

라피에사쥬/ 번역된 본문을 썼던 프레드 버튼은 다른 보고서에서 학교에 설치된 보안설비들을 학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eye candy"라고까지 하더군요. 열 사람이 도둑 하나 못잡는 원리가 아니겠습니까.

하늘이/ 제가 업계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어 조심스럽습니다만, 사실 생활지도를 하거나 (총질이나 폭파 같은 거 말고라도) 이지메 같은 학교폭력을 알아내 막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교사가 보지 않을 때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런 류의 상호신고는 부작용이 많지만, 사람이 종종 죽어나가는 판에 무작정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하늘마왕과 텐마왕 두분이 이 문제에 대해 업계인의 시각에서 간단히 글을 써주시면 저도 배우는 점이 많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빙긋)

屍君/ 맞습니다. 사실 답이 없는데 어거지로 대책을 세우는 겁니다.

gforce/ 그러니 출입구마다 CCTV를 달고 경비원이 감시하다가, 혹시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통과시켜주는 사람을 적발하면 가차없이 처벌하는 식의 강압적인 규칙을 강요하지 않으면 안되죠.
사실 한국도 기업의 경우엔 저런 식의 출입통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아서 저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학생은 직원보다 훨씬 더 말을 안듣지만...)

온푸님/ 으휴.. 딱 정석으로만 가는군요.

paro1923/ 휴우... 역시 비밀경찰과 존안파일이죠.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4/21 18:49
그나저나 미국은 어느 지경이길래 시크릿 서비스가 컨설팅(?)을 해줄 지경에 이르른건지...

Commented by umberto at 2007/04/21 20:15
독재체제가 민주주의 체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등한 체제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대적인 칼사냥을 했다고 하죠.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의 성능이나 검술실력을 확인해 보려는 빡돈 사무라이들이 종종 으쓱한 골목길에서 길가는 사람들을 사냥했다는.... OTL

결국 메이지유신의 폐도령으로 마무리를 하긴 합니다만... 역시 총사냥이나 폐총령을 실행에 옮길 간 큰 민주주의적이고도 합법적인 지도자는 없나 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23 10:24
행인1/ 국무부 같은 데도 요인경호팀이 있지만 누군가를 보호하는 임무는 역시 secret service가 오랜 노하우가 있으니까요. 대통령이 이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제스추어도 될 수 있고.

umberto/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총기규제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 지형은 한 두번의 총기난사 사건으로는 꿈쩍도 않을 것처럼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김정준 at 2007/04/24 22:51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적으로 막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모든 학생이 총을 가지고 다닌다면, 셋이상 죽이기 힘들겠죠. 이 방법 뿐인가.... 후...
Commented by sonnet at 2007/05/02 08:16
김정준/ 그럼 이제 멀리서 스코프를 보면서 저격을 하거나, 폭탄으로 건물을 날려버리든가 하겠죠. 그러나...

보다 장관일 것 같은 것은 처음에 범인이 몇 명을 총으로 쏴 죽이고, 학교 곳곳에서 권총 소리가 끊이지 않으면 패닉상태에 빠진 모든 학생들이 권총을 뽑아들고 주위에 총들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대로 서로서로 쏴죽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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