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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암살사건과 막부의 반응
070418 - 주위를 둘러본 감상 (觀鷄者) 에서 트랙백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생각 (措大) 에서 트랙백
충격!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의 주범은! (gforce) 에서 트랙백

觀 선생님께서 이번 사건이 한국인의 소행임이 밝혀지자 들불처럼 번진 한국인들의 반응에 대해, 오쓰(大津) 사건을 떠올리신 것은 탁견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건 정말 일본, 특히 19세기 일본적인 반응이라고 직감했었다.

19세기는 제국주의 시대여서 약소국 혹은 비서구 세계가 강대국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경우 엄청난 배상 혹은 침공이 뒤따르는 것이 일상적인 전개였다. 그래서 일단 사건이 터지면 약소국의 정부가 벌벌떠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서구강대국의 횡포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비서구 세계 민중들은 "승냥이같은 제국주의에 대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대규모 시위나 폭동, 테러 같은 것으로 강대국에 도전하다가 늘 똑같은 패턴으로 깨지곤 했다. 아편전쟁에서부터 1차대전의 도화선을 당긴 사라예보 암살사건까지 그런 예는 무수하게 많다.

하지만 비서구권으로 유일하게 제국주의 말석에 진입한 일본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어서 초기의 양이론을 접고 정부에서 민중까지 총화단결하여 맹호낙지세, 즉 빌고 빌고 또 비는 식의 대응으로 이 시기를 넘기게 된다. 오쓰 사건도 그중 하나인데, 다음 이야기 또한 당시의 일본적인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해 준다.

만일 광신적인 양이론을 유지했더라면 온갖 어려운 외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사건의 배상금은 거액일 테고 말이죠. 나마무기 사건의 경우 사쓰마 번이 지불한 금액만 해도 10만 파운드입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상상도 못할 액수지요. 우스운 이야기가 있는데, 링컨이 암살당했다는 보고가 전해졌을 때 막부 지도부의 한 사람이 "어휴, 또 배상을 해야 하나"라고 탄식했답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또 일본의 로닌(浪人)들이 해치웠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죠(웃음). 나마무기 사건 때에는 일단 막부가 배상금을 지불하고 나중에 다시 사쓰마 번이 지불했지요. 양쪽이 다 말입니다. 시모노세키 포격 사건이나 영국 공사관 방화사건도 있었습니다. 만일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되었던 양이론이 그대로 지속되었더라면 과연 어찌 되었을까요?

丸山眞男, 加藤周一, 『翻訳と日本の近代』, 東京:岩波書店, 1998
(임성모 역, 『번역과 일본의 근대』, 서울:이산, 2000, p.23)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 미합중국 정부는 링컨 암살의 책임을 도쿠가와 막부에 묻지 않았다. 그러나 막부는 소식을 듣자마자 상황파악 이전에 당황부터 했다.
2007년 4월 19일 현재 미국 정부나 여론은 아직 한국정부나 한국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상황파악 이전에 당황부터 했다.

이 기묘한 일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추기. 觀 선생님. 오쓰 사건 포스팅은 기대하고 있겠나이다 ;-)
by sonnet | 2007/04/19 12:08 | 정치 | 트랙백(3)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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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玄武 서식지 2호 at 2007/04/19 16:50

제목 : 음....-_-;
[가십팩토리] 행인 리오스에 버지니아 총격사태 사과 등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Real politic적인 사고방식이 있구나..(.......) 사족. 그러고보니 오쓰(大津) 사건은 한국에서 참 다양한 비유가 가능한 사건이다. 원인은 한총련의 스트라이커 부대 습격사건에 써먹을 수 있고, 결과는 버지니아 사건에 써먹을수 있으니.....more

Tracked from 지나가던이의 스쳐지나가.. at 2007/04/20 04:09

제목 : 요즘의 화제인 버지니아텍 사건에 대한 이야기
링컨 암살사건과 막부의 반응 예전 '러일전쟁 이야기'라는 골든보이 작가가 그린 것 같은 만화를 보고 그 '오쓰'사건을 알게 되었지요. 니콜라이 2세가 황태자 시절에 일본하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했는데 이번 사건에 정말 잘 들어맞는군요. 시청앞에서 행진하시는 분들을 보면.. 세상이 더 이상 19세기가 아닌 21세기고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적어도 우리......more

Tracked from 길 잃은 어린양의 놀이.. at 2007/04/20 15:48

제목 : 버지니아 사건에 대한 한국언론의 히스테리
버지니아 사건에 대한 한국언론의 반응은 매우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주요 일간지들이 웹사이트의 대문에 큼지막하게 특집 기사를 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more

Commented by shaind at 2007/04/19 13:15
정작 진짜로 로닌들이 민비를 죽였을 때는..........

그게 약소국과 강대국의 차이죠.
Commented by 措大 at 2007/04/19 13:22
제 블로그에 크랜베리님이 단 덧글 중에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차별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이야말로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범인의 성별, 인종, 계급을 이유로 차별할 것이라는 의식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같"다는 표현이 있지요. 상당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우리 시각으로 남을 제멋대로 예측'하는 건데...서식지가 인공 수원으로 한정된 일부 양서류들이 취하는 생태라고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은 보고하고 있습니다. (응?)
Commented by 여우꼬리 at 2007/04/19 13:46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근데, 충격!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의 주범은! (gforce) 에서 트랙백 에러나는군요.
Commented by Cato at 2007/04/19 13:55
그래도 미국 총기 문화가 문제라고 외치는 일부 네티즌들이나 아랍의 거리 민중보다는 막부나 시청 앞 노인분들이 훨씬 이성적으로 보이는군요. 애처롭긴 마찬가지입니다만-_-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4/19 14:25
만주나 몽골, 시베리아를 경영하자는 19세기 제국주의적 경영론도 유독 횡행하지요.orz
Commented by 윤민혁 at 2007/04/19 15:43
저도 같은 감상입니다요. -_-;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04/19 15:44
촛불집회야 그렇다 치고 모 사이트에서 상국에 조문단 보내자고 말하는 분들은 좀 난감하더군요... ( ' ^')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4/19 16:12
희망적으로 생각합시다! 우리도 116년만 있으면 지금의 일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믿으시면 전여옥)
Commented by at 2007/04/19 18:28
한인 할아버지들이 '진사사설'(진정한 사죄를 하는 사절단?)을 만들어 미국 정부에 보내겠다는 황당한 계획까지 하고 계시답니다. 참나.. 미국에 그렇게 오래 살고도 아직도 뇌 속은 뿌리깊은 사대주의적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19 23:53
shaind/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국제적으로 볼때, 당시 일본보다 많이 못할 건 없다는 걸 생각하면...

措大/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완전히 도둑이 제발저린 게임이 아닐까요.

여우꼬리/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Cato/ 그 설명도 내후년쯤 썼으면 그다지 나쁘지 않았을 텐데요. 그런데 조군이 총 대신에 폭탄을 갖고 놀았으면 어떻게 설명하려 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미친고양이/ 그렇습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정말 하려고 덤빌 겁니다. 문제는 지도층을 볼 때 그걸 해내는데 필요한 배짱은 없다는 것이지만요.

윤민혁/ 흐... 겁이 납니다 ^^

하늘이/ 조문단을 만들어 가겠다는 거야 뭐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요. 그 배후에 깔린 괴이한 마인드셋을 감안하면 무슨 기행을 벌일지...

행인1/ 물론 희망적으로 그렇긴 하지요. 주위 국가예 많은 폐를 끼친 후 열핵공격의 표적이 되어 평화헌법을 가진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흐

펄/ 저는 그건 사대주의가 아니라 2류제국주의에서 기인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Layla at 2007/04/20 01:06
글 잘 읽고갑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4/20 04:28
글쎄, 폭탄을 갖고 놀았다면 인터넷에 폭탄에 대한 정보가 있는걸 개탄하지 않았을 까요?
그리고 트랙백 신고합니다. 댓글을 쓰다가 길어져서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4/20 08:04
물건너에선 사회의 성숙도(?)를 자랑하며 오히려 한국쪽의 극렬한 분위기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하긴 역력한데...

어째서 제가 가는 사이트와 포럼은 생각외로 한국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중하위권 네오콘들의 벤치마킹 대상은 무려 한국이었던 것인가!)
Commented by ssn688 at 2007/04/20 10:47
흑인이라도 어머니만 한인이 끼어있으면 한국인이라고 우기는 나라에서,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있었고 아직도 국적이 한국인 햏자가 사고를 쳤다면, 거기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건 나름대로 일관성 있어서 좋군요. :) (믿으시면 전여옥)
Commented by sonnet at 2007/04/20 14:44
Layla/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가던이/ 이제 누가 트럭을 몰고 사람들이 몰려있는데 달려들면, 말을 바꾸고 말이죠. 어떤 문제점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는 사건의 성격이나 유형을 고려해서 적정한 범위를 선정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문제를 '총'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면 실질적인 위협을 너무 좁게 정의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탄저균 우편물이나 사린가스 살포 쯤 되면 그나마 좀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따로 분류하는 것도 의의가 있지만, 폭탄은 15살짜리도 학교를 날려버리겠답시고 집에서 만들다 적발되는 상황에서 제외해 버리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라피에사쥬/ 원래 게시판이란데가 그런 문제에 있어선 좀 찌질하잖습니까.

ssn688/ 흐흐... 흑.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04/24 20:44
sonnet/ 예, 저도 총에만 관심쏟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트랙백에서 쓴 건 "총이 문제여서 그런게 아닐까"하고 관심한번 가지는게 미국민에게 결례라던가 하는건 아니라는 점에서 생각한거죠. 폭탄은 신경도 안쓰고 "총이 문제라서 그렇지.. 뭐"라는건 저도 좀 뜨악하게 봅니다. 특히 sonnet님 글을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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