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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찾고자 했던 것
가끔 중국 정치인들이 우리의 위대한 박총통을 열심히 벤치마킹하는데... 운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창간 때부터 장안의 조소를 한데 모았던 모 잡지에 실린 다음 기사 같은 것들이다.

그들은 과연 그에게서 무엇을 배우고자 했던가? 다음 글은 그들이 무엇을 찾고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산주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물리적 준비와 더불어 이데올로기적 방어작업도 새롭게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당 총서기 자오쯔양의 편에 섰던 지식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스탈린주의 정치독재의 결합 -- 사실상 덩샤오핑의 경제개혁이 가져온 이상한 결합 --을 위한 사상적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신권위주의’라 불리게 될 이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의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과 같이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이룩한 동아시아 국가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근대적 경제발전, 특히 대중을 길들이고. 노동자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와 강력한(그리고 계몽된) 통치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의 지도하에서 기존의 레닌주의 정치조직은 이런 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키고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현명하고 강력한 지도자 외에도, 신권위주의 이론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들과 같은 지식인으로 구성된 ‘정책결정집단’ -- 미래를 설계하고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지도자에게 조언해줄 지식인집단 -- 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당분간 중국은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없다고도 했다. 민주주의는 1당 정치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고 또한 시장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파괴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결국에는 중국의 근대화를 지연시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권위주의 이론가들은 정치적 민주화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고도로 발전된 경제와 활력 넘치는 자본가계급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런 전제조건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일로 연기되었다.

신권위주의론은 덩샤오핑의 사상에 기초하고 암암리에 당 총서기 자오쯔양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최소한 그 제창자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이론은 곧 민주적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의 비판을 받았다. 쑤사오즈(蘇紹智)와 같은 많은 민주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쫓겨난 당 지도자 후야오방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당시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망각되고 있음을 깨닫고 날이 갈수록 덩샤오핑과 자오쯔양을 반대했다. 그리고 잇따라 활발한 논쟁이 일어났다. 비평가들은 독재적 수단은 아무리 그 경제적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민주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아시아 국가의 비교적 작은 나라들의 역사를 거대한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필요성과 연관시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논쟁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게 없지만, 시장개혁 시대의 첫 10년이 지나면서 정치적 견해와 사회적 이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1978년에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민주’에 대한 덩샤오핑의 약속에 고무되어 그의 진영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10년 뒤 신권위주의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는 자오쯔양의 이론가들이나 이에 반대하는 민주적 비평가들 모두가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양쪽 다 자본주의 경제를 빠르게 생산하고 있던 시장경제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다만 이들의 차이점은 오직 그 과정을 후원할 정권이 권위주의적이어야 하는가 민주적이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있었다. 물론 그 어느 경우에서든 지식인은 핵심적인 역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데 이들의 의견은 일치하고 있었다. 마르크스주의는 거의 무시되었다. 자오쯔양의 가장 뛰어난 이론가들의 경우에는 서양의 보수적 정치학이론을, 그들의 민주적인 적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서양의 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덩샤오핑 정권의 지지자나 비판자로 남아 있던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민주’의 목표를 버리고 자본주의 독재를 옹호하는 신권위주의를 선택했다. 이런 지적인 변화는 사회경제적 전환만큼이나 엄청난 충격이었다.

Meisner, Maurice J., Mao's China and After: A History of the People's Republic, Third Edition, Free Press
(김수영 역,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서울, 이산, 2004, pp.683-685)

결국 그들, 중국 지도부가 찾아헤맸던 진짜 성배는 그들이 계속 지금처럼 철권통치를 해야 할 당위성이었던 것이다.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장군이나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동무가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것도 우선 정권안보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그런 점에서라면 끔찍이 박은 좋은 롤모델임에 틀림없다.

by sonnet | 2007/02/23 00:20 | 정치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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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7/02/23 00:58
더 그레이트 리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군요.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7/02/23 01:23
great와 leader 사이에 어떤 단어가 들어갈까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7/02/23 07:36
'위대한 영도자' !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2/23 08:01
사실, 박통교 지지자들 상당수가 철권통치를 바라지 않습니까? 자기들 머리에는 철퇴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 작자들이니.
Commented by joyce at 2007/02/23 09:11
그 따님은 자동적으로 dear leader가 되는 건가요 :)
저 무시무시한 정관사 용법을 알고 쓴 것인지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02/23 09:47
하일 박틀러~!! 'ㅅ')/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2/23 10:36
발전을 위한 민주주의 유보라.... 요즘 그 목소리가 산지사방에서 다시 들리고 있어서 심히 괴롭기만 합니다.

그러고보니 박 정권의 국무총리 종필 영감은 75년경에 국민소득 1천달러가 달성되야 민주주의 가능 운운하기도 했다더군요. 물론 1천달러 달성되자 쓰윽 입을 닦았지만...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2/23 17:53
개인적으로 박정희의 업적이 그가 독재자라는 이유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같은 논리에 따라서, 그가 독재자라는 사실을 미화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02/24 15:00
흐음.. 그럼 장기적으로 그들이 궁지에 몰렸을때의 대안은 '역시 핵!'이 되는겁니까[..](nuclear는 great leader의 상징~~~)
Commented by sonnet at 2007/02/26 06:56
미친고양이/ 내심을 잘 보여주는 것이죠.

우마왕/ 글쎄요. 무슨 단어가 좋을까요?

愚公/ 영도자가 아니라 령도자여야 뽀스가 배가될 듯한...

길 잃은 어린양/ 스스로 그 치하에 매우 잘 적응할 수 있는 우성인류라고 생각하는 듯 싶기도 합니다.

joyce/ 아 대를 이어 충성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 깊은 뜻이!

하늘이/ 하하.

행인1/ 너무 높은 금액에 맞추면 국민이 기대를 갖지 않을 거고, 너무 낮게 쓰면 금방 달성해 버릴테니까, 적당한 목표금액을 주고, 그 목표가 가까와지면 말을 바꿔야죠.
경제규모나 생활수준이 어느정도 성공적인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한 가지 전제조건이란 이야기는 꼭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피에사쥬/ 핵을 가지기엔 좀 찌질해 보이니 백색테로 같은 것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2/26 07:07
marlowe/ 저는 기본적으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자는 주장에 반대합니다. 그런 접근은 공과 과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데 그건 틀림없이 실패하는 접근법이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그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재자였던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들보다는 악명이 좀 덜한 덩샤오핑도 자신의 개혁개방노선을 지켜내기 위해 천안문에서 민중세력을 묵사발내어 그의 철권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즉 박정희의 위대한 점 역시 스탈린이나 마오, 덩 등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독재자였기 때문에 그의 업적을 낳을 수 있었고, 그의 젊을 때의 이상과 집권과정, 통치시기의 공과는 모두 그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하지 않았거나, 독재자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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