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장님 글에 부쳐.(히요)에서 트랙백
이 논쟁은
우리에겐 왜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김재창)에 대한 논평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의 극치(히요)에 대해 일련의 반박과 재반박 -
허, 군국주의라고?(sonnet),
군국주의(히요),
현실주의, 군국주의(sonnet),
민주주의, 전문가, 여론형성(sonnet),
히요씨의 주장에 답하다 #1 (sonnet),
전시작통권 소유상황에 관한 질문.(히요),
히요씨의 주장에 답하다 #2 (sonnet),
작통권 환수 논쟁에 관하여. (히요) - 등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0. 들어가기 전에원래는 이번 편에서 북한과의 협상 및 대결에 대한 히요씨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었는데, 트랙백온 글을 읽어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야기는 이 다음 번에 하기로 하고, 이번 편에서는 지난 편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다음 두 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1) 미국의 의도와 행동을 어떻게 관찰하고 예측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
2) 히요씨의 미국관을 채택할 경우 그 논리적 귀결
1. 미국을 어떻게 관찰/해석할 것인가오카자키 히사히코는 전 태국 주재 일본 대사로 외무성 자료과장, 분석과장, 방위청 참사관(정보 담당)을 거쳐 외무성 기획조사부장, 정보조사국장을 역임한 정보통 외무 관료이다. 그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동향을 관찰하고 분석해 온 경험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데, 미국 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정보기관에 있어서는 완전히 미지의 분야였다. 공산권 분석과 달라 선인의 연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공산권 분석의 수법을 적용시켜 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산권 분석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는 기술이다.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정보는 범람하는데 전부 대충 훑어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양이어서, 그 중에서 진정한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이다. 공산권의 경우와 완전히 다른 방법론이 필요하다.
1968년 이후 내가 해 온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행 착오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좋다. 시행 착오라기 보다도, 미국에 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능력이 닿는 한 읽고 아직 그 밖에도 음미해야 할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항상 사로잡히면서, 겨우 그때그때의 정세 판단을 결과적으로 큰 잘못 없이 해 왔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하면서 내가 배워 온 것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미국이라는 것은 없다란 것이다.
지금도 미국을 알고 있다고 칭하는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미국은 진심으로 대만을 지킬 생각은 없다」라든가「미국은 일본이 강대하게 되는 것을 내심 무서워하고 있다」와 같은 발언을 듣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은 미국을 모른다고 생각한다.그런 소리를 하는 미국인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많이 있다. 의회, 행정부, 매스컴, 여론, 각각 다르거니와, 그 각각 속에서도 다종다양한 생각이 있다. 그것이 서로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이윽고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게 되지만, 그것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미국」의 의사 같은 것 등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그 다종 다양한 흐름을 늘 쫓으며 그 귀추를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정보에만 의존하면 정보 조작당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것도 「미국이라는 것」이 있고 뒤에서 일본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고 하는 오해로부터 온다. 미국 발의 정보원은 결코 하나가 아닌 데다가 백인백색의 해석을 통해 전해져 온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 흐름을 쫓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최종적으로는 정부의 입장으로서 공표된 문서, 즉 대통령, 국무장관의 연설, 혹은 국방백서 등이 중요하다.「염불」만 늘어 놓고 있는 일본의 시정 방침 연설 따위에 익숙해져 있으면 무심코 그 중요성을 놓치기 십상이지만, 그러한 공식 문서를 정독해 그 속에 담긴 뜻을 깊이있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단계로서 의회에서의 대일 정책, 대극동 정책에 관한 공청회의 기록을 정독해야 한다.
그 전 단계로 가면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 거기에 게재된 각종 논설, 「포린 어피어즈」등의 각종 논문을 읽고, 전문가, 지식층 사이의 생각의 흐름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해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 얻은 소견을 부딪쳐 보고 반응을 알게 해 줄 대화 상대를 미국의 요인, 식자 중에서 구하는 것이다. 더욱 욕심을 내자면 대통령의 연설에 관여한 사람들로부터 연설의 핵심이 어디인지를 배우는 것이다. 키신저의 극비 방중 등, 몇 년간 만나지 않았던 홀드릿지가 그만큼 가르쳐 줄 정도였으니까, 만약 옛 교분을 살려 몇 달이 지난 뒤였다라면 더 힌트를 주었을 것이다.
이 것은 나의 실력의 함수이기도 하다. 나의 견식이 성장하면 할수록 상대의 응답도 내용이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나에 대한 미국의 유식자의 평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진정한 실력자와도 만날 수 있고 이야기의 내용도 고도의 것이 된다. 미국에 대한 정세 판단의 능력은 분석자의 대외적 평가와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국가정보관 설치를 제안한다,「Voice」2001년 10월호
오카자키의 말은 단호하다.
미국은 이러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같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은 미국을 모른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음모론에 가까운 관점이고,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풍부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그 향방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선 글에서 내가 지적했던 미국의 풍부한 공개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경고를 마음 속에 담아두고 히요씨의 주장 한 토막을 살펴보자.
북한이 아무리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해왔다 하더라도, 북한이 '뭔 짓을 할지 모른' 다면, 미국은 '뭔 짓을 할지 예측가능한' 나라입니다. 친미정권을 세우고 자기 나라에 반대하지 못하게 만들고 대미 의존을 전반적으로 높게 만들고 시장 개방시키고, 그들에게 유리하다면 전쟁도발도 가리지 않고 등. 이라크에 대해 미국이 뭘 하고 있는지 다들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미국에 대한 경계는 sonnet님 의견 속에 전무해 보입니다. 강대국에 대한 경계가 없고 오히려 약소국이라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계는 가득이니, 그 경계의 방향이 전도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중략)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줄창 도발하고 있습니다. 왜냐? 적으로 상정할 국가가 있어야 세계경찰의 미국이 할 일이 있고 미국의 군수산업이 돌아가고 무기를 팔아먹고 경제적자를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나라에 작통권을 주고 종전합의도 우리 나라가 주체로 끌어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을 도발하는 걸 뻔히 지켜보고, 그 도발에 따라 전쟁이 나면 미국이 있으니까 적어도 지지는 않는다 - 라고만 생각하는 건 안일하지 않습니까? (히요)
이는 오카자키가 경고한 삽질 패턴에 딱 맞아들어가는 사례이다. 저 미국관은 증거와 반례들을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내려진 결론이 아니다(히요씨는
지난번 글에서 근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자신의 주장을 고수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2. 히요씨의 미국관을 채택할 경우 그 논리적 귀결그리고 지금은 작통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작통권쪽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작통권을 가져오면 미국이 한반도 전쟁을 나몰라라 하고 북한을 내버려 둘까요? 오히려 북한더러 악의 축이니 하고 비난하고 도발하는 게 미국인데, 그럴 리가 없지요. 군수산업은 미국 경제의 한 몫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뭐 부시가 아닌 다른 대통령 (설사 공화당원이라도) 이 올라가면 도발은 좀 완화될 것이라 기대합니다만 (곤돌리자 라이스가 올라가면 끝장인 듯하고 -_-) 그래도 전쟁시 남북 1:1 로 맞장뜨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혹시 작통권 주면 1:1 맞장상태가 될거라 생각하시나요? (히요)
전쟁도발은 북한이 하고 있나요, 미국이 하고 있나요? 그것만 생각해도 답은 어느 정도 나오리라 봅니다. 전쟁하면, 북한이 이익입니까, 미국이 이익입니까? 이 기회에 북한을 싹 쓸어버리고 한반도 전체에 친미정권을 세우면 즐거운 건 미국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반도에 미군정이 들어와 어떤 식으로 전략을 펼쳤는가, 또, 숱하게 다른 나라 땅에서 일으킨 전쟁에서 또 어떤 전략을 해왔는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인들은 우방이었음에도 왜 고엽제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는가,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미국이 우리가 반대할만하지 않은 전략만 내려주리라 기대할 수 없지요. 기대해선 안 됩니다. (히요)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춘 나라들이 오히려 과도한 군사력을 퍼붓고 군사에 목을 매고...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렇지요. 911테러당하고 나서 미사일 방어체제 갖췄지 않습니까? 자기가 남들에게 테러당할 짓을 하고 전쟁을 여기저기서 벌이고 민간인을 학살하고 하니까 국방에 그렇게 신경쓰는 거지요. 게다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자리잡기를 방해하고 적으로 간주하는 것도 현재 미국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힘' 을 빌리면 평화가 올까요? 아니 그전에, 작통권 안 주면 미국이 힘을 안 빌려줄까요? 빌려줍니다. 작통권 없어도 빌려주니까 오히려 더 무서운 겁니다. (히요)
미국만이 아니라 강대국 (특히 부정적 전력이 있는 강대국) 을 상대할 때에는 그들이 잘해줄 때가 아닌 힘으로 밀어부칠 때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자기 나라 전시작전통제권을 자기 나라가 가져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의 어디가 문제라는 건지 여전히 모를 일. 주권은 중요하지 않고 주권보다 중요한 것이 많으니 작통권 갖지 말자는 얘긴가? (히요)
위 글들을 읽어보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그 적실성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미국의 의도,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 미국의 작전에 대한 이같은 히요씨의 분석을 옳다고 보아 채택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럴 경우 우리는
아주 명쾌한 논리적 귀결을 끌어낼 수 있다.
1)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의 위협을 방어할 충분한 힘이 있고,
2) 미국은 지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폭력과 학살을 일삼는 위험한 국가로
3)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을 도발하고 있고,
4) 미국이 북한보다도 믿을만하지 못하며,
5) 전시에 한국군이 군사작전의 효율성보다 미군의 만행을 견제하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할 정도라면...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찾아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끊고 주한미군을 몰아내어 유사시의 한반도 전쟁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미국이 남북한 전쟁에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군사적인 거부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도대체 우리는 왜 저런 위험천만한 나라에게서 전시작전통제권만 돌려받고, 군사동맹은 그대로 끌고가야 하나? 그럴만한 이유가 뭔가?
그러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sonnet님이 예를 들어주신 나라들처럼, 작통권 받고 이웃 나라 핵우산 안에 들어가면 되죠. 미국이 작통권 절대 안 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히요)
아니... 그러고보니 이 이웃나라 핵우산이 어디인지 아주 궁금해지고 있다. 뿔달린 괴수의 나라(?) 미국이 아닌 게 아닐까? 그럼 토폴신인가 둥펑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