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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사인의 죽음을 보고
교수형당한 사담 후사인이 이라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 사담은 이라크의 민비 같은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사에서 민비(중전 민씨, 명성황후 뭐라고 부르던 자유)에 대한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다. 조선 말기에 장기간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나라를 위해 긍정적인 일을 한 사례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국인들도 민비가 존경받을 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민비를 죽였기 때문에 그는 흥미로운 상징으로 돌변했다. 일본에게 농락당하는 조선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일본인들이 민비를 죽이지 않았다면 민비가 현대의 히트작 오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즉 민비는 개XX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개XX라 하더라도 일본인들에겐 우리의 개XX를 죽일 권리가 없다. 그는 누가 뭐래도 우리의 개XX인 것이다. 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사담 후사인도 비슷하다. 그는 안정되고 강하고 통일된 이라크의 거의 유일한 상징이었다. 후사인 집권 이전의 이라크는 정정이 매우 불안하고 약한 나라였다. 후사인 몰락 후의 이라크는 세 조각으로 갈라질 위험에 직면한 유혈참극의 현장이다. 그들도 합리적인 사고로는 사담이 개XX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담은 늙은 세대에게는 좋았던 기억만 선택적으로 부각된 향수어린 추억, 사담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강하고 자랑스러웠던 조국의 이미지, 그리고 외세의 개입으로 굴욕감을 느끼는 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특히 수니 아랍족과 세속주의자 그룹에게는.

사담 같은 인물은 오랫동안 살려두며 추하게 늙어가는 늙은이의 무너진 모습을 국민들이 지겹도록 보게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죽어서 전설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시는 아마도 국면전환의 아이템이 궁한 나머지 후사인을 죽여버린다는 카드를 꺼낸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크게 후회하게 될 거라고 본다.

(후사인의 고향) 티그리트에서 이라크 어린이들이 이라크의 전 독재자 사담 후사인의 훼손된(vandalized) 벽화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통신)


"vandalized"란 단어는 저 낙서가 부정적인 뜻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스프레이로 씌여진 아랍어는 실제로는 "사담과 바트당 만세!(Long live Saddam and the Baath)"라고 해석할 수 있다. - Rick Francona
by sonnet | 2007/01/02 11:20 | 정치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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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카군 at 2007/01/02 12:12
그러니까 부셰비키들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것도 하필하면 이들 아드하에 맞춰서 죽여버리다니[양 잡는 날에 죽여버렸으니 말 그대로 '양 잡듯이 도살'해 버린 꼴이 되버렸습니다. 으윽-_-] 아마도 최소한 몇십년 동안 우리는 후세인이 두 번 신화가 되는 꼴을 볼 수 있을겁니다. 첫번째는 생전에 자기가 직접, 두 번째는 사후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_-
Commented by 에이엔_오즈 at 2007/01/02 12:20
고등학교때 윤리선생이 전교조였는데, 걸프전 얘기가 나오니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이건 너희들이 아마 모를 건데 말이다, 걸프전은 사실 후세인이 잘못한 게 아니란다. 후세인은 독재자이긴 하지만, 그 나라에선 그냥 대통령이지. 그걸 갖고 우리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닌데, 미국에선 그걸 갖고 뭐라고 하고 있단다."

시점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어쨌건 그 '그 나라에선 그냥 대통령'을 잡아다 죽여버렸죠. (뭐 진짜로 그냥 대통령일 뿐이었냐는 건 두번째 문제고...) 이걸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전이라고 말하는) 전설이 되어버린 모 대통령이 비명에 간 게 아니라 미국에서 쳐들어와 "너 독재하니 나빠 퍽퍽" 하고 밀어버렸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소름이 돋아요. 에효...
Commented by didofido at 2007/01/02 13:01
스프레이 낙서가 Rick Francona의 말 대로의 뜻이라면, AP통신 조차도 아랍어에 대한 이해 없이 기사를 쓰고 있다는 말인데, 섬뜩하군요. 물론 사진 설명 기사가 부정확한 것은 비단 국제정치 뉴스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7/01/02 13:45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관찰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것이 분명합니담[먼산].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7/01/02 14:24
에이엔_오즈 // 글쎄요. 그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나 싶습니다. 걸프전 때의 후사인은 분명히 맞을 명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 명분이란게 매우 약하다 못해 알량하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01/02 15:09
리카군/ 라마단 중에 전쟁을 해도 결국 큰 문제가 되지 않았듯이, 날자 자체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닐 겁니다.

에이엔_오즈/ 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는 이승만을 제거하고 적당한 군 출신 인사(백선엽)를 세운다는 Plan Everready라는 것이 논의되었다고 알려져 있지. 그 이후로 그런 구체적인 쿠데타 후원 계획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한 미 대사관은 정보수집 차원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들의 신상명세를 늘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문서로 알려져 있고.

didofido/ 제가 아랍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이 좀 마음에 걸리는군요. Francona는 걸프전 종전협정 당시 다국적군 수석통역이었던 만큼 이 점에 관해서는 꽤 믿을만한 소식통이라고 생각합니다.

あさぎり/ 작성은 잘 해 놓았을 겁니다. 어느 문서고에서인가 잠자고 있어서 그렇지.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1/02 18:48
아마 30년쯤 뒤에 어느 "위대한 이라크의 영도자"에 의해 후세인 기념관이 지어지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드는군요. 그렇게 된다면 정부간행물로 [월간 후세인]이 나올지도.(퍽)
Commented by 번동아제 at 2007/01/02 19:5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Commented by CAL50 at 2007/01/02 21:31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여간 부셰비키들이 참 잘~ 하고 있습니다 -_-;
Commented by 愚公 at 2007/01/02 22:20
어느 블로거께서 '이제 후세인 딸이 장학회 만들 차례'가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_-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7/01/02 23:01
愚公 // 방송국 주식 30%도 인수해야죠.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7/01/03 00:10
아라파트가 자연사하도록 놔둔 이스라엘의 선견지명(?)과 역시 대비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7/01/03 08:47
행인1, 愚公, 우마왕 / 글쎄요. 지난번 이라크 총선 때 보니, 옛 이라크 왕가(하셰마이트 왕가(현 요르단 왕가로 이어짐) 출신으로 1차대전 중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함께 싸웠던 파이잘 왕자가 세운 왕조)의 후손이라는 후보가 둘이 나와서 왕정복고를 외치고 있던데 당선되었나 잘 모르겠습니다.

번동아제, CAL5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얀까마귀/ 심지어는 쿠르드족 조차도 "시아파 학살사건만 재판하고, 훨씬 많은 사람이 죽은 쿠르드족 학살사건 재판은 안 끝났는데 벌써 죽이다니"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더군요. 이번 사형은 주로 시아파 지도자의 영향하에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01/03 12:38
오늘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KBS의 뉴스를 봤는데 이라크 문제보다는 연예인 이혼 문제를 더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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