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장님 글에 부쳐.(히요)에서 트랙백
이 논쟁은
우리에겐 왜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김재창)에 대한 논평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의 극치(히요)에 대해 일련의 반박과 재반박 -
허, 군국주의라고?(sonnet),
군국주의(히요),
현실주의, 군국주의(sonnet),
민주주의, 전문가, 여론형성(sonnet) - 등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0. 들어가기 전에sonnet님, 결론을 듣고 싶은데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말씀에 동의하는 거고, 간단히 말해 '전시작통권을 가급적 빨리 (지금) 돌려받자' 는 게 결론입니다. sonnet님의 결론은 뭔가요? '미국이 강대국인 한 받지 말자' 인가요? 그럼 다른 강대국 우방이 있으면 나중에 또 줘도 되는 것? 제가 알고 싶은 건, 강대국 유무와 상관없이 '한 나라가 자기 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가' 입니다. (히요)
결론을 회피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쟁점사항에 대한 논박과, 향후 논의를 위한 배경설명을 대충 끝내고 나면 제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위 질문에 대한 내 답을 이해하려면 지금까지 설명해 온 현실주의 국제정치 개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제2세계의 국제정치학파에 속해 있어서 제1세계의 논리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라면 2세계의 논리를 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방어해 주기 바란다. 내가 2세계 정치이론에 정통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야기 나온 정도는 그쪽 이론을 원용해서도 왜 정당화되는지 설명해줄 수 있다.)
다른 것도 많다. 예를 들어 동맹 이론 내지는 억지 이론에 대해 무엇을 들어보았는지 묻고 싶다.
동맹은 어떨 때 성립되고 어떤 때 깨지는지, 동맹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기대하면 안 되는지 같은 논점을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 분석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잠재적인 적대국을 어떤 때 억지할 수 있고 어떤 때 억지할 수 없으며, 억지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를 역사적 사례나 게임 이론 등으로 분석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가 뭔지 모르는 것으로 보아, 히요씨는 지금까지 그런 종류의 진지한 논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작통권 받아와도 동맹 안깨집니다."라고? 뭘 믿고 그 말을 믿으란 말인가?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기초지식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사람인데? 꼭 내 말에 설득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논쟁에서 자기 주장을 방어하고 싶은 욕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자기 손으로 자료를 찾아서 읽고 자신의 지식과 논리를 보강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1. 군사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 도외시한다?경제, 정치, 국제적 관계에서 북한과 협력할 방안과, 미국에 반대할 경우 받게 될 경제, 정치, 국제적 불이익과, 독립국가로서의 주권 등 군사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 도외시하고 군사력 증강과 군사력을 통한 대북대응에만 올인하고 있는 시점은 뭐라 부르면 좋을까?
'대북대응시 군사력 완벽우월추구주의' 라고 하면 될까. 그리고 이건 군국주의는 아니고? .... -_- 만약 '대북대응시 군사력 완벽우월주추구주의' 는 맞고 '군국주의' 가 아니라고 한다면... 전자로 불러 줄 의향은 있다. 혹시 저것도 욕이라고 여겨지려나? [북한에 대한 대응책으로 군사적 완벽함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영역에 대한 문제는 일체 다루지 않는 자세] (히요)
김재창 장군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지난 글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지만 그것은
'현실주의'라고 불리는 국제정치학계의 상식적 이론에 속한다.
현실주의. 현.실.주.의.(설명은 이미 충분히 하였으므로 이제 남은 것은 반복 학습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군사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 도외시하고 군사력 증강과 군사력을 통한 대북대응에만 올인하고 있는 시점이란 것은 단순히 히요씨의 (아마도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오독에 불과하다.
이제 그것이 왜 오독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두 번째는요. 북한 설득이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했으니까, 북한에서 그냥 한 반만 동의하면 나머지 반은 까짓것 확 무력으로 해치우자 이렇게 생각하면 이야긴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거 아닙니다. 반이 반대하더라도 우린 좀 기다리자. 이게 지금 우리의 국가 목표입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남북을 관리하려면 이게 긴 시간이 필요하고 확고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설득을 시키려고 해야지 엇비슷하게 뭐 이렇게 감정으로 민족 운운한다고 그래가지고 그래라 미국 빼고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이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하면 이거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에 맞지 않습니다. 남북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동맹체제는 필요합니다.(김재창)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김 장군의 관점은
확고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안전한 설득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군과 동맹군이 힘을 합쳐 철통같은 전쟁억제력을 유지해 놓을 테니, 그러한 든든한 배경 위에서 통일부나 외교부가 여러 모로 힘을 써서 북한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방법론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이 글이 다루는 범위를 벗어나며 글의 초점을 흐릴 우려가 있으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이것을 히요씨가 말하는
"군사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 도외시하고 군사력 증강과 군사력을 통한 대북대응에만 올인하고 있는 시점"하고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무엇을 도외시한다는 것인가? 히요씨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뭔가?
(독자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린아 씨께써
좋은 코멘트을 해 주시고 계시다. 히요씨의 답변을 들어 보고 나서 두 관점에 대해 모두 답변해 보도록 하겠다.)
2. 군비지출에 대한 논점* 북한이 군대에 퍼붓는 노력에 비해 우리가 퍼붓는 노력이 (금전적으로는 우위지만) 상대적으로는 못하다는 내용이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금전적으로 투자가 우위인데도 상대적 노력 (즉 국가의 부에 비례한 군대투자의 비중) 이 덜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여기면, 뭐, 저는 '안 된다' 고 생각합니다.
* '할 수 있는데까지 완벽' 이라고 하면 그것도 다 재정이 투자되는 일이지요. 국방비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데' 가 어딘지의 개념이 없어요. 그냥 '완벽' 이라는 거지요.
* 그렇게 치자면 ‘할 수 있는 한 많은 돈을 국방비에 쏟아부어야 한다’ 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 군국주의 국가로서의 군팽창을 북한과 대결하는 구도로 말하고 있다. (이상 각각 히요)
문제는 한국이 연합사 체제를 해체하고 전시작전권 단독행사에 나서게 되면 한국군의 단독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상당한 추가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히요씨는 한미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는 측이 군비투자 확장에 찬성한다고 누명을 씌우고 있지만,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히요씨야말로 동일한 수준의 국방능력을 위해 돈은 훨씬 더 써야 할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씨의 주장을 따르자면 군사비증액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히요씨야말로
히요표 군국주의자™에 해당한다 하겠다.
히요씨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김 장군의 주요한 우려 중 한 가지는 "별 실익 없이 현 수준에서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다.
한국군 현대화와 한미연합사, 이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경제가 막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발전도 하고 경쟁적으로 하듯이 군사전략전기도 아주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제일 앞에 미국이 서 있습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또 미국은 이론적으로 개발을 하고 싸움을 하도 많이 하니까 현실적으로 실험하고 또 개발하고 그래서 선두를 미국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러한 교리를 개발하면 그 노하우가 한미연합사에 제일 먼저 옵니다. 그걸 누가 제일 먼저 배우느냐 우리가 제일 먼저 배웁니다. ...
그래서 여기가 하버드 스쿨입니다. 그러면 우리 한국군 장교 300명 공짜로 유학 가는 셈입니다. 거꾸로 미국 사람들은 한국군이 잘 하는 것을 배웁니다. 진짭니다. 여기서 특수전/대침투작전 이런 것들. 특히 지금 여기에서 대테러 -대테러 하는 노하우를 한국군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를 배워갑니다. 그걸 또 저쪽이 공짜로 배우는 겁니다. 합쳐서 600명이 유학을 간 셈입니다. 이걸 왜 없애려고 합니까? 이건 아주 멍청한 겁니다. (김재창)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방부에 돈을 더 달라거나 하는 이야기는 본문 전체에 걸쳐 하나도 없다. 김 장군은 쓸데없는 일을 벌여서 돈 쓸 일을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엄두도 못낼 뭔가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미군을 가지거나 국방력을 높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리고 글 속에서는 '미군' 을 선택하고 있고요. (뭐 미국이 전쟁도발적 태도를 보이는 거 보면 보험도 안 될 것 같습니다만 어쨌건 보험으로 보고 있지요. 인터뷰이는.) 이런 점을 두고 군팽창, 즉 군사력 확장을 요구하는 발언이라고 본 겁니다. 군팽창이 꼭 '군인 더 많이 입대시키고 부대 수 늘려라' 로 읽힌 듯한데, 군사력 확장에 대한 추구를 지적한 것입니다. (히요)
우리는 약 30년 전부터 연합사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현재 갖고 있는 연합사를 잃어버리는 것은 팽창이 아니라 수축에 해당한다. 본전이라도 치려면 돈과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심지어 그러한 투자는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실제 능력과 그 일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걱정하는데, 일반인은 자신만만하다.
3.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가 없다.어떤 면이 약한가에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 를 든 거라고 한다면, 이런 논리가 됩니다.
[우리는 북에게 약한 점도 있다 -> 그래서 미군이 필요하다]
[약한 점은 ->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다]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가진다면 -> 미군이 필요없다.]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가지지 않는다면 -> 미군이 필요하다.]
이거야 말로 도리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가지지 않은 수많은 나라들은 전시작통권을 미국에게 주고 자국 땅에서의 모든 전쟁을 미군지휘관의 주도로 결정하게 믿고 맡겨놨습니까;;? (히요)
핵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가지지 않은 나라들은 많지만, 진짜 핵공격의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파라과이나 뉴질랜드는 핵이나 미사일 방어체제가 없지만 필요도 없다. 그들을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핵공격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나라는 예외없이 1)자체핵무장, 2)동맹국 산하의 핵우산 중 하나를 선택하였다. (미사일 방어는 최근까지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채용되지 않았다)
* 프랑스/영국: 소련에 대항해 자체 핵무장
* 서독, 이탈리아, 터키 등 기타 NATO가맹국들: NATO 산하에서 미국의 핵우산
* 일본: 미국의 핵우산 및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 체제
* 중국: 미국 및 소련의 핵무장에 대응해 자체핵무장
* 인도: 중국의 핵무장에 대응해 자체핵무장
* 파키스탄: 인도에 대응해 자체핵무장
예를 들어 분단국가이자 핵전쟁 위협을 크게 받았던 서독은 NATO를 통해 미국의 핵탄두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펼쳤다. 노스태드 플랜, MLF, INF 등 NATO 핵정책은 언제나 미국으로부터 조금 더 보장을 받아내려는 서독과 조금 덜 양보하려는 미국간의 치열한 신경전의 무대였다. (아예 책을 하나 추천해 주겠다. 서독 핵정책 이야기는 Matthias Küntzel의 Bonn und die Bombe -Deutsche Atomwaffenpolitik von Adenauer bis Brandt-에 아주 잘 나온다.)
사실 우리의 입지는 서독보다 더 취약하다. 솔직히 말해 서독이 상대해야 했던 소련은 북한보다는 훨씬 더 말이 잘 통하는 상대다. 소련도 협상 중에 종종 억지를 쓰긴 했지만 북한정도로 막무가내는 결코 아니었다.
북한 같은 나라를 좋은 말로 설득한다는 것은 말이 좋지 부처의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다른 예를 들어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1천 마일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중인 이란의 공격을 국가 존망을 건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실 이란은 여러가지 면에서 북한보다 핵공격능력이 떨어진다.
1. 북한은 핵실험을 이미 하였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 알려진 정보평가에 따르면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소유하는데 약 3-10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미 6-10발에 해당하는 핵물질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이란보다 10년은 앞서있는 셈이다.
2. 이란과 이스라엘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값비싸고 몇 발 없는 중거리 탄도탄이 아니면 이스라엘을 공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탄이나 포병 로켓으로도 서울 및 수도권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고 북한이 가진 거의 모든 미사일을 무력화하지 않는 이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3.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및 그 기술을 수입한다. 즉 북한은 이란보다 미사일 기술이 앞서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수십 년 전부터 확보한 약 200발(추정)의 핵탄두와 기초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각에 이란 문제만 전담 연구할 장관 자리를 새로 만들었을 정도다.
말이 안된다고만 우기지 말고 실사례를 들어 반론해 주면 고맙겠다.
4. 이번 편을 끝마치면서나는 내 의견이 틀릴 때 철회하고 수정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멍청하다' 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자세히 말할 뿐이다.
올바른 주장을 하면 설득되는 게 옳다. 체크리스트를 백만개를 만들어 경계하더라도, 훌륭한 주장에는 그것을 능가하고도 남을 만큼의 깊은 심사숙고가 들어 있다. 현재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고루 다루고, 변화할 부분과 유지할 부분에 대해서 동등하게 관심을 할애하는 그런 훌륭한 주장이라면, 구조적 문제로 인한 편향성을 극복하기도 하니까. (히요)
히요씨는 이와 같이 스스로를
설득도 가능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나 또한 흥미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과연 설득이 가능한 인물인지를. 이미 적지 않은 수의 관찰자들이 설득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나도 그들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난들 눈이 있는데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남남갈등을 극복하여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다면, 어찌 감히 북한인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김 장군은 북한 설득이 결코 쉽지 않다고 경고하였지만, 남한 내부의 갈등을 설득으로 해결하는 것 조차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