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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의 저항
한국의 민군관계에 대한 몇가지 생각(길 잃은 어린양) 에 코멘트.

若羊師께서 던진 화두는 심오한 주제인데 내가 아는 것이 천박해 별로 쓸 말이 없다는 게 문제다. 선출된 권력(대통령, 국회의원)과 전문가집단(직업관료) 간의 문제로 일반화해서 민주주의, 전문가, 여론형성 같은 글을 써보기도 했지만 뭔가 원론에서 맴도는 데 그친 것 같아 영 찜찜하다.

이런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군 합동참모본부는 실행하고 싶지 않은 작전을 요청받을때마다 사용하는 전형적인 대답을 갖고 있었다.

* 이 작전은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다.
* 이 작전은 위험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 미군이 포로가 되거나 전사해 대통령을 곤궁에 처하게 만들 것이다.
* 합참의 '군사 전문가적 의견'에 따르면 이 작전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 하지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문서로 명령을 내리면 물론 작전에 들어갈 것이다.
* 덧붙여 군사 문제 전문 변호사는 이 작전이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플래처 스쿨(Fletcher School)의 교수인 리처드 슐츠(Richard Shultz)도 9.11 테러 이전에 미군이 테러리즘과 싸움을 거부하는 방법에 대해 합참의 대답과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의 연구는 2004년 1월 24일자 <위클리 스탠더드(Weekly Standard)>에 실린 "명배우(Show Stoppers)"에 요약되어 있다.

Clarke, Richard A., Against All Enermies -Inside the White House's War-, Free Press, 2004
(황해선 역, 『모든 적들에 맞서 -이라크 전쟁의 숨겨진 진실- 』, 서울, 휴먼앤북스, 2004, p.227)


대통령님하, 다 니 책임이셈!
우린 이미 경고했다고 서류로 기록도 남겼삼!
알아서 하셈!!


위 글은 전문가들이 선출된 권력(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사보타주하는 방법을 잘 묘사하고 있다. 금상폐하 조지 W. 부시와 병부상서 도널드 럼스펠드 같은 걸출한 인물이 아니고서는 과감하게 이런 사보타주를 분쇄하고 전쟁에 뛰어들기란 지극히 힘들었을 것이다.
by sonnet | 2006/12/27 21:18 | 정치 | 트랙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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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愚公移山 at 2007/01/01 12:19

제목 : [금주의 이글루스 포스팅 트랙백] 12월 4구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남는 건 제 계좌로 부쳐주십시오.) * 모음 선정 기준은 전적으로 愚公 개인의 상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입니다. * 개인신상이나 사생활 내용이 과도한 포스팅의 경우 논란 여지가 있을 것을 우려해 제외합니다. * 스포일러(ex:다른 내용없고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한줄만 있는 경우), 뜬소문의 경우 사회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므로 제외합니다. * 논쟁의 중심에 서는 것이 부담되시......more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6/12/27 21:48
부시 황상폐하나 다스 럼 같이 깡좋은 양반이 아니면 누구라도 국방장관이나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야, 이 작전 어떨 것 같아?" 하고 물어봤다가 대답으로 저런 말을 들으면 일단 겁부터 집어먹을 겁니다. 한마디로 "니가 알아서 하셈-단 실패하면 다 당신 탓이니 니 꼴리는 대로 하셈!"인데, 만일 진짜로 실패했다간 "대통령이란 작자가 전문가 말도 안 듣고 무리하게 밀어 붙이다가 재앙이 돼버렸다. 도대체 님은 머리가 있기라도 한 거삼?" 하는 식으로 여야 합동으로 씹힐게 뻔한데, 어느 정치인이 그런걸 바랄까요...-_-;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12/27 21:57
황상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와 빌딩의 잔해를 발견하곤 그로 인해 벌어진 사태의 원인을 찾아 전세계를 떠도는 '충실한 부족민'이셨던 겁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6/12/27 22:08
sonnet님 //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약간 경악한 상태에서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예로 들어주신 미국의 경우 문민통제의 역사가 길고 군인들 역시 기본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는 프로적인 측면이 강해 보이지만 한국의 경우 군사정권의 영향으로 군인이라는 전문가 집단이 애매한 존재 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 좀 더 문민통제의 경험이 축적되고 제대로 된 직업의식(?)을 가진 장교단을 육성하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까지 대통령에게 저런 식으로 세련된(?) 저항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결여된 것 같아 보이더군요.

라피에사쥬 // 충격적인 진실이군요!

Commented by shaind at 2006/12/27 22:24
라피에사쥬 // "충실한 부족민"이라는 말에서 괜히 부시가 "부시"인게 아니라는 썰렁한 농담을 생각해버렸습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6/12/27 23:23
그나저나 미국답게(?) 변호사 의견도 첨부해 주시는군요....
Commented by GARAHAD at 2006/12/28 05:36
저 회색 부분은 웬지 미드 <E-RING>을 보고 있는 듯한...
Commented by sonnet at 2006/12/28 08:52
리카군/ 전문가 말은 좋지만... 전문가 대신 '환관'이라고 적으면 분위기 일변하죠.

라피에사쥬/ 오호라.

길 잃은 어린양/ '노인장' 아데나워가 말하길 "나치, 영감탱이, 애송이를 빼면 쓸 만한 놈이 하나도 없군"이라고 한탄하셨다는데, 그래도 그정도 꾸려 간 걸 보면 역시 리더십이 어느 정도 영향은 주는 것 같습니다.

행인1/ 확실히 미국답지요.

GARAHAD/ 과연.
Commented by band at 2006/12/28 13:15
후속편 남으신거 있으면 올려주세요. 지하드로 발전하는거 같내요..
Commented by BigTrain at 2006/12/29 01:00
"모든 적들에 맞서"를 최근 읽고 있는데, 군부뿐만이 아니라 측근을 제외한 다른 세력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때려잡자, 이라크"를 관철한 부시는 여러 의미에서 대단한 것 같긴 합니다.

역시 10시 땡! 하면 잠을 자고 소수의 측근들 말 외에는 듣지 않아서 저런 깡다구를 기를 수 있었던 걸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6/12/29 09:30
band/ 오오, 알라후 아크바르!

BigTrain/ 부시 주니어는 깡다구와 고집 만큼은 정말 끝내주는 인물입니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온갖 탐사취재물들을 읽으면 그런 판단은 깊어만 가게 되는군요.
Commented at 2007/11/12 23:58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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