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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의 업무요령
이라크가 대량의 알루미늄 튜브를 수입해서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라크 침공의 주요한 명분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나자 이와 같은 판단은 완전히 헛다리였음이 드러났다.

ISBN:0743272234
알루미늄 튜브에 대한 CIA의 보고서들은 수백 쪽에 달했다. 거기에는 이라크가 구입하려고 한 6만개의 튜브가 로켓탄을 만들기 위한 것일 거라는 외국 정보부의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너무 많았다. 케이도 동의했다. 그러나 1990년대 무기사찰 활동을 하면서 그가 배운 것은, 이라크인들은 늘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담 정권 하에서는 물건을 많이 샀을 때보다, 못 사왔을 때 훨씬 큰 벌을 받기 때문이었다.

...

(WMD 사찰관) 데이비드 케이의 부하들은 왜 사담 정권이 6만개의 알루미늄 튜브를 구입했는지 확실한 해답을 찾아냈다. 파월은 UN에서 이 튜브들이 사담의 핵개발 계획에 사용될 원심분리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증거들은 이제 이들 튜브가 일반 포병 로켓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로켓의 추진제는 사담의 아들 쿠사이의 친한 친구가 하는 회사에서 만들고 있었다. 이 추진제는 불량품이었다. 그러나 이라크군에는 감히 쿠사이의 친구에게 제품 좀 잘만들라고 말하거나 이 계약을 깨자고 말할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기술자들은 대안을 모색했다. 알루미늄 튜브의 규격을 더 엄격하게 해서 더 작고 가볍게 만듦으로서 추진제가 약해도 날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미군이 심문한 포로 중 한 명은 이라크군의 조달부서 책임자였다. "우리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들 튜브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관료적 절차를 묘사하면서 왜 그들에게 이 방법이 유일한 선택일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했다. 케이의 요원들은 로켓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군 장교들을 찾아냈다. 그들도 이 이야기를 확인해 주었다.
"우리는 결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계약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위로부터는 계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뿐입니다."

...

이 사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튜브의 규격을 엄격하게 하면 가격이 더 비싸지는데, 그러면 비용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커미션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 계약은 미군의 많은 무기체계가 그렇듯이, (원가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얹어 주는) 원가보상계약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즉 정부를 빼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모든 구매가 UN수출통제 시스템을 피해 비밀 채널이나 암시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그들이 이렇게 하는데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것들이 금지된 무기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것일 터였다.

"여기서 잘못된 점은 그들이 거의 모든 구매를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라고 케이는 말했다. "그렇게 해야 (로열) 패밀리가 삥을 뜯기 쉬웠던 것입니다. 암시장은 기본적으로 (사담의 아들) 우다이와 그 친구들이 운영을 했습니다."
Woodward, Bob, State of Denial: Bush at War, Part III, Simon & Schuster, 2006


후진국은 후진국이기 때문에 후진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견 어이없어 보이지만, 이런 사건들은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잘 보여준다. 선진국이 선진국의 잣대로 후진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하면 이처럼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커다란 삽질을 하게 된다.


북한은 어떨까?
나는 김정일의 북한에는 이런 문제가 훨씬 대규모로 내재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사회는 지극히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내부는 엄청나게 썩었으며, 합리적인 생각을 주장하기 힘든 체제이다. 게다가 수령경제로 불리는 거대한 제2경제 섹터가 있다.

문제는 북한의 지배층이나 관료체제의 내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어 도대체 판단다운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이 기쁨조를 끼고 난잡한 술파티를 즐긴다거나, 영화광이라거나 하는 쓸데없는 정보는 좀 있지만, 북한의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진짜 정보는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by sonnet | 2006/11/24 18:48 | 정치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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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lock of the.. at 2006/11/25 12:50

제목 : 내가 음모론을 믿지 않는 이유
음모론은 그 자체로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상대가 완벽하다 가정되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상대가 무지한 우리들을 옭아매기 위해 그림자정부를 구성한다느니, 시온의정서를 펴냈다더니 하는 소리들은 개소리로 취급합니다.-_- 음모론의 주된 대상이 되는 유대인이나 미 금융자본 또한 인간이며 그들이 교육받고 생각하는 방향 내에서 판단합니다. 그 판단은 실패할 수도 있고, 잘못된 상식에 기초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_-;; 실제로 이......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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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외교』에 그려지는 부시1기의 대북정책http://sonnet.egloos.com/2836398알루미늄봉을 우루루 수입해 간 이유가 '원심분리기'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그렇게 까지 비합리적인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가지고 이라크를 침공 ...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7/24 17:01

... oodward, Bob, State of Denial: Bush at War, Part III, Simon & Schuster, 2006, p.217 (이 부분에 대한 번역은 이 곳 참조) [13] Bolton, John R., Pyongyang's Upper Hand, Wall Street Journal, 2007년 8월 31일 [14] Vick ... more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6/11/24 18:56
역시...인간은 재밌어!!(퍽)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6/11/24 19:25
뒷돈 챙기려다 다 털렸군요.
Commented by 措大 at 2006/11/24 19:41
밥 아저씨(라고 하니 요사모사하군요)가 이런 책도 썼군요.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미국은 저널리스트들조차 이렇게 똑똑한데, 왜 원숭이들이 정책결정을 하는거지?"라는 무개념한 의문이 떠오릅니다. (...)

...읽어볼 필요성은 막대해도, 쉽게 손에 잡히진 않겠군요 :)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11/24 19:48
내가 만약 상대의 입장이 된다면... 이라는 가정은 어느 동네나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모사드의 암살작전기간중에도 단지 몇차례의 '우연'이 겹쳐서 그 살생부에 올라가게 된 사람도 적지 않으니까요.(이 경우엔 암살작전의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으로 '쉬운' 타깃이 설정되어 그 중요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작전이 승인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Commented by 어부 at 2006/11/24 19:58
연말에 맨날 도로 공사를 하는 우리 나라를 보면 이라크보다 그리 많이 나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6/11/24 20:01
아이고 맙소사, 그 문제의 알미늄 튜브가 저 용도였다는 겁니까;;; 그나저나 CIA 친구들도 '후진국적 업무처리'는 생각 안 하고 서구 국가들이 일 처리하는 식으로 이해하고 했다가 전혀 엉뚱한 결과를 뽑아냈으니, 이게 뭔 코미디인지-_-;;;


ps. 모사드 암살작전도 좀 엉망인 것이, 책임자가 직접 이름을 뺐는데 10년 정도 후에 갑자기 리스트에 아무 이유도 없이 올라오는 일도 허다했다고 하니까요-_-;
Commented by young026 at 2006/11/24 21:03
연말 도로공사는 다른 나라도 많이 하지 않나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6/11/24 23:26
세상에 맙소사.......OTL
그럼 1차 걸프전 끝나고 12년 동안 내내 저런 짓을 했다는 겁니까????

북쪽의 공화국은 어떨런지....
Commented by 길잃은 어린양 at 2006/11/24 23:44
만약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면 북측의 자료가 공개되는대로 배꼽 빠질 사람이 의외로 많아질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band at 2006/11/25 11:58
어짜피...확대었던 중요 사항은 이라크(북한)의 기만전술이고 축소되었던 것은 이라크(북한)의 책략이었다.....라고 미국공식전사에는 기록될겁니다. 아니 럼즈펠트가 그렇개 시키갰지요.
Commented by 기린아 at 2006/11/25 12:57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군요. 정말로 사소한 실수에 의해서, 또는 사소한 판단에 의해서 한 국가가 생기고 없어지고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지다니.-_-; 럼씨와 기타 인간들은, 정말로 책임을 좀 크게 져야 할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11/25 20:55
계란소년/ 그럼요. 무궁무진하죠.

あさぎり/ 예. 9/11만 안터졌으면 굴러갔을텐데 재수가 없었다는.

措大/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는 측면도 있고, 관료기구가 너무 거대해서 몇 명이 잘 해 보려 해도 왠만해서는 꿈쩍도 않는 면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라피에사쥬, 리카군/ 사실 힘든 일입니다. 저 스스로도 저런 정도의 오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부, young026 / 그래도 제3세계에서 우리만큼 탁월한 나라도 또 찾기 힘듭니다. 선심성 행정이나 일본이나 미국서도 개별사례를 찾기 쉽지요.

행인1/ 저정도야 사실 애교죠. 이웃나라엔 취미로 40억 달러짜리 테마파크를 짓는 아주지 왕자도 있는데요.

band/ 사표썼고 적이 워낙 많으니 그렇게 곱게 쓰여질리가 있나요.

기린아/ 저것은 어디까지나 개전의 명분이지 이유는 아닙니다.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07/02/09 13:13
사실 이라크 정보 평가에서 정말 웃지 못할 건은 주류 정보 평가들과 그 방법론이 안고 있는 자신들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한다는 미러 이미지의 오류를 반박하면서 나온 소위 "대안적 정보평가"(정치적 의도와 가설에 기반을 둔) 가 기존 정보전문가들을 압도하고 한 쪽 방향으로 몰고 갔다는 데 있지요.
사실 미국 정보 공동체는 사회과학 방법론에 기초한 객관적 정보 분석론이 기반이 되엇는 데 이런 접근이 "상대도 나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네오콘들 및 그에 영향을 받은 강경파들로터 비판받았죠.
이 들의 눈에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폭정(소련이나 이라크 북한)등은 그 근본에서부터 다르며 "민주주의 국가들이 그러한 국가들의 기만에 속아 넘어 갈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잇다"라는 회의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죠. 그래서 이 들은 객관적 역량 평가에 기반한 기존의 정보평가가 저런 이라크 같은 폭정/불량 국가들의 기만에 넘어갈 수 있고 그들의 의도에 대한 파악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았죠.
그런 점에서 보면 저들은 기본적으로는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라는 관점에서는 차이를 인정한 셈이죠. 하지만 비밀리에 하는 것은 뭔가 기만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것만 박혀져서 그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대안적 분석의 한 관점이 다른 관점을 압도하고 반박이나 다른 가설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게 된 도그마가 되엇으니 참 이 건 (물론 이 건 순수 정보 분석을 넘어선 정치적 입장과 이념 기반적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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