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국익이 무엇인가 : 십만 파병론 을 읽고 코멘트.
이 글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는 2003년 봄 이라크전이 발발하던 시점에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하자는 글, 두번째는 현재(2006년) 시점에도 여전히 이 주장이 유효하며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하자는 소개자의 글로, 두 글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위한 수단으로 이라크에 대규모로 군대를 증파하자는 것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고 하듯이,
이라크 파병을 논하는 이 글에는 이라크가 없다. 즉 현재
이라크 현지의 상황과 전망, 간 다음 이라크에서 우리가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한국과 미국간의 국가간 협력관계라는 관점에 집중하기 위해 소재인 이라크 전쟁은 내부가 완전히 숨겨진
블랙박스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는가?
2003년 봄 시점에서는 미국이 현재와 같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게 될 지 아직 몰랐고 또한 3년이 흘러 미국이 놓쳐버렸던 많은 좋은 기회들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첫번째 글은 두번째 글 보다 논의 자체로는 훨씬 그럴듯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두번째 글이 쓰여진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라크전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정보를 논의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하자에 해당한다.
첫번째 필자는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왜냐하면 토론의 가닥이 애초부터 잘못 잡혔기 때문이다.
명분을 보건 국익을 위한다고 보건 토론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는 것이 맞다.
이라크전에 십만병력을 파병할 것이냐 (영국군의 두 배) 아니면 이만 병력을 파병할 것이냐 (영국군의 반) 를 가지고 국론이 갈려서 토론이 되었어야 한다. 물론 또라이들과 천사들로 구성된 인구의 1% 정도는 반전을 외쳐도 좋다. (첫번째 필자, skyang)
나도 이 토론의 가닥은 잘못 잡혔다고 생각한다.
명분을 보건 국익을 위한다고 보건 토론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는 것이 맞다.
현재 이라크의 정치/안보/사회 상황은 어떤가? 이라크전에 병력을 보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병력을 더 보냄으로서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가? 우리가 병력을 더 보내면 미국에게 정말 도움이 되긴 하는가? 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의 모습이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국민은 어디까지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가?
글을 읽어보면 첫번째 필자는 율곡의 10만양병설과 연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볍게 10만이란 숫자를 취한 것 같다. 즉 10만은 단순히 "충분히 많아보이는" 임의의 숫자를 취한 것이다.
실제로는 한국군의 현 상황이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10만은 어딜 쥐어짜도 염출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병력이며, 자이툰 부대를 창설할 때와 같이 '현역복무자 중 100%지원자로 구성' 방식을 택하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처음 파병 당시 논의되었던 것처럼 1만명 내외 정도가 파병가능한 병력의 상한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의 글의 적실성을 좀 더 따져보기 위해, 1)현실적인 숫자 1만, 그리고 2)비현실적이지만 한반도의 군사배치를 대폭 재조정해가면서라도 쥐어짜서 만든 병력 10만 두 가지를 모두 고려에 넣고 이야길 진행하기로 하자.
미군의 현재 상황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약 135,000-150,000 정도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쿠웨이트 주둔 병력이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 이라크전에 '참여'하고 있는 병력은 좀 더 많다.
데이비드 그레고리(사회자): 현 시점에서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베리 매카프리 장군: 저는 그게 옳은 질문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그런 병력이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주방위군 여단들에 대해서 블럼 중장이 청문회에서 증언했고, 육군참모총장도 증언했습니다. 육군은 예산이 230억 달러 부족하고, 우리 장비들은 개판이며,
우리 육군은 만42살 먹은 할머니들을 사병으로 뽑고 있습니다. 아, 제 말은 징병을 한다는게 아니라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육군과 해병대의 전투력으로 이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안전 밸브(safety valve)입니다. 우리는 평화유지병력으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이라크 보안군이 이 일을 함께 해줘야 합니다.
(MSNBC,
"Meet the Press", 2006년 8월 20일)
매카프리 장군이 언급한 내용은 명료하다. 미군이 병력을 더 보내지 않는 것은 실제로 병력이 더 없기 때문이며, 이들은 현재 문제해결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라크 사태가 와그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미군을 쥐어짜면 일시적으로 몇 만명 정도 병력을 증강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선거철이나 특별히 위기가 고조될 경우 미군은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단기간의 병력 증원 후 상황이 호전될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무리한 증원을 할 이유는 없다.
사실 이번 주에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중부사령부의 장군들을 청문회에 불러놓고
왜 병력을 증원하지 않느냐고 다그쳤지만, 아비자이드 장군은 일시적인 병력증원은 별 도움이 안된다고 답변했다.
병력은 원래 얼마가 필요했는가?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중부군 사령부에 압력을 넣어 이라크전 소요 병력을 최소한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긴 유명하다. 물론 럼스펠드와 그의 심복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국방성 정책차관이던 더글라스 파이스의 말을 들어보자.
하지만 럼스펠드는 미 중부사령부의 존 아비자이드 장군이나 토미 프랭크스 장군에게 사령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병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 럼스펠드는
그것보다는 정치적으로 훨씬 세심한 사람이다.
그는 장군들이 나중에 자신이 필요한 병력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게 될 위험에 노출될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장군들이 이라크의 병력수준에 대해 불만이었다면, 문제는 그들이 럼스펠드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비자이드나 프랭크스 장군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Douglas J. Feith,
"The Donald Rumsfeld I Know", 2006년 11월 12일)
파이스의 컬럼은 럼스펠드와 그 심복들이 얼마나 싸가지없고 반성을 모르는 패거리들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럼스펠드는 물론 이 병력에 맞추란 이야긴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병력규모가 될 때까지, 끝없이
"다시 해와"라며 작전계획을 반려했을 뿐이다. 이렇게 하면 사령관은 군복을 벗든지, 써달라는 대로 써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된다.
그럼 군은 병력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인식했을까?
중부군사령부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이라크 전쟁계획 OPLAN 1003-98은 원래 40만명의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져 있었다. 2003년 이라크전을 지휘했던 중부군 사령관 프랭크스 장군이 처음 제시한 작전계획도 여기에 준한 것으로 그 계획에 필요한 병력은 38만5천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들은 럼스펠드가 최종적으로 승인한 병력보다 무려 24만명이나 많은 것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이던 에릭 신세키 대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이라크 전에 필요한 병력 수준을 "수십 만"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세키 장군은 럼스펠드의 미움을 사 조기 사임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말한 수십 만이 실제로 정확히 얼마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시 중부군이 갖고 있던 계획, 즉 40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필요병력을 추산한 사람도 있다.
제임스 도빈스 대사는 냉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대부분의 분쟁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에서 재건 계획을 주도했던, Mr. Postwar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RAND연구소에서
전후 붕괴된 사회의 재건 -소위 Nation Building- 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개입세력은 인구 1,000명당 20명의 병력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현재 이라크의 인구는
2,700만이 조금 못 되므로 54만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미군의 대게릴라전 전문가들 또한 이와 비슷한 추산을 지지하고 있다.
프랭크스 장군의 전임자이자 상관이었던 전 중부군 사령관 토니 진니 장군도 이라크전을 시종일관 강력히 비판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전쟁에 뛰어드는 게 확실해 보였을 때, 나는 중부군사령부에 전화를 했습니다. "당신들은 Desert Crossing을 꺼내 다시 살펴보는게 좋을 거요"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더군요. "그게 뭔데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전 중부군사령관, 안소니 진니 해병대장, 2004)
Desert Crossing은 뭔가? 이것은 대 이라크 전쟁계획 OPLAN 1003-98이 적절한가를 시험하기 위해 진니 장군이 퇴역하기 직전인 1999년에 실시했었던 워게임이었다.
올해 들어 이
Desert Crossing 연습 관련 기밀문서들이 기밀해제되면서 우리는 당시 중부군의 작전계획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Desert Crossing 워게임 결과에 따르면, 40만명의 병력을 동원해도 "지역적 불안정", "권력을 놓고 다투는 현지 세력들", "종교와 민족의 단층선을 따라 분열된 사회", "호전적인 이웃나라들을 적으로 돌린" 것 같은 비관적인 결과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국경을 봉쇄하고 통치권을 장악하는 것 정도"로는 이라크를 안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군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은 국무부 및 다른 여러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더 폭넓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 놓았다. 물론 그런 권고는 공염불로 끝났지만 말이다.
만약 10만을 보낸다면 어디에 쓸 것인가?지금까지 설명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번 생각을 해 보자.
한국군이 10만의 새 병력을 염출해 이라크로 보낸다면 어디에 투입해 어떤 결과를 내고자 계획하는가?
(기타 다른 연합군은 제외하고) 미군 15만에 한국군 10만을 더하면 25만이다. 이는 Desert Crossing에 제시되었던 40만보다 훨씬 적다. Desert Crossing이나 OIF(Operation Iraqi Freedom) 당시에는 이라크의 인심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을 놓쳐 버렸다.
그렇다면 15만으로 할 수 없는데 25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누군가 설명해야 한다. 2003년에 40만으로도 할 수 없었던 일 중, 2007년에 와서 25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여기서 나는 25만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미국 내부에서는 빠른 철군을 위한 강한 정치적 요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군 10만 명이 증원되는 대신 미군 5만 명이 철수하여, 총 20만이 될 수 있다. 병력이 이렇게 줄어들게 되면 승리를 위한 희망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미군 철수의 찬반 논리이라크 전 논쟁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논쟁이다. 전통적으로 지방이나 국내 이슈가 중요했던 중간선거에도 이번엔 거의 이라크전 논쟁 하나로 승패가 갈렸을 정도다. 따라서 한가락하는 논객이라면 누구나 다 이라크 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놓고 논쟁하고 있고, 이라크전에 대한 정책논쟁의 수준은 사실 한국에서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정교하다.
먼저 철군 반대논리를 하나 보자.
이라크에서 돌아와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부시의 연설문작성자) 거슨에게 부시는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압력에 저항해야 하며, 유일한 출구 전략은 승리뿐이라는 자기 원칙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병력감축을 중심에 놓고 말해서는 안된다." "병력감축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력 감축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당신이 강조해야 될 포인트가 아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닉슨 행정부 첫해에 자신이 작성한 "절인 땅콩 각서"라고 부른 문서의 사본을 건넸다. 닉슨에게 보낸 1969년 10월 10일자 각서에서 키신저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미군의 철수는 미국 민중들에게 절인 땅콩처럼 작용할 것이다. 더 많은 미군이 귀국할수록 더욱 더 많은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 뻔하다." 남베트남군에게 전투임무를 이양하는 (베트남 전쟁의) "베트남화"는 미국 대중들이 빠른 해결책을 원하기 때문에 전쟁을 끝내라는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병력 철수는 적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뿐이다. 따라서 "남아있는 병사들의 사기를 유지하기가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이고, 그 이야긴 그들의 부모들에게 흘러들어갈 것이다"
(Bob Woodward, "State of Denial", 2006)
키신저는 베트남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군은 강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철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점차 일이 부풀어오르며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노도와 같은 흐름이 될 것으로 보았다. 아마도 그의 말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파병은 정녕 국익입니다. 요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그렇고 분위기상 이라크 주둔 미군의 규모축소는 불가피한 것 같은데요. 빠진 미군만큼의 역할을 한국군이 대신해줄 수만 있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조금도 높이지 않으면서 한미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는데다가, 보다 ‘국제적인 성격’의 이라크 안정화가 가능해지는 등 여러 현실적, 도덕적 이익이 기대됩니다.(두 번째 필자, mahlerian)
키신저의 말이 옳다면 이와 같이 미군이 빠지고 그 빈 병력을 한국군이 메우는 것은 황당한 시나리오가 된다. 철군에 맛들인 미국 대중들은 대통령의 목을 졸라 추가 철군을 요구할 것이고, 그럼 미국 대통령은 어디에 손을 벌릴까?
지는 전쟁의 막차에 올라타 미군을 대신해 총알받이가 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최소한 한국군이 증파된다면 미국은 증파된 한국군이 유지되는 동안 철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당신들을 돕기 위해 전쟁에 새로 뛰어드는데, 당신들은 철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싸워 이길 생각이 있기는 있나?"라고 주장하면 미국도 할 말이 전혀 없을게 뻔하다. 철군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를 부르지 말아야 하고, 아직도 싸워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다면 당연히 감군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철군 찬성 논리를 보자.
사실 철군(withdrawal)이란 말을 쓰면 정치적으로 패배주의자란 낙인이 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 정치인들이나 장교들은 재배치(redeployment)라는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후방을 향해 돌격!' 같은 뉘앙스라고나 할까.
이라크전 철군/재배치 논리에는 피해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같은 아주 단순한 것부터 향후 중동정세를 재정립할 것을 염두에 둔 정교한 것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쓸만한 철군논리의 근간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주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라크의 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배치할 수 있는 최대의 병력인 15만으로도 이것을 막을 수 없었다. 실제로 미군이 하는 일은 이미 벌어진 내전의 압력을 완화해 총체적 붕괴를 저지하고, 이웃나라의 노골적인 군사개입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총체적 붕괴를 막기 위해 15만이 꼭 필요한가? 미군이 한 4만 명 정도만 있어도 이웃나라가 감히 노골적으로 군사개입하기는 힘들다. 병력이 적으면 부담도 줄고 인력손실도 비례해 줄어든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으로 현지에 주둔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재 15만으로도 내전을 막을 수 없다면, 보다 적은 병력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자.
(필자의 개인적인 요약, 예를 들어 Barry R. Posen,
"Exit Strategy", Boston Review, 2006년 1/2월호 등이 이런 주장에 해당한다)
미국이 이런 노선을 따라 현재의 이라크 정책을 크게 바꾼다면, 우리가 파병을 논의하면서 생각해왔던 전제가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이 경우 이라크의 평정과 평화는 둘째 문제고, 매드맥스적 난장판 속에서 미군은 미국의
남은 국익을 지키기 위한 또 한마리의 늑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파병 목적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중동에서 미국과 한국의 국익은 똑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미국 노선을 맹종할 수도 없고, 독자적인 이라크 노선을 가지면 가뜩이나 사공이 많은 이라크 콜로세움에 한 명의 검투사가 더 들어가는 셈밖에 안된다.
얼마나 피해를 감당할 수 있나?현재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약 2,850명 정도의 전사자를 냈다. 연말까지 3천명이라고 보면 대략 맞을 것이다. 이 통계는 순수한 전사자로 여기에는 부상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전사자가 2천명을 넘겼을 때 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사:중상:총부상=1:4:9 정도의 비율을 보였다.
이 비율이 비슷하게 지켜졌다고 본다면 전사자 3천명이 발생할 경우 대략 후유증을 동반한 중상자 1만2천명과 그렇지 않은 부상자 1만 5천명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미군의 의료지원과 후송체계는 한국군보다 월등하다. 방탄복이나 전투장비 수준도 더 우월하다. 게다가 2006년 들어 그 이전보다 사상자가 급등했다. 2007년 이후의 손실율은 적어도 2006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국군 10만명 정도를 현지에 배치하고 3년 제대로 싸우면
아무리 적어도 이정도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민은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군의 인명손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의 여론은 베트남전 참전 시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을 전혀 우리의 전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적인 인명손실을 감내할 국가적 의지가 나올 수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전사자 100명을 넘기고도 한국의 국내여론이 붕괴하지 않으면 기적이라고 본다.
이라크 정치이라크 정치상황은 종교, 민족, 부족 등이 얽혀 매우 복잡하다. 한마디로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이 문제를 한국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라는 측면으로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의 주요 정치 세력은 크게 보아 수니-아랍, 시아-아랍, 수니-쿠르드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쿠르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터키, 이란, 시리아 할 것 없이 주변국들 중 쿠르드 독립 내지는 쿠르드 주도의 이라크를 바라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터키 등은 무력으로 이를 분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벼룩 한마리를 잡기 위해 담요도 태울 수 있다."는 것이 터키 외무장관의 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시아-아랍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좋다. 이들은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패권을 장악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이라크의 패권을 장악했을때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게 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적대적 관계를 생각할 때, 이런 결말은 죽쒀서 개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적 시각에서 본다면 이라크전이 시작된 시점에서 미국에게 가장 그럴듯한 선택은 사담 후사인을 제거한 후, 후사인의 집권기구 정부군과 바아쓰당의 수뇌부만 친미 세력으로 교체한 후 이를 살려서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할 경우 대부분의 수니 아랍 국가들과 시리아, 터키의 암묵적인 지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한 일은 사담이 밉다는 이유로 정부군을 해체하고 바아쓰당 당원들을 공직에서 일제히 숙청한 것이었다. 바아쓰당 당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공립학교에서 해고된 교사만도 4만 명에 이르렀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후 집에 가서 애나 보게 된 수십만 명이 저항세력의 근간으로 돌변했다.
이제는 바아쓰당 중심의 군과 행정체제가 제거된지 오래인지라 이들을 다시 지원한다고 해서 그런 기반을 재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미국이 실제 선택한 정책은 미국의 무력에 기반한 강압과 회유로 이들 세 세력이 타협해서 강력한 국민화합정부를 만들도록 조종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연정 수립을 위한 고도의 대화와 타협 능력이 필요했지만, 이라크 정파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긴 무리였다. 이들은 너의 손해야말로 나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게임의 원칙 하에 한 치의 이익을 놓고 유혈극을 벌여댔다. 또한 미국은 타협을 강요하기 위해 이쪽을 지원했다 저쪽을 지원했다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한 정책을 썼기 때문에 어느 한 세력도 미국과 장기적인 결탁을 맺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이라크를 종파/민족에 따라 셋으로 분리 독립시키는 선택이 있다. 미국은 진작에 이 옵션을 검토했지만 이 정책은 쿠르드 독립과, 이란과 결탁한 시아-이라크, 남쪽 유전은 시아 북쪽 유전은 쿠르드에게 모두 뺏기고 알거지가 되어 독이 오른 수니-이라크의 나쁜 점을 몽땅 합친 선택이었기 때문에 폐기되었었다.
한국이 10만 병력을 이라크에 깔아두게 되면 잠재적으로 이라크 판도에 영향을 주어 킹 메이커를 하기에 충분한 세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미국이 선택한 길을 추종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의명분과는 별도로 막후에서 한국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말이 좀 통하는 현지지도자를 찾아 주고받기식 거래로 그자를 키워준다는 선택을 할 것인가?
전자를 선택하면 한국군의 피해는 늘어나고 이라크가 안정을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후자를 택한다면 한국군의 피해도 줄고, 이라크가 안정을 찾기도 쉬워지겠지만, 미국의 중동구상에 한국이 초를 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라크 정책에 우리 의견은 수용될 것인가?부시의 이라크 정책은 총체적 난맥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내놓은 입장들을 번복함에 따르는 정치적 후유증 때문에 본격적인 노선전환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임기 말년을 괴롭게 보내고 있는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국에게 공개적으로
이란 및 시리아와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블레어의 관점을 따르자면 지금까지 해본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이웃나라와 미국이 적대적 관계를 계속하는 이상, 이라크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이를 바로 거부했다. 블레어도 부시가 이란 및 시리아와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할 만큼 그 필요성은 절실한 것이었다.
한국이 이라크에 10만 대군을 보낸다면 우리도 이라크전의 성패에 커다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생각에 이라크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정책이 있는데 미국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나는 한국이 아무리 많은 병력을 내놓더라도 미국은 대 중동정책에 있어 한국의 입장을 크게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라크에서의 성패는 한국이 아무리 잘 싸워도 그와 관계없이 미국이 잘 하느냐에 따라 결판날 것이다.
끝으로나는 개인적으로 이라크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기타 분쟁지역들에 대한 해외파병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적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여러 모로 생각해 왔다. 즉 기본적으로 나는 파병 긍정론자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파병 논쟁에 참여하게 될 경우, 나는 대부분의 경우 파병찬성론자들을 논파하는 일을 했다. 왜냐하면 나같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한국의 파병론자들은 실제로 그들이 주장하는 노선을 따라 일을 진행할 경우 자멸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조잡하기 짝이 없는 현지정세 판단이나 향후 전망, 작전개념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어떤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한국이 이라크 정세에 대해 취하는 포지션은 뭔가? 싸워서 저항세력을 뿌리뽑을건가? 아니면 특정 정파가 집권해서 나머지 세력들을 분쇄하도록 밀어줄건가? 이도 저도 아니면 미군이 세운 계획을 수동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내가 느끼기에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할 만한 답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사람의 파병론에 적극 찬성해줄 용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