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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상선의 최후
다음은 케임브리지 과학사 시리즈에서 언급되는 원자력 상선 유행의 실패담이다.

미국 정부가 지원한 마지막 원자력 운송수단인 원자력 상선은 기술적으로 완전한 실패작은 아니었다. 해상에서의 원자력 추진에 대한 이 선구적인 노력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원자력 평화 이용(Atom for Peace) 노력의 일환으로 간주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자문역들은 이 계획의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의 원자력 기술을 상선에 적용시키는 방법이 최상이라는 데에 합의했다.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은 1956년 7월 30일에 N. S. 사반나 호(N. S. Savannah)의 건조를 승인했다. 이 배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상징이자 원자력 상선의 원형이 되었다. 건조작업이 여러 차례 지연되고 비용이 초과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드디어 1963년 1월 13일 사반나 호는 처녀항해에 나섰다.
그 후 10년간 사반나 호는 전세계를 항해하며 화물과 승객을 운송했다. 배의 원자로는 훌륭하게 작동했지만,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건조비용으로 3,490만 달러가 추정되었지만 사반나 호에는 총 1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더구나 화물 운반선으로 운영하면서 유지보수에 매년 300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했다. 수입 측면에서 이 배는 8년 동안 고작 1,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기록되었다. 시핑포트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사반나 호의 경우에서도 원자력 대체물에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실제로 그 엄청난 비용 때문에 예상되었던 원자력 상선의 선대(船隊)는 건조되지 못했다.
연료를 재공급받지 않고 장시간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전함(戰艦)은 재래식 해군 함정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상선에 같은 이점이 적용될 수는 없다. 화물선은 항구에서 항구로 이동한다. 따라서 화물을 선적하는 동안 배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항구에 한번도 정박하지 않으면서 세계를 항해할 수 있는 상선을 건조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사반나 호는 1971년 9월에 마지막 정박 장소인 텍사스의 갤버스턴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반나 호는 항해를 중단하고 영구 보관되었다. 사반나 호는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의 상징으로 건조되었지만, 이제는 20세기 중반에 한때 미국을 열광적인 분위기로 몰아넣었지만 엄청난 비용을 치른 채 막을 내린 원자력 추진이라는 일시적 유행의 잔존물로 남아 있다.

Basalla, George., The Evolution of Techn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8
(김동광 역, 『기술의 진화』, 까치, 1996, pp.274-276)


이 원자력 상선 계획은 원자력 여객기나 원자력 로켓 등의 수많은 원자력 삽질 프로젝트 중에서 유일하게 실용화 단계까지 간 사업이었다. 원자력 여객기의 경우 방사선 피폭의 위험을 고려해 스튜어디스는 폐경기를 지난 여성으로 제한한다는 구상이 기획서에 버젓히 올랐을 정도였다.

원자력 상선으로는 이 외에도 서독의 오토 한, 일본의 무츠가 있었지만 이들 또한 사반나와 비슷한 결과가 되었다. 과학의 이름으로(In name of Science) 미래와 희망을 파는 비즈니스에는 끝이 없다.
by sonnet | 2006/11/16 09:41 | 과학기술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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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6/11/16 11:04
그 시절 철없음에는 끝이 없고나( '');
Commented by 愚公 at 2006/11/16 11:14
상선은 아니지만 탐사선으로는 가치가 있겠죠?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6/11/16 12:52
과학의 이름으로 아멘.
Commented by sonnet at 2006/11/16 15:14
하이얼레인/ 요즘도 비슷하지 않을까.

愚公/ 쇄빙선을 위해 쓰자는 이야기가 가끔 나옵니다. 러시아의 레닌이 그런 케이스이고, 한국서도 이중용도 핵추진 기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런 제안을 하곤 하죠.

하얀까마귀/ in nomine Domini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6/11/16 20:48
갑자기 스타쉽 트루퍼스의 기동보병은 핵병기를 수류탄 던지듯 써먹는다는 설정이 생각나는군요. 아무곳이나 핵을 들이대는 원자력 만능주의란 50년대의 유행이었나 봅니다.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6/11/16 22:24
50년대면 핵병기 실제 사용이 이루어진지 10년 정도밖에 안되는데다가 첫 상업적 가능성이 있는 원자로 가동에 성공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였겠지요[물론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랐던 탓도 있습니다만]. 하기야 소비에트 동무들이 만들던 원자력 쇄빙선은 아직도 써먹고 있다니, 쇄빙선이나 학술연구용 선박에는 써먹기 좋을 것 같더군요.

ps : 사반나가 끝장난 이유 중 하나가 다름아닌 선박의 매끈한 선형이더군요. 고속 내기에는 딱 좋은데 전방에 화물 실을때가 제대로 압박이었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사반나 자체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초 럭셔리 상선[상선 주제에 각 선실에 욕탕시설을 갖추고 수영장, 도서관, 일반 영화관 두 배 사이즈의 라운지, 베란다, 심지어 100인 수용 가능 식당까지 만들었으니-_-;]이었으니까, 경제적으로 수지타산 안 맞는건 거의 당연했다고 봅니다.

ps2 : NS Savanna 사진이 마침 Wiki에 있더군요. 잘빠진 선형이 확연히 드러나죠.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3/NSsavannah-1962.gif
↑이게 무슨놈의 상선이야, 여객선이지[...]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6/11/16 22:30
아, 여담이지만 일본의 무츠는 갖가지 트러블에 시달리다가 결국 한 번도 화물선으로서 써먹지도 못한 채[실험항해는 몇 번 했습니다만] 폐기처분 되었다더군요. 처음에는 방사능 차단시스템에 문제가 있더니만 그 다음부터 갖가지 트러블이 속출했다니, 이거야말로 삽질이죠[그나마 독일 애들이 만든 오토 한 호는 나중에 일반 엔진으로 갈아치우긴 했지만 아직도 써먹고 있다더군요. 역시 독일적 실용성의 힘인가-_-;]
Commented by 기린아 at 2006/11/17 09:46
왠지 황우석씨 생각이 나는군요. 쯥;;
Commented by sonnet at 2006/11/17 15:19
길 잃은 어린양/ 예. 시대상을 확실히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카군/ http://sonnet.egloos.com/2407319 에서 설명한 적 있지만 순수히 에너지만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 조차도 경제성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만들었어도 경제성은 없었을 겁니다.

기린아/ 저건 그래도 굴러가는 실체는 있잖습니까 ;=)
Commented by 글쎄요 at 2008/12/07 10:11
이와 같은 삽질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런 삽질이 발전을 가져오죠. 다양한 시도야 말로 기술발전의 초석이죠. 다른 분야의 과거를 살펴봐도 지금보면 황당 그자체인 것이 아주 많아요.. 윗 분 말대로 하면, 처음부터 모든 최상의 조건이 되야 시작하겠죠.. 일본이 일추진하는게 그런식인데.. 너무 실패를 의한해 창의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12/08 19:38
가능한 남이 삽질을 많이 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해 두지요.
Commented by 냥이 at 2010/11/01 22:29
사반나호는 나중에 디젤엔진으로 바꾸지 않았나요?
화객선이라 승객은 적어지더라도 화물은 끊긴 없을 껀데...
(화물만 옮기더라도 연료값이 더 나갈련가...)

러시아는 쇄빙선에다 원자로 달아서 잘 써먹고 있죠. (북극여행 패키지도 있는걸로 아는데...온수는 무한이니 온수문제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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