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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경계해야 할 중장거리 미사일 협상
1970년대 말, 소련의 중거리 탄도탄 SS-20의 배치에 대항해, NATO가 서유럽에 퍼싱2와 지상발사 토마호크(GLCM) 미사일로 구성되는 중거리 핵전력 INF를 배치하려 할 때,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슈미트는 과달루페에서 다른 나토 지도자들과 회담을 갖고 서독 INF 배치 5대원칙을 천명하게 된다.

이중 하나가 "INF는 독일 영토에만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란 것이었다. 이 조항은 핵전쟁이 발발하는 the day에 INF무력화를 노리고 핵 선제공격이 가해질 경우 "누구 좋으라고 우리만 얻어맞는단 말인가? 결코 서독 혼자서 몸빵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니들도 같이 해야 된다!"란 서독의 비장한 각오를 피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전방국) 서독을 위해 같이 핵폭탄 맞아주겠다는 의리있는 친구는 쉽게 나서지 않았고, 서유럽은 한동안 이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결국 이탈리아가 독일과 함께 '그 날' 핵세례를 같이 얻어맞는 역할을 떠맡겠다고 나서면서 이 문제는 수습된다. 유럽 정치판에서 늘 2류 국가 취급을 받던 이탈리아는 유럽핵정책의 골격을 새로 짜게 될 과달루페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서독과 대등한 대접을 받아야겠다는 일념에 이 배역을 떠맡기로 약속한다. 안습의 이탈리아...


자 이제 우리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가능한 여러 나라, 특히 일본 및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넣어, 가능한 많은 인질을 확보함으로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미-북 혹은 일-북 간의 개별 협상 끝에 상당한 대가를 주고 노동 미사일 등 중장거리 탄도탄만 감축하는 협상이 타결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협상은 미국이나 (특히) 일본이 내놓은 "남한만으로 인질은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대가를 치를테니 우리는 빼 달라"는 식의 제의 하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즉 일본과 한국이 같이 인질이 되어 있다가 한국만 남고 일본은 먼저 풀려나는 거다.

이런 협상은 기본적으로 한국을 희생시켜 일본이 이익을 보는 내용이며, 특히 피해가 한반도에 국한될 수 있다면 미국은 한국을 희생시켜서라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거할 용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악몽일 수밖에 없다.


어짜피 한국은 지상전력, 공군, 단거리 탄도탄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고, 북한이 이 모든 옵션을 다 포기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중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가 않다.

따라서 한국은 핵과 미사일, 한반도 안보 문제를 포괄하는 본격적인 협상이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 문제만 떼어서 별도의 협상 의제로 삼는 것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평범한 일본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혼자 몸빵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by sonnet | 2006/10/14 21:31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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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6/04 11:51

... 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짜 승리(false victory)며 아주 나쁜 거래(bad deal)다. "노동 미사일까지만" 거래 패키지에 들어갈 경우의 문제는 한국이 경계해야 할 중장거리 미사일 협상에 요약해 두었다. 요컨대 브라운과 내 생각은 동일한데 다만 미국이 빠져나가고 일본, 한국이 남느냐, 미국 일본이 빠져나가고 한국만 남느냐의 차이이다. ... more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6/10/14 21:49
절대 동의합니다...뭐, 일본 지하에 핵을 30발쯤 묻어놓고 우리가 그 스위치를 쥔다면 봐줄 수도 있지만.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6/10/14 22:24
인질로써의 가치를 볼 때, 남한을 남겨놓고 미-일을 석방한다든가 하는 옵션은 북한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겠죠.
Commented by band at 2006/10/14 22:28
그런대....남한을 인질로서의 가치로 먼저 생각해줄런지...北,米,日,中이 생각을 할지가 더 궁금합니다. 포커를 잘 못하지만 조커의 입장이 남한이랄까요..?
Commented by 페페 at 2006/10/14 22:47
중장거리 전력은 미, 일 뿐만아니라 중국마저도 압박을 가하는 요인이라서 참...

그리고 일본에게 압박을 가하면 또 그 압박을 역이용해서 북한 중장거리 전력을 공세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으로 힘이 실리지 않을까도 좀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건 또 중국의 핵전력을 견제하는 의미가 되고 참 뭐 같다랄까요. -_-;
Commented by 개발부장 at 2006/10/15 03:51
Don`t worry.
Gonna be happy^^
(중학교 때 영어학원 첫날 'gonna'를 썼다가 한소리 들었던 사나이)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6/10/15 08:38
미국이랑 북한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협상은 종료가 됐을 겁니다.
고로 소넷님께서 걱정하시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10/15 11:41
value로 따지자면 일본을 타겟에서 제외할리 없어보이지만, 북한 문제를 '바로 직접 협상이 안된다면 의제를 여러 파트로 나눠서 협상을 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니 방심할 순 없을듯.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15 22:07
슈타인호프/ 고지라를 부르는 주술이라도...

하얀까마귀/ 그러나 다른 협상안들도 하나같이 난제다 보니까 특별히 더 어렵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band/ 글쎄요...

페페/ 할 수 있으면 좀 해보라는게 제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어쩌지 못하는데 일본 정도가...

개발부장/ keep your ramen handy.

미친고양이/ 북한과 미국은 이미 한번 협상을 타결한 적이 있고, 다시 못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키신저가 레둑토와 협상했을 때 북베트남 정부를 신뢰해서 그랬을까요?

그리고 이 문제의 한 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북한을 신뢰하는 대신 자신들의 기술을 믿는다면, MD가 중장거리 미사일의 위협을 제거해 인질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는 마법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MD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할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MD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떨떠름해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라피에사쥬/ 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이 노동미사일 감축협상에 대한 주장을 편 적도 있죠.
Commented by 길잃은 어린양 at 2006/10/16 22:32
과연 현재의 정부가 그럴 역량이 있을지 걱정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17 17:15
길잃은 어린양/ 다음 정부도 걱정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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