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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미국 정부의 기묘한 행동 패턴
다음은 2005년 5월에 썼던 글이다. 다음에 올릴 글을 위한 예고편 정도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해 보이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상당히 기묘해 보이는" 행동을 다루도록 합니다.

이하에서는 인용을 너무 길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인용을 하고 전후 문맥 관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괄호 안에 부연 설명을 붙였습니다. (즉 괄호 안의 글은 제가 붙인 것)

--
우선 다음 두 보도를 보시기 바랍니다.

[2005년 3월 8일]
라포트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질문에 "7일 정보기관측과 협의에서 정보기관측은 당일 현재 북한이 핵무기 1-2개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폐연료봉 8천개를 재처리했다면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답하고 `그게 최신 평가이냐'는 질문에 "가장 최신 평가"라고 거듭 확인했다. [1]

[2005년 5월 2일]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보당국이 최근에 밝힌 공개적인 평가는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면서 "핵무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2]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영변 폐연료봉 재처리 등으로 북한은 사실 훨씬 많은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예를 들면,

익명을 요구하는 {국방정보국} 관리는 "최대, 12개에서 15개"라고 말했다.[3]

이는 북한에게 4-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어, 총 핵무기의 수를 5-8개로 증가시켰다. 만약 북한이 원자로의 사용후연료를 꺼내어 재처리하면 내년까지 11개의 핵폭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4]

같은 것들로, 사실 이런 추정에 대한 보도들은 일일히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나왔던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왜 그런지는 분명치 않지만"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인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하는 것을 작년 하반기 이래 꺼려오고 있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 2월의 북핵보유선언에 대해서도 백악관과 미 행정부는 이를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보였습니다.

상원의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최근 발언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주의해야한다."라고 졸릭 지명자는 말했다. (중략)
백악관 대변인 스콧 매클래런도 화요일 언론브리핑에서 졸릭의 평가에 화답하며 "북한은 전에도 종종 그런 소릴 한 적이 있다"라고 말하였다.[5]


또한 최근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우려에 관해 라이스 국무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와 관련,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모든 종류의 '실질적인'(significant)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질적'이라는 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략)
이와 관련, 일본의 교도통신은 미ㆍ일 두 장관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경우 "'다른 선택안들'을 추구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데 비해 미국의 AP통신은 두 장관이 "유엔 회부를 미루고 중국이 더 노력하도록 간청키로 합의했다"며 "이번 3번째 만남에서도 대북 경제제재를 위한 안보리 회부를 선택안으로 보유는 하되 실제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결론을 다시 반복했다"고 전했다. [6]

여기서도 즉각적인 행동보다는 "억지력(deterence)"같은 결정적인 적의 행동을 거부하는 미국의 능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능력을 전보다 낮춰 잡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북한의 핵능력 평가를 "추정 중 제일 높은 쪽"으로 잡았다면 지금은 "추정 중 중간쯤"으로 방향을 바꾸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인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하는 것 왜 꺼릴까요?
저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말하길, 행동을 요구하는 더 큰 압력 -북한 정부 붕괴를 강요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건, 아니면 북한이 요구해온 것처럼 협상에서 더 큰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든- 을 형성할 수 있는 우려 때문에 그들은 북한의 능력에 대한 공개적 평가를 갱신하는 것을 탐탁치않아한다고 말했다.[7]


저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위 설명보다 더 나은 설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앞서 인용한 최근의 백악관 대변인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핵능력 평가 갱신을 가능한 늦춘다라는 입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한 한두개의 (핵)무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위협을 가할 뿐이라고 간주되었다. 만약 플루토늄을 팔거나 핵실험을 감행하는 행동이 (핵)재고를 소진시켜 버린다면, 북한은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IAEA 사무총장} 엘바라데이 박사의 새 평가가 옳다면, -그리고 최근 인터뷰에서 다른 여러 미국 전문가들도 아마 그게 옳을거라고 말한- , 이러한 공식은 변화할 것이며, 북한에게 훨씬 더 큰 지렛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러날 예정인 국무부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는 약 2년 전에 만약 북한이 연료봉을 재처리한다면 그들이 핵물질을 팔아먹을 수 있는 위험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의회에 경고했다.
이 코멘트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건 7-8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건 대단한 전략적 차이는 없다는 견해를 전파하려고 노력해온 몇몇 행정부 관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국방부나 백악관에서 이 주제에 대한 상당한 논쟁이 있어 왔다.[8]


자 이제 저 나름대로의 간단한 평가를 내려 보겠습니다.
(저는 이런 현재 진행중인 사안에 대한 어떤 평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틀림없이 누군가가 "그래서 네 생각은 뭐냐"라고 물어올 것이 분명하므로)

* 미국 재야에서는 언론기고나 발언 등을 통해 강경파는 "저 못된 북한을 때려 죽이자"며 북폭 등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고, 온건파는 "거봐라 협상 이외에 답이 없다"라는 식으로 맞서서 치열한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 정부를 보면, 미국 정부는 강경이든 온건이든 당장은 결정적인 행동에 나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특히 북한의 압력에 밀려서 행동에 나서는 사태는 극력 피하려는 것 같다.

* 북한은 이와 같이 양자대화나 추가적인 양보를 거부하는 미국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을 할지 말지는 불분명하지만, 올 상반기의 위기는 북한이 뭔가의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임엔 틀림없다. 따라서 위기설을 목소리높여 외치는 것은 북한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꼴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탐탁치 않다.

* 그러나 실제로 핵실험이 이루어지면 미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다.
설마 북한이 진짜로 있는 핵폭탄 한두발을 전부 실험에 써버리고 빈손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겠는가? 북한의 핵실험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우리는 핵실험을 해도 될만큼 이미 폭탄이 많다"라는 것을 과시하는 의미가 특히 중요하다.


[1] 윤동영, "北 핵 1-2개 보유..대포동 2호 발사준비 증거 없어", 연합뉴스, 2005년 3월 9일
[2] 김대영, "백악관 "北, 회담 복귀만이 유일한 길"", 연합뉴스, 2005년 5월 3일
[3] Knut Royce, "N. Korea nukes estimated as high as 15", Newsday, 2005년 2월 15일
[4] Daniel A. Pinkston and Andrew F. Diamond, "Special Report on the Shutdown of North Korea's 5MW(e) Nuclear Reactor",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 2005년 4월 28일
[5] Joel Brinkley, "U.S. Official Says North Korea Could Be Bluffing on Nuclear Arms", New York Times, 2005년 2월 16일
[6] 윤동영, "라이스,"모든 종류의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 보유"", 연합뉴스, 2005년 5월 3일
[7] David E. Sanger and William J. Broad, "North Korea Said to Expand Arms Program", New York Times, 2004년 12월 6일
[8] Ibid.
by sonnet | 2006/10/09 23:07 | 정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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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6/10/09 23:12
파워 게임에서 상대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줄다리기의 양보를 의미하니까요. 최악은 끝까지 인정 안 하다가 한방 먹는 거지만, 그래도 최소한 미국은 알면서 게임을 유리하게 끌려고 입다무는 거 같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10/10 00:25
가장 관건이 되는것은 북한에 대한 정책적 우선도가 상당히 하위권에 쳐져 있었느냐 아니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 '인정해서 득될 건 없고, 신경 쓸 겨를도 없고' 해서 양자회담이니 뭐니 전부 무시하고 다소 평범한(당하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겠지만)제재방식으로 일관하여 어떻게든 긴장상태를 오래 끄는게 목적이 아니었을지 궁금해지는 부분.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10 13:22
계란소년/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downplay하던 때도 탄도미사일 능력에 대해선 그렇지 않았던 식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관성이 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라피에사쥬/ 북한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북한과 'give & take' 협상을 하기 싫다"라는 지도자의 분명한 취향 표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싫다'와 '취향'은 제가 일부러 골라서 쓴 말입니다)
Commented by 措大 at 2006/10/10 13:37
과시하기엔 이번 실험(...이 맞다면)은 너무 규모가 찔끔이더군요. 재실험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만, 상국 정보부서 해석가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주는 상황이랄지.

(한국과 상국간의 커넥션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단순히 전쟁은 하기 싫은 것은 아닐까요. 북한이 호구도 아니거니와, 휴전선 바로 붙은 도시가 서울이기도 하니. 탄도미사일과 핵은 여론형성능력이 워낙 다른 물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략적으로는 전자쪽이 더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후자는 여론을 움직이는 물건이니.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10 14:21
措大/ 그 규모가 의도된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재실험에는 지금 한국 언론에서 잘 언급되지 않은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북한이 확보한 핵물질이 아주 많다고 볼 수 없는데, 그 귀중한 핵물질을 더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 이야기는 '파워 게임에서 상대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줄다리기의 양보를 의미하니까요'라는 판단기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반례입니다.
Commented by 措大 at 2006/10/10 15:51
재실험은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미 소 영 프 이후 핵클럽 가입을 시도한 국가치고 자신들의 핵능력(억지력이라고 해도 되겠지만)을 보여주기 위해서 재실험을 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으니까요. 따라서 이번 규모는 재실험 등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가능하죠.

어쨌든 이번 핵실험을 팩터로 삼아서 북한의 핵보유규모를 산정하고들 있을테니까요. 재실험을 염두에 둔다면 너무 적지도 않을테지만, 재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역시 규모는 극히 적을지도 모를. (어느 쪽이든 굉장히 애매하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10 18:03
措大/ 핵실험히 부분적으로 실패한 것이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상당기간 재실험을 못하고 폼만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7월의 대포동2호 발사실패 때도 새 미사일을 꺼내 폼만 잡다가 슬그머니 치웠는데, 개량이 가해지지 않은 미사일을 하나 더 꺼내서 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별로 없으니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겠죠.

이번 핵실험을 팩터로 삼아 재평가하는 것은 북한의 핵폭탄 제조기술수준이지, (핵물질)보유규모는 아닐 겁니다. 왜냐면 핵물질 보유규모는 기본적으로 플루토늄의 경우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용후연료봉 개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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