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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에게 배우다: 해외파병의 교훈
다음은 이틀 전에 올렸던 민중의 해방!을 딴 곳에 발표하기 위해 컬럼 풍으로 조금 고쳐 써 본 것이다. 뒤의 절반은 새로 쓴 것이지만, 이미 읽어보신 분께는 양해를 구하고 싶다.

2005년 1월 11일, 워싱턴의 중동정책협의회(Middle East Policy Council)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란 패널 토론을 개최하였다.

이 날, 패널로 나선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Anatol Lieven은 구 소련의 알렉산드르 레베드(Aleksandr Lebed) 장군과 나눈 일화를 소개하면서 익히 보아온 이러한 태도가 이곳 워싱턴에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불행하게도 저는 체첸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인 1994년, 故 알렉산드르 레베드 장군이 제게 말했던, 다음과 같은 태도가 (워싱턴의) 정책결정자 레벨, 그리고 씽크탱크들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자주 보인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던 소련군 장교였습니다. 저는 (아프간) 무자헤딘 측에 선 영국 기자였지요. 따라서 우리는 나눌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물었습니다.

"장군. 19세기에 우리 영국인들이 그곳을 점령하려다가 숱하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익히 아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소련이, 소련군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가 있습니까? 즉 당신들은 왜 영국이 당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까?"

그러자 장군은 썩은 미소를 날리며 대꾸했습니다.

"아, 그러나 당신은 이해를 못하고 있소. 당신네는 자본주의자, 제국주의 침략자 아니오. 우리는 아프간 인민의 해방을 가져다 줬소. 어떻게 우리가 당신네들에게 뭔가 교훈을 배울 수 있었겠소?"

이 대화는 미국이나 소련 같이 엄청난 국력과 우수한 관료집단, 다수의 유능한 해외전문가들을 보유한 초강대국들이 왜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같은 제3세계의 그저그런 나라에 들어가서 늘 죽을 쑤는지를 잘 보여준다.

즉 "우리는 특별한 존재니까, 잘났으니까, 남들은 못하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라는 식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문제다. 예외주의는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국내용 자부심으로는 일정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외정책을 위한 기초로는 자살골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반면, 아라비아의 로렌스(T.E. Lawrence)는 현지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채근하는 본국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남긴 바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많은 일을 하려고 들지 마라. 직접 일을 완벽히 해내는 것 보다 현지인들이 참을만한 수준으로 하는 게 더 낫다. ... 실제로는 현지의 복잡한 사정 하에서 우리의 실제 행동은 스스로 느끼기보다 좋지 않기 마련이다."

즉 외국의 문제에 개입해서 성공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겸손한 목표와 자세가 요구된다.
반복해 말하자면 자세가 겸손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자세가 겸손하더라도 목표가 거창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 소박한 목표를 달성하면 그에 만족하고 감사하려는 마음가짐이 대외개입의 성공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해외 파병은 대외개입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다. 해외파병의 기회와 요구가 점차 늘어나는 오늘날 우리는 남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by sonnet | 2006/09/15 13:12 | 정치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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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and at 2006/09/15 13:48
뭐 코르테스나 콜롬부스, 이반4세(아 맞던가...)의 후손들인대 어쩌갰습니까. 칼과 코란이라고 치부했지만 그들 역시 메이스 & 머스킷와 Bible이었으니.....
Commented by gforce at 2006/09/15 14:52
네오콘이라거나 네오콘이라거나 네오콘이라거나(먼산)
Commented by sonnet at 2006/09/15 16:45
band/ 제국주의 시대까지는 그게 통했지만 지금은...

gforce/ God save the president!
If he was lost before God, Dick would succeed George W.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09/15 17:20
칼과 꾸란 보다는 미늘창 내지는 터키궁 and 돈자루가 적절한 느낌. (정복지에 대한 세금정책의 신속함은 투르크인들을 능가할자가 없다고 생각[먼산])
Commented at 2006/09/15 19: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and at 2006/09/15 19:23
칼(무력)과 종교(무신자여서인지..권력내지는 권위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지라..)으로 내편 아님 도륙~~~으로 가는 공식은 예전이나..지금이나 마찬가지갰죠. 종교도 당시의 권력을 위한 종교인지..종교를 위한 권력인지는 했깔릴시대니까요. 70년대의 아프간은 신종종교(공산주의, 서기장동지의 영광스러운 콤소몰)와 AK의 개척시대라고 보여진다는....뭐 아프간에는 양키와 56식의 단물이라는것이 있었으니 문제갰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09/15 20:47
라피에사쥬/ 그렇게 온갖 떨거지들이 모여 사는 제국을 운영하려면 그정도는 해야죠. 발칸에 중동이란 조합은 좀.

비공개/ 사표쓰고 싶어질만 하군요. G2가 BerntsenGroup.com이란 새 회사를 차린 것은 아십니까?

band/ 초기엔 코시긴이나 안드로포프 같은 사람들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는데... 강대국의 삽질은 끝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섭동 at 2011/05/02 02:06
영국,소련,미국. 세계 최강 제국들의 무덤 아프간. 그런데 칭기스칸의 몽골은 아프간을 가볍게 먹어버렸습니다. 미국은 칭기스칸에게서 배워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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