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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도 자연과학이 되고 싶은 듯?
자연과학으로서의 언어학 1.에서 트랙백

이 글의 필자는 자신의 주장 중 R. P. Feynman의 글까지 인용해서 자신이 하는 언어학은 자연과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Feynman은 이런 류의 주장과 맞서 싸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는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어학에서도 언어현상 관찰 -> 이론 수립 - > 이론검증 - > (이론수정)의 방법론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학 역시 하나의 '과학'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고, 그 연구대상이 '자연 속에 존재하는 물질/생명체'일 경우에 우리는 그 학문을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이라 부릅니다.

저정도로 자연과학이 될 수 있다면 Dr.Rine의 ESP실험도 훌륭한 자연과학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고 컬트 과학: 과학, 사이비 과학,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방법(R. P. Feynman) 참고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여기에 대해선 Martin Gardner가 흥미로운 설명을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책 Fad and Fallacies: In the name of science에서 과학의 위신이 높아지는 시대가 오자 점점 과학의 이름을 내걸고 싶어하는 crankpseudo-scientist들이 늘어나는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또한 이들이 보이는 몇 가지 행동양태들을 잘 정리해 놓기도 했다.
pseudo-scientist's paranoid tendencies (Martin Gardner)

There are five ways in which the sincere pseudo-scientist's paranoid tendencies are likely to be exhibited.
(1) He considers himself a genius.
(2) He regards his colleagues, without exception, as ignorant blockheads. Everyone is out of step except himself. Frequently he insults his opponents by accusing them of stupidity, dishonesty, or other base motives. If they ignore him, he takes this to mean his arguments are unanswerable. If they retaliate in kind, this strengthens his delusion that he is battling scoundrels.
Consider the following quotation: "To me truth is precious.... I should rather be right and stand alone than to run with the multitude and be wrong... . The holding of the views herein set forth has already won for me the scorn and contempt and ridicule of some of my fellowmen. I am looked upon as being odd, strange, peculiar. ... But truth is truth and though all the world reject it and turn against me, I will cling to truth still."
These sentences are from the preface of a booklet, published in 1931, by Charles Silvester de Ford, of Fairfield, Washington, in which he proves the earth is flat. Sooner or later, almost every pseudo-scientist expresses similar sentiments.
(3) He believes himself unjustly persecuted and discriminated against. The recognized societies refuse to let him lecture. The journals reject his papers and either ignore his books or assign them to "enemies" for review. It is all part of a dastardly plot. It never occurs to the crank that this opposition may be due to error in his work. It springs solely, he is convinced, from blind prejudice on the part of the established hierarchy-the high priests of science who fear to have their orthodoxy overthrown.
Vicious slanders and unprovoked attacks, he usually insists, are constantly being made against him. He likens himself to Bruno, Galileo, Copernicus, Pasteur, and other great men who were unjustly persecuted for their heresies. If he has had no formal training in the field in which he works, he will attribute this persecution to a scientific masonry, unwilling to admit into its inner sanctums anyone who has not gone through the proper initiation rituals. He repeatedly calls your attention to important scientific discoveries made by laymen.
(4) He has strong compulsions to focus his attacks on the greatest scientists and the best-established theories. When Newton was the outstanding name in physics, eccentric works in that science were violently anti-Newton. Today, with Einstein the father-symbol of authority, a crank theory of physics is likely to attack Einstein in the name of Newton. This same defiance can be seen in a tendency to assert the diametrical opposite of well-established beliefs.3 Mathematicians prove the angle cannot be trisected. So the crank trisects it. A perpetual motion machine cannot be built. He builds one. There are many eccentric theories in which the "pull" of gravity is replaced by a "push." Germs do not cause disease, some modern cranks insist. Disease produces the germs. Glasses do not help the eyes, said Dr. Bates. They make them worse. In our next chapter we shall learn how Cyrus Teed literally turned the entire cosmos inside-out, compressing it within the confines of a hollow earth, inhabited only on the inside.
(5) He often has a tendency to write in a complex jargon, in many cases making use of terms and phrases he himself has coined. Schizophrenics sometimes talk in what psychiatrists call "neologisms" -words which have meaning to the patient, but sound like Jabberwocky to everyone else. Many of the classics of crackpot science exhibit a neologistic tendency.


트랙백한 원 글의 저자가 과연 crank단계까지 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미 자신의 분과학문의 가치를 몰라주는 세상에 대해 공공연한 분노를 터뜨리는 경향을 여러 글에서 보여주고 있다.
(저런 자연과학에 대한 짝사랑과는 달리, 사실 동료(?) 자연과학자들이 언어학이 자연과학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자연과학적 연구방법론을 견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폭넓은 인정을 하고 있는지도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나는 언어학에 관심이 없고, 그 바닥에서 뭘 지지고 볶든 별로 상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간판을 걸고 놀겠다고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 자신의 분노가 이런 경우에는 해당 필자 자신에게 되돌려져야 함은 물론이다.
by sonnet | 2006/03/17 13:53 | 과학기술 | 트랙백(3) | 핑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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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6/03/21 04:41

제목 : 아마추어 암호 설계자에 대한 메모
며칠 전의 내 글 언어학도 자연과학이 되고 싶은 듯?에 대해 관심을 보여준 두 분에게 촉발되어 트랙백. 다음 글은 수 년 전에 번역해 놓았던 것인데, 어느 정도 유의성이 있다고 생각해 소개해 보기로 한다. <a href=#none onclick=this.nextSibling.style.display=(this.nextSibling......more

Tracked from mentalese at 2006/10/28 02:14

제목 : 과학, 수학 그리고 모형
과학이라고 하면 보통 실험과 수학을 떠올리지만 이 두 가지가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분야는 물리학 일부 외엔 없다. 이를테면 천문학에서 실험이나, 생물학에서 수학은 그렇게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실험과 수학을 과학의 핵심 요소로 여기는 이유는 분명 물리학의 영향이 지대했다. 그리고 물리학이 과학의 정형이 된 것은 자연철학에서 이어지는 일종의 귀족적 요소와 뉴턴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이어진 일련의 '혁명'들에 기인한다.......more

Tracked from a quarantine.. at 2006/10/31 07:07

제목 : 사회과학에 관한 논고
사회과학은 인간의 사회적 행위의 근원을 다룬다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역사에 대하여 자연과학보다 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인하여 사회과학에 대한 설명은 과학일반의 발전을 사회의 발전과 연관시키려는 포괄적인 시도 속에서 행해져야 될 것이다. - J.D. Bernal 0.들어가면서 과학자란 말 자체는 결코 오래된 것이 아니다. 1840년에 처음으로 휴웰(William Whewell)이 그의 저서 『귀납적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8/04/25 01:57

... 며칠 전의 내 글 언어학도 자연과학이 되고 싶은 듯?에 대해 관심을 보여준 두 분에게 촉발되어 트랙백. 다음 글은 수 년 전에 번역해 놓았던 것인데, 어느 정도 유의성이 있다고 생각해 소개해 보기로 한다. ... more

Commented by einbert at 2006/03/17 13:58
Chomsky의 언어학을 pseudo-science라 여기는 사람은 아마 sonnet님 한명 뿐일거라 사료됩니다.
Commented by einbert at 2006/03/17 13:59
트랙백 삭제합니다 - 더 이상 왈가왈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03/17 14:22
einbert/ 호오, 신속히 삭제를(웃음)
본인이 왈가왈부할 생각이없어도 놔 뒀으면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제3자들이 독자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했을텐데, 그게 싫으셨던 모양이군요.
Commented by einbert at 2006/03/17 14:50
내 한마디만 더 하리다: 님께서 하신 말씀 - "언어학에 관심이 없고, 그 바닥에서 뭘 지지고 볶든 별로 상관할 생각이 없다" 여기에 답이 있소이다. 님의 이글은 인지과학에 종사하는 모든 학자들을 pseudo-scientists로 기만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비꼬는 식으로 나오길래 나도 한번 비꼬겠소 - 비판을 하려거든 최소한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나서 비판을 하시오. 적어도 Chomsky / Minimalist Program / Bioliguistics 정도는 검색이나 한번 해 보시고 뇌까리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03/17 15:45
einbert/ 물론 그 말에 답이 있지요.
그건 '자연과학'은 아니니까, 얼토당토않게 "나두 자연과학 이셈. 끼워주셈, 님하" 같은 소리는 그만 하라는 겁니다.
(사회과학자들은 적어도 자기들이 자연과학 한다고는 안 하던데 여긴 또 왜 이럴까 궁금하군요. 자연과학이라는 간판이 탐나는 건가?)
죽은 Feynman이 원귀가 되어 찾아갈만한 소릴랑 하지 말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6/03/17 15:56
Feynman이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서의 실험을 cargo-cult science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알고 인용했는지가 궁금하다 이겁니다.
Commented at 2006/03/21 02: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03/21 03:44
비공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은 제 고등학생 시절의 친구인데, 어찌어찌 해서 도로 연결이 됐네요. 고교생 시절엔 로엔그람 공작 같은 풍모의 소유자였는데, 지금은 어떨런지 자못 궁금?!

확실히 중세에 신을 앞세움으로서 대중에게 얻을 수 있었던 신뢰와 권위 같은 것이 오늘날의 과학에도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초면에도 불구하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보드뷰라드 at 2006/03/21 17:08
지금의 그분은 머리에 문어를 엊어놓은 것 같은 풍모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6/03/22 16:51
보드뷰라드/ 오 그러시군요. 그분이 코디네이터로 유리눈알을 고용하신 탓일까요? 저도 꼭 존안을 뵙고 싶습니다요.
Commented by 보드뷰라드 at 2006/03/23 07:08
근데 저 맞춤법 틀렸어요. 엊 -> 얹
월/화 요일에는 머리가 꼭 말미잘처럼 흐느적 했었는데 다시 원래의 머리로 돌아왔답니다. (린스를 잘 안헹궜었나...)
Commented by 쓴귤 at 2006/10/25 18:18
"Feynman이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서의 실험을 cargo-cult science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쓰신 글만 읽어서는 잘 모르겠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25 19:27
쓴귤/ 본문 중에 문제의 Feynman의 글에 대한 링크가 있는데 그걸 읽어 보고 하시는 말씀이신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at 2006/10/26 01:23
파인만이 언급하고 있는 심리학의 사례는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935년 경 코넬에 있을 때 한 여학생과 대화, 또 하나는 1937년 영의 실험. 그런데 저 강연은 1970년대에 한 것입니다. 파인만이 MIT를 졸업한 것이 1939년이니까 두 사례 모두 파인만이 학부생일 때 일입니다. 그러고보니 파인만이 코넬에 있었던 시기는 1945년에서 1950년인데 그것도 뭔가 이상하군요. 어쨌든 파인만은 아마도 학부생 때 경험했을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30년이 지난 후의 어느 강연에서 심리학에 화물 숭배 과학이 만연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시 30년이 지난 지금 sonnet님은 저 글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고요. 네이처나 사이언스에도 언어학 논문이 실리는 시대에 "동료(?) 과학자들의 인정하는 지 의문"이라면 그 동료 과학자들은 또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26 01:57
1. 본문은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에 관해 쓴 것입니다. 트랙백해온 글은 R. P. Feynman을 자신의 논거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는 제가 제시한 것처럼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만약 그가 인용된 연설을 한 후에 자신의 입장을 번복했다면 흥미롭겠지만, 그런 사례를 제시받은 적은 아직 없군요.

2. 예시해 주신 것과 비슷한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Foreign Affairs에 경제학이나 역사학 논문에 해당하는 것이 종종 실립니다만 그것이 국제관계(외교)학계가 경제학이나 역사학을 그들 학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3. 경제학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스스로를 과학의 한 분과학문으로 정의하고 있고, 20세기 후반 들어 매우 정교한 연구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좁은 의미의 과학, 즉 자연과학의 일부가 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political science같으면 어떨까요?

4. 동료 학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의 생각은 본문에 트랙백 되어 있는 '아마추어 암호 설계자에 대한 메모'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5. 과학자 논쟁(science wars)에서 드러난 것처럼 과학, 특히 자연과학의 외연을 불필요하게 넓히는 데 불만을 가진 과학자들이 상당하다는 것도 아울러 지적해 둡니다. 아무 대학이나 찍어 자연대 연구실을 돌면서 설문조사해보면 과학의 외연을 넓혀 언어학, 심리학, 교육학 등을 과학의 일원으로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그 다음엔 역사학, 철학, 법학?
Commented by at 2006/10/26 19:38
파인만의 저 글이 심리학이나 교육학 일반이 'cargo cult science'라는 주장으로 읽히진 않습니다. 물론 그런 뉘앙스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그의 주장과 논거 사이에 30년이나 되는 시간적 격차가 너무 크군요.

또한 "cargo cult science"와 자연과학은 분류의 위상이 다른 개념입니다. 파인만 자신의 글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cargo cult science로 빠질 수 있습니다. 과학과 의사 과학(pseudo science)가 있고, 과학 내에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등이 있는 것이지 자연과학이 아니면 전부 의사 과학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구분이 예전처럼 그렇게 뚜렷한 것도 아닙니다. cognitive science는 자연과학인가요, 사회과학인가요.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고 그것도 pseudo-science인가요.
Commented by at 2006/10/27 02:05
6,7,8번에 따르면 사회과학은 '원시 과학'인데 10번에 따르면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과가 있다니 의아합니다.

애초에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라는 구분 자체가 과거의 방법론적인 한계에 기인합니다. 사회과학의 주제가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당시의 과학적 방법론이 사회과학의 주제까지 다룰 수 있을만큼 성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Stevens가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수학의 공리체계를 정리한 것이 겨우 1946년입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대해선 알고 계실 겁니다.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는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이나 '마음'같은 전통적인 사회과학의 주제들이 과연 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될 수 없는 주제일까요? 게다가 지금은 파블로프 이후로 거의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cognitive revolution이 있었고, DNA가 발견되었고, EEG와 fMRI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변화의 상당부분은 앞서 그 30년 사이에 나타났거나 적어도 단초가 마련된 것입니다. 경제학이 사회과학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수식이 복잡하다고 과학적이 되는 게 아닙니다. 경제학은 인간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데 경제학과 커리큘럼에는 여전히 기초적인 뇌과학이나 동물행동학조차 다루지 않습니다. 심리학이나 언어학도 사정은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그 하위 분과 중에 일부는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과학을 자연과학 내로 포섭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학자들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이나 사회학 논문을 쓰는 일은 있어도 그 반대의 일은 없습니다. 생물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이나 뇌과학을 가지고 전통적인 사회과학적 주제를 다루는 일은 있어도 역시 그 반대는 없죠. 오히려 이런 접근에 대해 전통적인 사회과학자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간단히 제 생각을 요약하자면 예전의 방법론으로는 자연 밖에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으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구분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6/10/29 00:11
11. "6,7,8번에 따르면 사회과학은 '원시 과학'인데 10번에 따르면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과가 있다니 의아합니다."
==> 전통적인 학문들은 과학의 한 분과로 재구성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많은 업적이 있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공학의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전자공학의 산물들을 잡다하게 쌓아올린 쓸모없는 물건에 불과하겠지만 예술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인정받습니다. 역사학, 정치학 등도 철학, 신학, 법학과 마찬가지로 이미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쌓아올린 성과와 전통적인 연구방법론이 있기 마련입니다.


12.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이라고 하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정도를 떠올리는게 상식이지 않나요? 이들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를 다루는 학문들이고, 자연과학이 자연철학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같은 계몽주의적 방법론을 도입해서 사회과학이라는 장르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대표적인 학자들은 콩트, 마르크스, 베버 같은 사람들이지요.
이때 중요한 점은 사회과학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같은 원래부터 있던 분과학문들을 묶은 단순한 범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략 마르크스 이전 시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분과학문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학자들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같은 것들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연구들을 해왔습니다. 이들은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기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었고 분리된 이후에도 사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묶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입니다.


13. 대학에서 가르치는 거의 모든 과목을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던 적도 있습니다. 왜 굳이 인문과학 같은 이름 밑에 철학, 문학 같은 것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시도했는지는 "In Name of Science"의 정치적 함의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14. 해당 주제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시키기 힘든 사례를 역사학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역사학을 사회과학의 범주로 분류합니다만, 역사학을 사회과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하는 역사학자는 많이 있습니다.(예: John Lewis Gaddis)
정치학에서나 경제학에서도 인간 사회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 잘 통제된 실험을 설계, 시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역사학에서는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다른 시기에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사건이 두 번 발생했다면 그 두 사건은 하나의 역사적 법칙을 뒷받침하는 사례(실험)일까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역사학에서는 모든 사건을 unique한 것으로 다룹니다.
파인만은 과학적 이론의 요건을 언급하면서 "여러 생각을 결합해서 하나의 정교한 이론을 만들 때, 그리고 그것이 들어맞는다는 것을 설명할 때, 그 이론을 만들 때 들어맞았던 것들 이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지적합니다만, 역사학은 근본적으로 '그 이론을 만들 때 들어맞았던 것들 이상을 설명'하는 이론, 즉 미래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기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아마도 전통적인 역사학을 과학의 일부로 재구성하려던 가장 거대하고 야심적인 시도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일 것입니다만, 결과는 보시는 바 대로입니다.

물론 역사학에서도 세부적인 기교 측면으로 내려가면 과학기술을 많이 응용할 수 있습니다. 유물의 연대측정을 할 수도 있고, 수도원에서 찾아낸 장부를 분석해서 당시 사회의 경제적 면모를 밝혀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기법을 도입해 연구한다고 역사학이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아무리 많은 전자공학의 산물을 이용해도 그것은 전자공학이 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5. "애초에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라는 구분 자체가 과거의 방법론적인 한계에 기인합니다. 사회과학의 주제가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당시의 과학적 방법론이 사회과학의 주제까지 다룰 수 있을만큼 성숙하지 않았던 것이죠."
==> 과학은 세상 모든 학문의 연구를 지원하는 수단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외주용역업체가 아닙니다.
단순히 해당 분과학문의 연구자들이 자기 학문의 연구를 위한 방법론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적당한 과학적(혹은 과학 외적) 방법론을 개발 혹은 수용해 나가는 것일 뿐입니다.
어떤 분과학문의 주제를 다루는데 충분한 과학적 방법론이 없다면, 그것은 그 분과학문의 연구자들의 책임이지 과학이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할 문제는 아니죠.
중요한 것은 자연과학의 성과를 그들의 학문에 잔뜩 도입하여 그들의 학문 간판을 'XX과학'이란 이름으로 재포장하는 것이 해당 분과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유망한 길이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16. "오늘날 사회과학을 자연과학 내로 포섭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학자들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 오늘날 절대 다수의 자연과학자들은 그런데 관심도 별로 없거니와 자기 본업이 바빠서 사회과학을 자연과학 내로 포섭하려 한다거나 하는 시도를 할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적으로 중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sokal 사건에 대해 박수를 보낸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들이 많았던 것은 자연과학의 성과들을 제멋대로 끌어다가 현학적으로 사용하는 현대의 풍속을 짜증스럽게 느끼고 있던 그들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at 2006/10/30 00:03
11번 -> 사회과학의 '그 자체로 많은 업적'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좀 더 납득이 가겠습니다. '방혈 수준의 원시 과학'을 업적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12번-1번 -> 자연과학이 일방적으로 사회과학에 영향을 준 것만은 아닙니다. Quetelet이 고안한 '평균적 인간'이라는 사회과학적 개념은 물리학에 '평균적 분자' 개념으로 도입되어 통계역학으로 발전합니다. 또 Veblen의 '과시적 소비' 개념은 진화생물학에서 성선택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12-2번 ->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은 원래 논의하던 심리학, 언어학과 역사적 연원도 다르고 목표나 방법론도 다릅니다. 말씀하신대로라면 심리학과 언어학을 사회학에 묶는 것도 역사적으로 볼 때 부적절합니다.

13번은 동의합니다.

14번 -> 역사학도 원래의 글에서 얘기하던 심리학, 언어학, 교육학과 목표와 방법론이 다른 학문입니다. 이와 별도로 '잘 통제된 실험을 설계, 시행'하는 것을 과학의 한 요소로 삼는다면 기상학이나 천문학도 과학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할 것입니다.

15-1번 -> 과학적 방법론은 자체는 연구 대상의 내용에 무차별적입니다. 형식적 전제만 충족한다면 어떤 연구 대상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름만 'XX과학'으로 바꾼다고 학문 자체가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름만 바꾸는 것과 실내용을 그렇게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12-3, 15-2 -> 사회과학이 사회라는 대상의 연구에 자연과학의 기법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주장과 사회과학이 자연과학 기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그 분과의 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인간은 생물 일반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사회는 또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 독립적이라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합니다만, 당연히 그런 전제는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화학 법칙은 원자의 운동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듯이 사회 현상도 인간의 행동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심리학이나 언어학은 당연히 생물학의 바탕 위에서 전개되어야 하고, 여타 사회과학도 심리학이나 언어학의 원리를 참조해야 합니다. 1978년과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이 왜 심리학자에게 주어졌을까요.

16-1번 -> sokal's hoax는 언어학이나 심리학이 과학이냐 마냐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당시 논쟁에서 포스트모더니스트 인문학자들은 자연과학적 개념들은 '은유'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언어학이나 심리학이 자연과학적 개념을 '은유'로 사용하고 있나요?

16-2번 -> 물리학이나 화학에선 별로 관심이 없을 수 있겠죠. 하지만 생물학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지과학은 또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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