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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전기



이런 것이 아니고...

사건의 공식적인 경위

2005년 3월 8일, 북(北)카프카스 주둔 러시아군 대변인 일랴 샤발킨은 "체첸 내 톨스토이-유르트 지역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부대가 특별 작전을 통해 체첸 반군 지도자중 1명인 아슬란 마스하도프(Aslan Maskhadov) 전 체첸 대통령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에 이루어진 일간 코메르산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FSB와 내무부는 최근 군사작전으로 체포한 체첸반군 인질들로부터 마스하도프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에 따르면 마스하도프는 먼 친척 집에 3명의 경호원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호원 중 1명은 그의 조카라는 것이다.
FSB 요원들은 8일 그 친척 집을 포위하고 주인을 결박한 채 밖으로 끌어내 심문했으며 마스하도프가 집과 통하는 지하 벙커 안에 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요원들은 곧바로 숨어있던 마스하도프측과 1시간 동안 투항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으며 마스하도프는 투항을 계속 거부했다.
하지만 경호원들은 협상이 길어지자 마스하도프에게 투항한 뒤 빠져나가자고 제의했다. 마스하도프가 이를 듣지 않는 가운데 총성이 울렸으며 경호원들은 마스하도프를 남겨둔 채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FSB 요원들은 경호원들이 벙커를 빠져나오자 마스하도프가 살아있을 것을 우려해 수류탄을 투척했다.


카디로프의 발언과 번복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친러 체첸정부의 제1부총리인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의 발언이다. 카디로프는 체첸 제일의 실력자로 알려진 인물로, 그가 거느리고 있는 체첸 보안부대는 납치, 고문, 처형에 있어 혁혁한 악명을 자랑하고 있다.

사건 발표 직후 카디로프는 "우리는 마스하도프를 생포하려고 했지만 부주의한 실수로 죽게 됐다"면서 마스하도프는 러시아 보안부대에 포위된 상태에서 그의 경호원이 우발적으로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설명했었다. 이는 러시아군 대변인의 공식 발표와는 엇갈리는 진술이다.

그런데 이틀 뒤 카디로프는 이 발언을 취소했다. 카디로프는 10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경호원이 우연히 총을 쐈다는 것은 농담이었다."며 "마스하도프는 (당국 발표대로) 수류탄 폭발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왜 마스하도프만 죽고 경호원들은 무사했는가'는 질문에는 "내가 코멘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마스하도프가 지난 6일 카디로프가 이끄는 경호부대에 의해 사전에 사망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만일 내 부대원들이 마스하도프를 죽였다면 나는 바로 그 순간 공개했을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NTV 등 러시아 언론에 보도된 마스하도프의 시신 사진을 보면 좁은 벙커 내에서 수류탄이 폭발해서 사망했을 경우 발생해야 할 시신 훼손이 보이지 않으며, 왼쪽 눈 밑에 총탄 자국이 있는 등 사인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인권단체들은 마스하도프의 시신을 가족들에게 인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 관헌은 새로운 법조항을 들어 테러용의자의 시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현장 은폐!

그런데 이 석연치 않음을 단박에 음모의 경지로 승화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체첸 당국은 13일 특별 작전을 통해 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체첸 대통령이 지난 주 살해된 현장의 집을 폭파했다고 목격자들이 14일 전했다. 이날 폭발이 마스하도프를 숨겨주면서 중요 정보 은폐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이 집의 가족들에 대한 보복이었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체첸에 주둔중인 러시아군 대변인은 폭발 사건 자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는 경비병이 배치되어 다른 사람들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부서진 집의 주인은 체포 혹은 실종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폐허가 된 현장을 경비하고 있는 러시아 병사)


집주인은...

그러나 당시 마스하도프가 숨었다고 알려진 집에서 가족과 함께 27년 동안 살았다는 한 여성은 마스하도프가 이 집에 머물고 있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부인했다.

집주인의 아내인 유크하 유스포바는 AP 통신에게 다음과 같은 증언을 했다.
3월 8일 무장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쳐서 가족들을 마당으로 끌어냈다. 그러고는 트럭이 와서 뭔가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마스하도프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경찰이 “폭발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고, 조금 있다 폭발이 일어났다.

이웃들은 유수포바가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유수포바가 “어딘가 체첸의 다른 곳”에서 살게 될 거라는 통고를 들었다고 한다.


이웃들의 증언

유수포바 가족은 이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집안이었다고 한다.
“유수포바에게는 반군과 연계가 있다고 믿어지는 조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체첸에서는 그런 친척이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은 친척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고, 은신처를 제공해줄 것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그게 우리 전통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 누구도 그 집이 저항운동과 연계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그런 걸 숨긴다는게 불가능합니다.” (아슬란 이사예프)

“아무도 여기서 마스하도프의 시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고, 그들은 현장을 완전히 파괴해 돌더미로 만든 후, 거기 벙커가 있었다고 말하고는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가서 볼 수 있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슬라칸 자카예프)

또 다른 이웃은 유수포바 가의 폭발이 있기 한 두 시간 전에 러시아 경찰이 자기 집을 찾아와 그의 집과 지하실을 수색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통상적인 신분증 검사라고 말했지만, 누군가를 체포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뭔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무척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초조하고 겁먹어 보였습니다.” (샤밀 가바로프)



한편 제보자는...

러시아 연방보안군은 사살된 체첸 반군지도자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려준 제보자에게 1천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15일 밝혔다.
보안군은 작년 9월 마스하도프의 소재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마스하도프는 지난주 체첸 북부에서 특별 작전을 통해 암살됐다. 보안군 대변인은 정보 제공자들이 러시아 내 다른 지역이나 이슬람 국가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몇 명이 이 상금을 나눠 갖게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언론이나 일반 여론은 이런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6일 '누가 1천만 달러를 받았을까'라는 질문에 러시아인 응답자 1만989명 가운데 93.7%가 '아무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FSB는 주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설문 조사에서 '주민'이라고 답변한 경우는 2.57%에 불과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또 1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상금을 약속한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람잔 카디로프 체첸 부총리는 마스하도프 사망 직후 "어느 누구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마스하도프의 소재지 정보는 체포한 반군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으며 이것도 강요에 의한 것인 만큼 포상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카디로프에 따르면 연방보안국(FSB) 부대는 톨스토이-유르트 지역에서 작전수행 중 체포한 1명의 체첸 반군으로부터 그로즈니에 대한 테러공격 첩보와 함께 마스하도프의 소재 정보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이같은 정보를 마스하도프 제거 작전 3일 전에 FSB의 대(對)테러부대 지휘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군에 사로잡힌 인질들

한편 지난 1월 말 국제인권단체들이 람잔 카디로프 체첸 부총리가 이끄는 보안군이 무고한 주민들을 납치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요구하자, 체첸 검찰은 지난달 31일 마스하도프의 친척 납치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첸 무장세력들이 납치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마스하도프의 친척은 친형인 레치(76)와 레마(68), 사촌인 아담레쉬예프(60), 조카 이흐반 마고마도프(36), 친누나 조브잔 압둘카디로바(69), 그녀의 맏딸인 하디자트(38),압둘카디로바의 두 사위인 우스만 사투예프, 모블리타 아구예프 등 8명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니키틴 체첸 검찰차장은 이들중 아구예프는 불법 무장활동에 참여한 이유로 체포 상태라고 시인했다. 결국 7명만이 수색 대상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디로프 등 체첸 당국은 마스하도프 친척들 납치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최근 체첸 내무부는 체포자 명단에 마스하도프 친척들의 이름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테러 억제를 위해 테러범의 친척들을 구속해 두는 방안을 제시해 주목을 끈 바 있다. 당시 그는 "테러범들의 친척을 붙잡아두는 것이 (테러범과의) 협상에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었다.

참고사진

(생전의 마스하도프)

(마스하도프의 은신처로 내려가는 사다리)

(마스하도프 벙커에서 발견된 체첸 깃발을 들어보이는 FSB 특수부대원)

by sonnet | 2005/03/21 13:20 | 정치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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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uthien at 2005/03/21 13:31
(...묵묵히 엄지손가락)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5/03/21 13:59
과연 러시아적 가치.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5/03/21 14:05
역시 러시아.--;
"인명따윈 장식입니다. 서방의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라는 듯한 저 막가는 태도란.
Commented by 묄드르 at 2005/03/21 16:25
역시.. 러시아는...-ㅅ-
하여간 개그~
Commented by sonnet at 2005/04/01 12:47
다들 "러시아~!"라는 감상이군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찰이 사건현장을 폭파 은폐한다는 발상은 정말...
Commented by 황도소년 at 2005/04/08 20:12
게다가 옐친 시절에 그나마 풀리나 했더니 푸틴때는 완전 전재국가처럼 됐으니...
Commented by 길잃은어린양 at 2005/11/11 21:27
저도 푸틴 집권 이후의 러시아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러시아라는 망상이라니.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6/08/04 18:56
이 일도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최근에는 바사예프가 죽었다는것 같은데, 이걸로서 그네들의 '초정예'저항도 끝을 맺는 걸까요..(그루지야의 계곡쪽으로 도망간 세력들은 멀쩡한 것 같기도 한데..)
Commented at 2009/08/20 0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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