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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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卿博士
記一. 이 글은 방명록을 겸합니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 분께서는 이 글 밑에 공개(혹은 비공개) 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옛 방명록은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記二. 링크는 자유롭게 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강제할 수 없는 규칙을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記三. 글을 안 쓰니까 아예 들어오게 되질 않아서 습관을 바꿔 보려고 합니다. 별것 아닌 거라도 좀 쓰면서 들여다보는 습관을 다시 붙이는 쪽으로. (2013년 1월 21일 추가)

떠든 사람: 이재율
by sonnet | 2020/12/12 20:21 | 블로그/일상 | 트랙백 | 덧글(54)
올해의 한마디(John F. Kennedy)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우선 이런 말은 매우 세련된 맥락과 좋은 메신저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이 분이 말씀하셨다면 어떨까.


꼭 이 분이 아니라 그 어떤 지도자가 말을 꺼낸다 하더라도, 지옥불반도에서 단련된 의심 많은 한국인들이라면 반사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젠장, 저 놈이 또 무슨 일에 우릴 동원해 부려먹으려고?"


이 도전적인 문장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 "여러분이 나라(공동체)를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가 곧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다른 이의 권유로보다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도덕적이고자 하는 개인]의 자아성취를 위한 자발적 선언으로서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주의깊게 준비된 맥락에 관해서는 해당 구절 앞뒤를 좀 더 길게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할 듯 싶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행로가 성공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는 제 손보다도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건국 이래 세대를 불문하고 미국인들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각자의 충성을 증명했습니다. 군의 부름에 응했던 젊은 미국인들의 무덤이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나팔소리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에게 무기가 필요하지만 무기를 들라는 부름이 아니며, 비록 우리가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싸우라는 부름이 아닙니다. 앞으로 오랜 세월, "소망 중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견디면서" 감당할 긴 황혼녘의 싸움, 즉 독재, 빈곤, 질병, 전쟁 등 인류 공동의 적에 맞서는 싸움에 나서라는 부름입니다.

과연 우리는 동서남북을 망라하는 전 세계적인 대동맹을 맺어 이 적들에 맞서고 모든 인류의 더욱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이 역사적인 과업에 함께 하시겠습니까?

장구한 세계 역사를 통틀어 불과 몇 세대만이 최악의 위기 속에서 자유를 수호할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저는 이 책임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다른 나라의 국민이나 다른 세대와 역할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과업에서 발휘할 열정, 신념과 헌신은 우리의 조국 그리고 조국에 봉사하는 모든 국민을 밝게 비추고 거기서 나오는 찬란한 빛이 진정 온 세상을 밝혀 줄 것입니다.

이제 미국민 여러분은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하십시오.

전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가 함께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미국과 전 세계의 시민 여러분, 우리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힘과 희생을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십시오. 선한 양심을 유일하고 확실한 보상으로 여기고 역사를 우리가 하는 행동의 최종 심판자로 삼으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을 함께 이끌어 갑시다. 하나님의 축복과 도움을 구하되, 이 땅에서 오직 그분이 이룬 업적만이 진정 우리의 것임을 명심하면서 말입니다.

(번역은 JFK도서관의 것을 사용)
by sonnet | 2020/01/25 15:32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7)
규정집의 역설
규정과 문서화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이런 저런 자료들을 다시 살펴 보는 중인데,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너무 뭉개기만 해도 지루할 뿐이니 중간중간 눈에 띄는 것을 조금씩 소개하는 정도로...

지식근로 환경에서 늘어가기만 하는 자동화(automation)로 인해 우리의 근무 환경은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매시간 우리는 자동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는 작업의 일부에는 특유의 기계적 요소가 존재한다(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화가 새롭게 도입되면 전체 작업에서 사람이 할 일은 줄어들게 되지만, 남은 일은 더 힘든 일뿐이다. 자동화는 업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 바로 자동화의 역설이다. 결국 틀에 박힌 시시한 일들이 자동화될 뿐이고, 당연히 남은 일은 더 모호하고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없거나 복잡한 일들이다. 업무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준이 무엇이건 간에, 기계적인 부분의 극히 일부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를 필요 이상으로 정성을 들여 기술한 것일 뿐이다.

프로세스 표준화는 고도의 감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른바 ‘프로세스 전쟁’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표준 프로세스가 도입된 후에는 복도에서 피를 튀기는 듯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무언가 나쁜 기운이 사방에 퍼지게 된다. 어쨌든 큰 소동이 일어나는데, 대개의 경우 나는 프로세스 자체에 실망을 느꼈다. 내 경험상 지식근로자를 위한 표준 프로세스 대부분에 핵심이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를 인터뷰해 채용하려면 29단계를 거쳐야만 한다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 프로세스는 새로 채용된 직원이 제 구실을 할 것인가와 같은 정작 중요한 내용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설계 표준은 어떻게 해야 좋은 설계가 되는지(단지 어떻게 문서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쓰여 있다)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또한 직원 평가 표준은 어떻게 해야 직원들과 장기간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테스팅 표준이 보다 나은 테스트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표준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작업 수행방법을 당신에게 모두 정확히 알려주겠다. 단,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외하고……”

DeMarco, Tom. 2001. Slack: Getting Past Burnout, Busywork, and the Myth of Total Efficiency. 1st ed New York: Broadway. (류한석, 이병철, 황재선 역,.2010. 『SLACK : 변화와 재창조를 이끄는 힘』. 1판 서울: 인사이트. pp.163-164)
by sonnet | 2020/01/23 20:46 | 경제 | 트랙백 | 덧글(2)
사이다 하우스 규칙
사이다하우스 규칙
  1. 술을 마셨다면 분쇄기나 압착기는 운전하지 마십시오.
  2.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양초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3. 술을 마셨다면 지붕에 올라가지 마십시오. 특히 밤에 조심하십시오.
  4. 지붕에 올라갈 때 술병을 가져가지 마십시오.


“프로젝트와 무관한 사람들이 만든 규칙을 프로젝트 팀원들이 무시하거나 우회한다.”

존 어빙의 소설, 『사이다 하우스The Cider House Rules』에서는 사이다를 만들 사과를 따려고 시즌마다 과수원에 모여드는 사과따기 일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과를 따는 몇 주 동안 일꾼들은 낡은 사이다 건물에서 생활한다. 주인인 올리브는 ‘사이다 하우스 규칙’을 종이에 타자기로 쳐서 집 안에 붙여놓는다. 신참 일꾼 중 하나가 일꾼들이 규칙을 공공연히 무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테랑 일꾼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신경 안 쓴다네. 매년 올리브는 규칙을 걸어놓고 매년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지.”

사이다 하우스 규칙은 사이다 하우스에 살지 않는 (그리고 살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사이다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에게 정해준 규칙이다. 대저택에 사는 올리브는 열대야에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곳이 지붕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지붕에서 한 잔 하는 즐거움이 일꾼들의 일상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부적절한 규칙을 내걸었으므로 무시를 당해도 할 말이 없다. 멀찍이서 남들에게 규칙을 정해주었으니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소리나 매한가지다.

이와 비슷하게 사이다 하우스 규칙을 정하는 조직이 간혹 있다. 프로젝트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규칙을 정해준다. 흔히 프로세스 개선 그룹, 표준 제정 그룹, 품질 부서 등이 업무 프로세스나 수행 방식을 명시한다. 그 외에도 팀원들이 사용할 도구를 정하거나 결과물이 따라야 할 표준을 만든다. 대개 그들은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업무 방식을 정해주는 외부인에 불과하다.

프로세스, 방법론, 도구를 선택하는 업무만 맡은 사람이 있다면 이 패턴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사람은 프로젝트 업무에 손대지 않는다. 단지 어떻게 하라고 말만 한다.

외부인이 업무 방식을 결정할 적임자인 경우는 드물다. 특히 업무를 잘 모른다면 무의미한 잡무를 필요한 규칙인 양 내놓기 십상이다. 당연히 외부인은 (자신의 안전을 포함하여) 모든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하려 애쓴다. 뭔가 잘못되어도 남들이 자신과 자신이 만든 규칙을 비난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게다가 규칙이 어떤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고 싶어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질서가 있다. 규칙도 있고 프로세스도 있다. 하지만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그리는 세상과 규칙을 따를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한다. 프로세스 전문가나 품질 전문가가 프로젝트 정식 팀원이거나 적어도 프로젝트 업무에서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면 가장 좋다. 이 조건에 맞는 전문가라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팀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정의할 적임자다. 모든 규칙이 프로젝트에 맞는 규칙인지 검토할 책임은 규칙을 만드는 전문가에게 있다.

규칙이 적합하다면 프로젝트 팀은 그 규칙을 따른다. 유용하고 합당하고 합리적인 규칙이라야 팀이 따른다. 하지만 현실과 규칙이 다르다면 현실이 이긴다. 이때 사이다 하우스 규칙이 탄생한다.

Demarco, Tom et al. 2008. Adrenaline Junkies and Template Zombies: Understanding Patterns of Project Behavior. 1st ed New York, NY: Dorset House. (박재호, 이해영 역, 2009.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 프로젝트 군상의 86가지 행동 패턴』. 서울: 인사이트. pp.160-163)

by sonnet | 2020/01/07 13:07 | 과학기술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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