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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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卿博士
記一. 이 글은 방명록을 겸합니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는 분께서는 이 글 밑에 공개(혹은 비공개) 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옛 방명록은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記二. 링크는 자유롭게 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강제할 수 없는 규칙을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記三. 글을 안 쓰니까 아예 들어오게 되질 않아서 습관을 바꿔 보려고 합니다. 별것 아닌 거라도 좀 쓰면서 들여다보는 습관을 다시 붙이는 쪽으로. (2013년 1월 21일 추가)

떠든 사람: 이재율
by sonnet | 2021/12/16 19:19 | 블로그/일상 | 트랙백 | 덧글(54)
어떤 일상
동기부여 에서 트랙백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업무상 어떤 이를 만났는데, 그가 물었다.
--
그 : 백신이 나오면 맞으실 건가요?
나 : 제 차례가 오는 대로 바로 맞을 겁니다.
그 : (상당히 놀란 표정) 신중한 성격이라 그러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는데요.
나 : 저는 정부의 우선접종대상이 아니라 아마 가을에나 맞을 수 있을 겁니다.
그 : 아, 과연. 그럼 결과를 충분히 보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나 : (일찍 맞을 수 있다면 뭐 피할 생각도 없지만) 예 뭐…

=====================
난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대면서 남을 설득하는 게 비효율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게 상세한 설명문을 쓰는 것은 별도로 한다)

당신이 그걸 맞아야 한다고 상대를 설득하려 노력할수록, 상대는 "강매당한다"는 느낌만 갖게 될 뿐이다. 현대인은 워낙 많은 세일즈 시도에 노출되어 있기에, 상대는 설득의 세세한 디테일이나 증거보다는, 당신의 설득하려는 "의도"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경계심을 갖게 된다. 당신은 그를 후려치려 온 또 다른 보험외판원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은 대충 이렇다.
  1. 나는 기회가 오면 바로 맞을 것이다
    (이때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상대가 추측한 이유가 - 스스로 생각해 냈기 때문에 - 상대에게 적합한 이유다.)
  2. 당신은 자유롭게 "선택"해라. 다만 닥쳐서 결정해도 되니 지금 결정하지 말되, 맞을 수 있는 옵션은 살려두라고 권한다.
    ("사지 않고 들어와서 구경만 하다 가세요")

그리고 때가 되면 후딱 가서 맞고 와서 하나의 사례가 되는 게, 말로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나의 말보다 행동에 진정성을 느낄 것이니까.

많은 유행들이 그랬지 않았던가. 인위적인 권유보다는 (주식/부동산 등으로) 돈 번 사람들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나보다 먼저 뛰어들었다는, '어쩐지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에 스스로(?) 결정한 되는 경우가 설득력은 훨씬 강하다.
by sonnet | 2021/03/01 21:43 | 과학기술 | 트랙백 | 덧글(4)
동기부여
톰은 다시 붓을 집어 들고 얌전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곧 저쪽에서 벤 로저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아이들 중에서도 특히 그 아이에게 놀림받을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벤의 발걸음이 삼단뛰기를 하듯 가벼운 것으로 보아 기분이 좋고 마음이 들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벤은 사과를 먹는 틈틈이 선율적인 환성을 길게 지르고는 곧이어 나지막한 저음으로 딩-동-딩-동-동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증기선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벤은 톰에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속도를 늦추고 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서더니 몸을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이며 육중하고도 위풍당당하게 뱃머리를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돌려서 멈추었다. […]

그러는 동안에도 톰은 회칠을 계속했다. 증기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벤이 잠깐 동안 톰을 힐끗 쳐다보고 나서 이렇게 입을 땠다.

“야! 너 정말 딱하게 됐구나!”

그러나 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칠한 곳을 마치 화가가 그러듯이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고 나서 또다시 가볍게 붓으로 덧칠하고 나더니 금방 하던 대로 다시 잘 칠해졌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는 동안 벤이 톰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섰다. 톰은 사과가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지만 꾹 참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자 벤이 말했다.

“저런, 친구야. 너 지금 일을 해야 되는 거야, 응?”

톰은 갑자기 몸을 뒤로 홱 돌리며 대꾸했다.

“야, 너 벤이로구나! 네가 오는 걸 보지 못했거든.”

“어때? 나 지금 헤엄치러 가는 중이거든. 너도 함께 가고 싶지 않니? 하지만 물론 너는 일을 해야 할 테지. 안 그래? 물론 일을 해야 하겠지!”

톰은 잠깐 동안 벤을 빤히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일이라니 뭐가?

“어럽쇼, 그럼 이게 일이 아니고 뭐니?”

톰은 다시 회칠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글쎄, 하기야 일이라면 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어쟀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일이 톰 소여의 마음에 썩 든다는 거야.”

“이봐, 설마하니 이 일을 좋아하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톰은 쉬지 않고 계속 붓질을 했다.

“좋아하냐고? 글쎄,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아이들한테 담장에 회칠할 기회가 어디 날마다 있는 줄 아니?”
톰의 이 말에 상황이 달라졌다. 벤은 사과를 베어 먹던 동작을 멈추었다. 톰은 점잖게 멋을 부려 가며 앞뒤로 붓질을 하고, 몇 발짝 뒤로 물러서서 칠한 것을 바라보다가, 여기저기 덧칠을 한 뒤 다시 그 결과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벤은 톰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점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자기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굴뚝같아졌다. 마침내 벤이 이렇게 말했다.

“톰, 나도 좀 해 보자.”

톰은 잠깐 생각한 뒤 그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안 돼…… 안 된다고, 벤. 아무래도 안 되겠는걸. 너도 알다시피, 폴리 이모가 이 담장에 대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 특히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 쪽에 있는 담장에 대해선 말이야. 하지만 뒤쪽 담장이라면 나나 이모나 별로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래 맞아, 이모는 바로 길거리 쪽 담장에 대해 꽤 까다로우셔. 여간 주의를 기울여서 칠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아이는 아마 1000명에, 아니 2000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걸.”

“설마…… 그게 정말이니? 자, 한 번만 하게 해 줘. 아주 조금만 말이야. 만약 내가 너라면 네 부탁을 들어줄 거야, 톰.”

“벤, 나도 그러고 싶어. 정말이야. 하지만 폴리 이모가…… 글쎄 짐이 이 일을 하고 싶어 했지만 폴리 이모가 허락하지 않으셨거든, 시드도 하고 싶어 했지만 역시 이모가 못하게 하셨고. 내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이제 알겠지? 만약 네가 이 담장을 칠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너처럼 조심해서 칠할께. 그러니 나도 좀 해 보자. 있잖아, 이 사과 속을 너한테 줄께.”

“정 그렇다면, 이곳을…… 아냐, 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혹시나……”

“그럼 이 사과 몽땅 다 줄께!”

톰은 얼굴 표정으로는 마지못해 붓을 넘겨주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얼른 건네주고 싶어 안달이었다. 이리하여 늦게 도착한 증기선 빅미주리호가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회칠을 하는 동안, 현역에서 은퇴한 화가는 가까운 그늘 아래 있는 나무통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달랑거리며 사과를 먹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에 나타날, 벤보다 더 어리석은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골탕 먹일까 하고 궁리했다. 걸려들 녀석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사내아이들이 곧이어 나타났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톰을 놀리려고 왔다가 마침내는 담장을 칠하고야 말았다. 벤이 녹초가 되었을 무렵 톰은 이번에는 빌리 피셔한테서 손질이 잘 되어 있는 연(鳶)을 받고 일을 맡겼다. 그 녀석마저 기진맥진하자 다음에는 조니 밀러한테서 죽은 쥐 한 마리와 쥐를 매달아 빙글빙글 돌리는 데 쓰는 노끈 한 개를 받고 일을 시켰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바뀌면서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흘렀다. 아침나절에는 아무 것도 없이 빈털터리였던 톰이 오후 서너 시쯤이 되자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가가 되었다. 앞에서 말한 물건 말고도 공기알 열두 개, 입에 물고 손가락으로 튕기는 구금(口琴)의 일부, 안경처럼 볼 수 있는 푸른색 병유리 조각, 대포 모양의 실패, 어떤 자물쇠에도 맞지 않는 열쇠 하나, 백묵 조각, 유리 병마개, 양철로 만든 병정, 올챙이 몇 마리, 폭죽 여섯 개, 애꾸눈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놋쇠 문고리, 개 목걸이(물론 개는 딸려 있지 않지만), 칼의 손잡이, 오렌지 껍질 네 조각, 그리고 쓰지도 못할 다 망가진 창틀이 손에 들어 왔던 것이다.

톰은 그러는 동안 줄곧 걱정 근심 없이 편하게, 그것도 많은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한 담장을 세겹이나 칠할 수 있었다! 만약 흰 회반죽이 떨어지지만 않았더라면 톰은 온 마을 아이들을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톰은 이 세상이 그렇게 공허하지만은 않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행동에 관한 중요한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어른이건 아이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

톰은 자신의 재산이 엄청나게 불어난 것을 두고 얼마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 담장 칠하는 일이 모두 끝났다고 보고하기 위해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Twain, Mark. 1876.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김욱동 역. 2009. 『톰 소여의 모험』. 1판 서울: 민음사. pp.30-37)
by sonnet | 2021/02/28 10:23 | | 트랙백(1) | 덧글(2)
노비의 중요성
토지와 노비를 함께 주었다는 것은 관원이 토지를 경작하는 데 노비에게 어느 정도 의존했음을 보여준다. 양반에게 노비가 중요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매우 본질적인 증거가 있다. 1402년(태종 2)에 하륜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비를 손발처럼 아낀다”고 말했고, 1452년(문종 2)에 양성지梁誠之는 “우리나라의 노비 제도는 오래되어 관원들은 그들에게 노동을 의지하고 있다. 토지가 생계 수단이라면 노비는 손발이다”라고 썼다.

양적인 증거에 가장 가까운 사실은 왕실이 노비 소유를 제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1414년(태종 14)에 태종은 1품 관원은 노비130명, 2품 관원은 100명, 3품 관원은 90명, 4품 관원은 80명, 5·6품 관원은 60명, 7품 이하 관원은 30명으로 노비 숫자를 제한하려고 했다. 이것이 저항에 부딪치자 이듬해 그는 제한을 높여 1·2품 관원은 노비 130명, 3~6품 관원은 100명, 7품 이하는 80명을 허락했다. 이런 시도는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되었다. 이것이 많은 신하들이 태종의 제한보다 많은 노비를 소유했거나 소유하고 싶어했다는 의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제시된 한계만으로도 관원들은 대량의 노비를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노비들에는 농사를 짓는 부류는 물론 가내 노동을 담당하는 노비도 포함되었지만, 100명의 노비는 남북전쟁 이전 미국 남부 대부분의 농장보다 많은 숫자다. [184]

[184] 1850년에 미국 남부에는 34만 7,525명의 노예 소유주가 있었는데, 100명 이상의 노예를 소유한 사람은 1,800명 이하였다 [Encyclopedia Britanica(15판 1978), 18:967~968쪽].

Duncan, John B. 2000. The Origins of the Choson Dynasty. Seattle: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김범 역. 2013. 『조선왕조의 기원』. 1판 서울: 너머북스. pp.210-211)
by sonnet | 2021/02/12 21:16 |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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